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전 세계 강타…미국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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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 팝콘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소위 '장난 아니다'.

표절 의혹에 여성과 노인 등 약자를 차별했다는 둥 여러 가지 논란을 낳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이 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심지어 공유가 주인공 이정재에게 건넨 명함에 적힌 가상의 전화번호로 실제 전화를 걸어 "게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만 수천여 명이라니 화제성만큼은 인정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극 줄거리는 워낙 여러 곳에 떠돌고 있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래도 혹시 관람 전인 이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이렇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실패한 인생들이 456억 원이라는 거액을 걸고 게임을 치르는 이야기'. 물론 극 안에는 각 캐릭터가 가진 스토리가 있고 인물 간에 빚어지는 여러 가지 갈등과 해프닝들도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인 만큼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다. 총으로 사람을 쏴 죽이는 장면은 매 게임 나온다. 더한 장면도 있다. 이를테면 의사인 참가자가 시체에서 장기를 빼내는 장면이나 화장실 안에서 땀에 절은 남녀의 정사신 같은 것들 말이다.

이 드라마에는 200억 원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을 연출한 이는 영화판에서 잔뼈 굵기로 소문난 황동혁 감독이다. 그는 영화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도가니' 등 유명 작품 여러 편을 연출했다. 드라마는 처음이라고 한다.

이 작품이 흥행한 데는 각본과 연출력, 배우들의 열연 외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넷플릭스 코리아 팀의 뛰어난 '전략'이다. 추석 연휴를 앞둔 17일 금요일을 공개일로 잡은 것은 대단히 영리했다. 보통 공중파나 종편 등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는 종영까지 주중에 한두 편을 내보낸다.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기 어려운 요즘 시청자들은 그러한 이유로 공중파나 종편에서 방영하는 드라마가 종영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이른바 '몰아보기'를 하는 것이다.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한 시즌을 통으로 내놓는 넷플릭스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짚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긴 연휴 시작에 시청할 의지를 가진 이들 앞에 '오징어 게임'을 내놓은 것은 마음이 열린 시청자들을 모니터 앞에 장시간 앉아 있을 수 있게 한 대단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그들의 입소문으로 '오징어 게임'은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명절 연휴가 아닌 국가들에서도 '오징어 게임'은 시청자들의 시간을 도둑질했다. 현재 '오징어 게임'은 미국, 멕시코 등 북미를 비롯해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필리핀,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자메이카 등 중남미와 요르단,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중동, 모로코에서까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등 K-드라마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유럽권에서도 2위에 오를 만큼 그 인기는 국제적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번 '오징어 게임'이 한국 드라마 최초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의 경우 넷플릭스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음에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오징어 게임' 해시태그가 12만 건 넘게 언급되는 등 놀라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가뜩이나 '한한령'이 내려진 중국에서 어떻게 한국이 제작한 시리즈를 관람할 수 있었는지는 개인의 상상에 맡기겠다.

작품의 인기는 쏟아지는 감상평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대단하다", "창의적이다"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어디서 많이 본 내용", "'배틀로얄', '신이 말하는 대로'와 비슷한 내용이 있다", "감독이 '무한도전' 마니아인가, '무한도전'에 나왔던 내용을 가져다 썼다" 등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형사로 나온 위하준 배우의 역할이 미비했으며, 인물의 서사들이 얄팍하다고 지적하는 의견들도 있다. 물론 모두가 작품에 낮은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다. 많은 네티즌은 전 세계에 부는 '오징어 게임' 열풍을 반기며 시즌2 제작을 재촉하는 등 댓글에 '오징어 게임 열혈 시청자'임을 인증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앞다퉈 순식간에 불붙은 '오징어 게임' 현상을 보도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과 관련한 주식 급등세라던가 출연자들의 면모, 유명인들의 감상평 등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황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즌2 제작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확한 시기나 내용 등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으로는 추측하기 어려운 이병헌 배우의 서사, 동그라미 세모 가면을 쓴 스태프들의 실체, 역대 참가자들과 그들이 치른 게임,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 등은 다음 시즌을 위한 복선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작품의 흥행으로 느닷없는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게임 초대장 역할을 하는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 때문인데, 명함 속 8자리 전화번호 앞에 010을 넣은 번호의 실제 사용자가 있었다. 하루 4000여 통의 전화가 걸려 오고 계속해서 문자가 쏟아지는 탓에 10년가량 이 번호를 사용한 주인은 일상에 지장을 받는 것을 넘어 고통까지 호소하고 있단다. 더욱이 전화를 건 이들 일부는 "게임에 참가하고 싶다"면서 장난을 치다 끊고 있다고. 넷플릭스 코리아 측에서 당사자에게 100만 원의 위로금을 제안했으나 번호 주인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 네이버 지식인에 '오징어 게임' 참여 방법을 묻는 글(사진=네이버) © 팝콘뉴스


이는 작품을 현실 세계까지 가져온 이들이 빚어낸 촌극이 아닐 수 없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 '오징어 게임' 참여 방법을 묻는 장난스러운 질문 역시 과한 몰입의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오징어 게임'은 충분히 있을 법 한 일들을 소재로 사용했으며 그 안에서 인간군상을 보여줬다.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는 이들에게 물어봤다. "당신이 주인공의 상황이라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할 것인가"와 "최종 우승을 눈앞에 두고 아는 동생을 위해 상금을 포기할 수 있는지"에 관해. 최대한 솔직한 답변을 달라는 요청에 모두가 그렇게 했으나 그것이 너무 민낯으로 보일까를 우려를 해서였는지 응답자 여섯 명 모두 실명 밝히기를 꺼렸다. 그래서 오징어와 같이 바다에 사는 생물들의 이름을 그들의 이름으로 대신했다.

응답자는 여자 세 명, 남자 세 명씩 성별을 공평하게 했다. 18세 이상 관람가인 만큼 10대에게는 질문하지 않았다.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자영업자인 뱀장어(47·남) 씨는 추석 연휴 중인 20~21일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고 했다. 그는 하도 여기저기에서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하기에 궁금해서 1편을 시청했다가 이틀 만에 전편을 다 봤다고 했다. 그는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약간 과몰입 상태로 보였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코로나19로 장사도 안되고 월세도 밀려 돈이 궁한 처지이기는 하지만 빚이 몇억 된다고 목숨 거는 게임에 참여할 것 같지는 않다. 개인파산 신청하고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쪽을 택하겠다. 그리고 그런 일확천금이 내게 주어질까. 그런 운까지는 필요 없고 그냥 장사나 잘됐으면 좋겠다."

뱀장어 씨의 아내 꼴뚜기(43·여·프리랜서) 씨는 "성격상 납득되지 않는 것에 마음이 동하는 편이 아니"라며 "게임 방식은 어떻고 상금은 얼마고, 게임에서 지면 어떻게 되고 하는 것들을 충분히 설명해 준다면, 빚이 수십억이고 갚을 수 없는 처지라는 가정하에 진지하게 고민은 해 볼 것 같다. 사실 아무리 공유 같이 잘생긴 남자라도 딱지치기하자고 하면 천 원짜리 한 장 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성격"이라고 답해 상금에 대해서는 물을 수도 없었다.

바다돼지(27·여·회사원) 씨는 "딱지치기 정도는 할 수 있다"라면서 "100만 원 딸 때까지는 해 보고 싶다"는 패기를 보였다. "많은 사람이 쳐다보는 지하철역인데 그런 시선은 괜찮냐"는 질문을 추가하니 "영상 촬영해서 뿌리면 곤란한데"라며 고민하는 듯하다 "100만 원이니까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바다돼지 씨는 240만 원 월급을 받고 있다.

35세 소라(남·회사원) 씨는 응답자 가운데 유일하게 '도전'을 외쳤다. 이유는 이랬다.

"평생 벌어도 못 갚을 빚이 있고, 사채꾼들한테 쫓기며 살 바엔 차라리 게임에 참여해서 상금이라도 버는 게 낫지 않겠나. 강화유리랑 유리 구별하는 건 사실 운이 걸린 일이라 그것 때문에 좀 망설여지긴 하는데 나머지 게임은 침착하게 머리 쓰면 해 볼 만하다.”

상금에 대해서는 "돈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돈을 왜 포기하나"고 반문했다.

가오리(51·여·사회복지사) 씨는 처음으로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봤다.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많긴 했지만 대체로 재미있었단다. 그렇지만 주인공과 같은 현실이라도 게임에는 참가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다. 가오리 씨는 "첫 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이미 기절했거나 바지에 오줌을 쌌을 수 있다. 난 그 정도로 겁이 많다. 456억이 수중에 들어와도 범죄 집단의 표적이 될까 봐 못 쓰고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뱀장어 씨의 가게 옆집 사장인 고래(48·남·자영업) 씨는 456명 중에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확률과 운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상금이 어마어마해서 혹하기는 하는데 과연 내가 1등을 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팀원을 잘 만나야 하는 게임도 있는데 이것 또한 미지수다. 진짜 대답하기가 애매하다. 상금은? 1등이 눈앞이라면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상금 받으면 빚 갚고, 부모님 집 새로 지어드리고, 차 바꿔 드리고, 와이프도 차 바꿔주고, 여기저기 분산해서 투자하고, 골프 치고, 낚시 다니면서 베짱이처럼 살 거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현실은 연휴에도 장사"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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