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까지 2122만여 명에 5조 3000억 원 지급돼...일각선 "문제 있다" 이의제기

(팝콘뉴스=박윤미 기자)*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골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습니다. 그동안의 일방향 보도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뉴스입니다. 예민한 사안의 경우 의견을 주신 분들의 성함을 닉네임으로 대신하거나 블러 처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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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나오는 지원금으로 안경 좀 바꿔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진즉에 바꿨어야 하는데 요즘에 남편 가게 장사도 잘 안되고 해서 딴 데 돈 쓸 여유가 없었거든요.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은 맞춘 지 10년도 더 된 거예요. 전에 쓰고 다니던 안경이 부러졌는데 돈 아까워서 안 맞추고 옛날 거를 쓰고 있어요. 근데 한편으로는 안경이 아니라 생활비에 보태야 하는 거 아닌가 싶고, 지금 형편에 10만 원도 넘는 안경을 맞춰도 되는 건가 고민은 되네요. 제가 이럴 줄 알고 우리 남편이 이번에는 제발 안경 맞추라고 몇 번을 얘기하더라고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주혜란 씨(43)는 9일 S카드사를 통해 지원금을 신청했고, 10일 아침 승인돼 사용 가능하다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주 씨보다 먼저 지원금을 받은 남편과 미성년인 세 아들까지 주 씨의 집 가구원 다섯 명에게 지급된 국민지원금은 총 125만 원이다. 주 씨는 일단 주말 밤에 아이들과 치킨파티를 즐기고, 주말에는 단체로 미용실에 가 머리를 다듬을 예정이란다.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지급 결정됐던 국민지원금(이하 지원금)이 지난 6일부터 지급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지역경제에 그나마 온기가 도는 분위기다.

이번 '제5차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 주는 '상생 국민지원금'과 소상공인 대상의 '희망회복자금', 신용카드 사용액의 10%를 돌려준다는 '상생 소비지원금'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국민지원금'은 1인당 25만 원씩으로 책정됐다. 저소득층의 경우 국민지원금 신청에 앞서 통장으로 추가 지원금을 선지급 받았다.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은 올해 년도 6월 납입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결정됐다. 지난번과는 달리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의 소득 범위를 중위소득 180%까지 완화한 점이 눈에 띈다.

내주부터는 요일제와 상관없이 대상자 누구나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온라인 이용이 불편한 경우 13일부터 오프라인으로도 신청하면 된다. 오프라인 접수 역시 첫 주는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제가 적용된다. 코로나19 시국에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한 장소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처로 보인다.

지원금 사용기한은 12월 31일까지. 기한을 깜빡하고 쓰지 못한 돈은 사라진다. 이 같은 내용을 잘 모르고 지원금을 아꼈다 쓰려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들의 거듭된 설명이 필요하다.

국민지원금 신청 나흘째인 9일까지 지급된 금액은 5조 3055억 원. 지급 대상자 4326여 명의 절반에 가까운 2122만 2000여 명이 지원금을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어제 하루만 55만 4000여 명이 온라인으로 국민지원금을 신청했다. 9일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4, 9인 대상자들의 신청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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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업종은 해당 지자체 안에 있는 시장이나 마트, 학원, 식당, 병원과 약국, 옷가게, 커피가게 등이다. 당연히 유흥주점과 같은 곳에서는 결제되지 않는다. 또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홈쇼핑과 대형 온라인몰 등 소상공인과 거리가 있는 곳에서도 사용 불가하다.

국민지원금 지급 개시로 지역 경제에 생기가 돌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급 대상자 결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내용으로 이의제기에 나선 이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분노하고 있다. 예컨대 재산은 없지만, 일정한 근로소득이 있는 맞벌이 부부는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했으면서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지원금을 주는 등 대상자 선정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자를 확정함에 따라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대상자 결정과 관련해 이의제기가 빗발치자 9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부의 지원금 지급 방침을 바꿔 대상자를 하위 90%까지 확대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 당의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9일 한 라디오에 출연, "최대한 이의신청을 구제하는 방안을 당·정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이의창구'를 개설하고 9일 오후 6시까지의 이의신청을 집계한 결과 약 5만 4000건이 접수됐다. 개설 당일부터 나흘간 매일 1만 3000건에 달하는 이의신청이 물밀듯 쏟아진 것이다. 이의신청에 대한 소관 업무는 국민권익위가 아닌 각 지자체에서 담당한다.

지원 대상자가 아닌 이주민들도 "지원금을 달라"며 소리 내고 있다. 9일 서울 중구 소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이주민들의 공동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전국 이주 인권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방역 정책으로 이주민들도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주민들이 재난지원 정책에서 배제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은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원금 지급 결정이 내려졌을 때부터 이 고민을 해 왔다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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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에 사는 홍주혜 씨(38)는 이번에 세 가족 지원금으로 편의점에서 명절 선물을 구매하기로 했단다. 현금으로 받았다면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께 용돈으로 드리고 싶었으나 현금이 아닌 관계로 명절 선물로 눈을 돌렸다고. 그는 "명절 때마다 선물 사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는데 잘 됐다"고 말했다.

이름 대신 '까시'라는 닉네임을 써달라는 서울 강서에 사는 34세 남성은 "지원금 받으면 무엇부터 하고 싶냐"는 질문에 짧게 "고기"라고 답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지난번에 소고기 사 먹으라고 돈 준다는 말이 생각나서 그랬다"며 "이번에도 다를 건 없다. 맛있는 거 사 먹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추격자'를 아이디로 쓰는 쉰한 살의 가장(서울 홍제·남)은 "무조건 생활비에 쓸 것"이라고 답했다. "세부 항목을 말해 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모든 것은 아내의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토요일 저녁에 회 한 접시에 소주 한잔 하면 좋겠다"는 속내도 슬쩍 비쳤다.

지원금이 현금으로 지급되지 않은 데 다소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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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최은결 씨(22)는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까닭에 "유럽 배낭여행은커녕 MT조차 다니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래서 은결 씨는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들려오면 제일 먼저 여행을 떠날 생각으로 돈을 모으고 있다"며 "아르바이트도 못 하고 지내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엄마에게 용기 내 '(내 몫은) 현금으로 주시면 안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는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하겠냐?"고 물으니 "엄마는 주실 것도 같다"고 대답했다.

남편에게 '구름이'로 불리는 38세 주부(부천 오정)는 "남편과 9월 한 달은 지원금 50만 원 안에서 생활비를 해결하자고 합의 봤다"라고 말했다. 그는 "추석이라 보너스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프리랜서인 남편의 수입이 불안정해 내 월급은 전부 저축하려고 한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올해는 많은 용돈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부모님들도 지원금을 받으셨으니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원금 소비가 시작되면서 소상공인들은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합니다'와 같은 안내문을 계산대 또는 가게 출입구 등에 붙이며 모처럼 만에 매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인터뷰에 응했던 '추격자' 씨는 서대문구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매상 좀 올랐으면 원이 없겠다"며 "요즘 매일 쿵쿵대는 심장 소리가 귀까지 들린다. 코로나 참 고역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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