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여가부 '비혼동거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

▲ 15일 여성가족부가 '비혼동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어 진행한 토론회에서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유튜브)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우리 사회에서 비혼동거가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가족 형태가 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비혼동거 가구의 권리보장을 위한 법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 40·50대 동거, 결혼 대신 선택... 파트너와의 관계 만족도 기혼가족 평균보다 높아

15일 여성가족부는 한국갤럽 및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함께 한 비혼동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회를 진행했다. 비혼 가구 관련 국가 수준 공식 통계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토론회에는 박광동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김영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남녀 동거 경험이 있거나 동거 중인 약 3000명 대해 진행한 해당 조사를 살펴보면,동거 사유에 관한 질문에 전체 38.6%가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 동거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곧 결혼할 것이라서'(23.3%), '아직 결혼은 이르다고 생각해서'(27.4%),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25.6%)'가 뒤를 이었다.

다만, 40대와 50대의 경우, '형식적인 결혼제도에 얽매이기 싫어서'(40대 33.7%, 50대 48.4%)라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다.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고 동거를 선택한 셈이다.

동거 가구의 경우, 가사노동 및 자녀 양육·교육에서 남녀가 '둘이 똑같이' 역할을 분담하는 비율이 각각 70.0%, 61.4%로 집계됐다.

2020 가족실태조사에서 여성이 주로 한다는 응답은 가사노동에서 70.5%, 자녀양육·교육에서 57.9%로 집계된 것과 대비된다. '둘이 똑같이' 한다는 응답은 26.6%, 39.2%였다.

또한, 동거 가구 중 파트너와의 관계에 '약간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은 63.0%로 드러났다. 전체 기혼가구의 57.0%(2020 가족실태조사)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동거 가구 경험 여성의 61.7%가 관계에 만족한다고 응답하면서, 기혼 가구 여성 50.6%와 큰 차이를 보였다.

조은주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혼인 관계보다 비혼 관계가 관계에서의 만족도가 높고, 성별 차도 높았다. 왜 일반적으로 결혼하지 않는지에 대한 우회적인 답이 아니겠냐"며 "결혼했을 때의 삶과 관계 내적인 만족도가 비혼 동거 관계에서보다 높지 않다면 선택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결과를 분석했다.

■ "이미 가정의 한 형태...민법 779조 등 개정 필요해"

이미 가정의 한 형태로 선택되고 있지만, 아직 비혼동거 가구를 포섭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은 미진한 상황이다.

현행 민법 779조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등으로 정하고 있다. '배우자'의 범위는 일부 판례 등을 제외하고는 법률혼 여부에 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개별 법률에서 각 제도의 취지에 맞는 대상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고려하지 않고 편의에 따라 민법의 가족 개념을 차용하는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며 "(민법에서) 이런 식의 가족범위 규정을 가진 곳은 없다. 가족 제도는 포용적이고 유연해야 하는데, 되려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개정 필요성을 짚었다.

조은주 교수 역시 "(동거가족의 증가 등) 변화는 가치판단이나 가치평가 차원 이전에 이미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변화에 대해 동의하든 하지 않든, 이게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변화 필요성을 짚었다.

이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4%가 '수술동의서 등과 같이 의료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동거 관계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해 동일한 부모 지위 인정(61.6%), 공적 가족복지서비스 수혜 시 동등한 인정(51.9%), 사망 및 장례 시 동거인을 법적 배우자와 동일하게 인정(50.2%) 등이 필요한 동거가족 지원정책으로 꼽혔다.

한편, 이번 조사가 서로를 '부부', '커플' 등으로 인식하는 '남녀 동거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던 만큼, 차후 동성 동거 가구 등을 대상으로 조사 대상을 넓힐 필요도 제기됐다.

김영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가 비혼동거를 선택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을 가시화하고, 기존 가족문화의 문제점을 역으로 드러낼 수 있다"면서도 "이성애 동거 커플은 사실혼 조건을 달아 일부나마 인정되는 사례가 있지만, 다른 생활공동체는 아니다. 출생률을 명목으로 한 제한적 수용은 완벽한 대안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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