현장에서 '비행 행위' 오인 아직... 피해 사실 알리면 보호자 2차 가해도

▲ 24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2021 3차 여성폭력방지 정책토론회'에서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개정법이 시행되고) 거의 1년이 지났다. 그런데 피해 아동·청소년은 이를 모르고 있고, 여전히 가해자들은 '너도 처벌받는다'며 (피해자를)협박한다. 경찰이 (피해 아동·청소년을) '피의자'로 조사하는 일은 개정 이후에도 일어났다."(석희진 탁틴내일 활동가)

지난해 11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에서 '대상아동·청소년' 조항이 삭제됐다. 성매매 상황에 놓인 피해 아동·청소년에 대해 '강제'와 '자발'을 나눠 피해자인지 피의자인지를 갈라서는 안 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피해 아동·청소년의 피해경험을 '비행 행위'와 연관 짓거나 수사 과정에서 개정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어,개정법의 실효성 있는 적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1 3차 여성폭력방지 정책토론회'를 통해 해당 청소년성보호법 개정과 성착취 청소년 보호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민경 경찰대학교 교수,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석희진 탁틴내일 활동가, 오상지 경찰대학교 교수 등이 자리했다.

■ 성매수 범죄 성폭력 범죄와 중첩... "성학대로서의 성매매"

2019년 기준 성 착취물 제작 등 범죄 중 피해자 동의에 의한 자기 촬영 비중은 37.6%, 피해자 동의에 의한 가해자 촬영 비중은 17.2%다.

가해자 협박 등에 의한 피해자의 자기 촬영은 16.1%,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가해자 촬영은 5.4%에 그쳤다.

그루밍 등을 통해 친분을 쌓은 다음, 범죄 피해를 유도한 셈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 착취물 연관 피해가 별도의 피해가 아니라, 성매매 알선 혹은 강요, 폭행, 협박 등과 혼재돼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는다.

2019년 기준 아동·청소년 성매수 범죄 78.8%는 스마트폰 일반 채팅앱을 통해 일어났으며, 다른 범죄와 다수 중첩돼 발생했다.

2019년의 경우,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범죄 149건 중 신체 일부나 성교행위 몰래 촬영이 중첩된 경우는 5건, 촬영물 유포 협박이 중첩된 경우는 5건으로 집계됐다.

성매매 강요 범죄 역시 2019년 기준, 전체 범죄 51건이 성매매 대가 갈취 12건, 성매수 및 알선 12건, 폭행 8건, 감금 5건 등과 함께 발생했다.

석희진 탁틴내일 활동가는 "성폭력과 성매매는 불분명하게, 중첩돼서 일어난다. 성매수자가 그루밍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고 성폭력 이후 돈을 주는 예도 있다"며 "(성폭력과 성매매를) 구분하기보다 성적 학대로서 성매매를 봐야 한다"고 짚었다.

■ 법의 '피해자' 규정, 현장에서는 '아직'

이에 따라 개정 아청법은 성매매 상황에 놓인 아동·청소년을 '피해아동'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현행 소년법의 '우범소년' 규정은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는 것'을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를 발생시키는 성격이나 환경으로 규정하고, 해당 청소년에 대해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담당 사건 중에 대상 청소년 규정이 삭제된 이후였음에도 이 조항으로 소년보호 재판을 받은 아동이 있었다"며 "힘겹게 이뤄낸 입법의 취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아동 청소년을 규율하는 관련 법률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사회적인 시선 변화도 더디다.특히, 피해경험을 부모에게 털어놓았을 때 성매매 피해 경험 아동의 경우 되려 2차 가해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행 범죄수사규칙 13조는 의해 아동·청소년의 경우 보호자 등 법정대리인에게 피해사실을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석희진 활동가는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보호자에게 폭행당한다거나 감금, 감시, 통제, 비난 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피해 아동·청소년의 지원 거점으로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이하 센터)'가 마련돼 있지만, 인력 및 예산, 홍보 부족으로 아동 중심의 지원체계 마련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센터마다 3명의 인력이 긴급구조, 법률지원, 상담지원, 온라인 아웃리치, 긴급지원비 지원 등 업무를 맡고 있다.

석희진 활동가는 "각 지역에 한 개 센터가 있는 경우가 많다. 전남 전체에 하나, 전북 전체에 하나 있다. 청소년이기 때문에 동행해 지원하는 경우도 많은데, 인력과 지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종사자 대상으로 센터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없다는 점도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정은 변호사는 "학교 교사 상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을 거쳐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상담을 한 케이스가 있었는데 아동이 (그 과정에서 이미) 지쳐 있더라. 같은 피해진술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아동 청소년을 만나는 다른 기관들이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 전문 지원 기관이 있으니 바로 연계하면 되겠다'고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24일부터 디지털 성착취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위장수사에 나설 수 있게끔 하고 그루밍 범죄를 규정한 청소년성보호법이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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