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으로 얻은 교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뿐"내원상담 거부 및 사업중단 응답 대상 병원 70% 수준

▲ 1일 '장애인건강주치의사업 현황과 장애인당사자 사례발표회'에서 김필순 전국장차연 기획실장이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채널 캡처)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이 시범사업 형태로 첫발을 뗀 것은 지난 2018년이다. 중증장애인이 인근 지역에서 맞춤하고 지속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끔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실제로 해당 사업을 이용한 장애인은 등록 중증장애인 중 0.1%(1146명), 등록 주치의는 전체 의사의 0.5%인 568명에 그쳤다.

이에 장애계 시민단체가 제도 개선을 위해 현황을 파악하고 중지를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

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건강권위원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장애계 시민단체는 온라인을 통해 '장애인건강주치의사업 현황과 장애인당사자 사례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사례발표회에는 강자영 탈시설 협동조합 도약 준비위원 사회복지사, 황인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포함해 시민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사례발표와 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 운영 3년 차지만, 병원 문의하면 "시범사업이라서"

이날 사례발표에 나선 강완식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학습지원센터 소장은 건강주치의 제도 이용 '실패담'을 소개했다.

강 소장은 "시각 장애인들은 검사지 내용이 궁금할 때가 많다. 정상 범위가 어느 정도인데, 뭐가 부족한 건지, 내가 뭘 더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은데, 검사지 보면서 '좋네요', '나쁘네요' 할 때마다 난감할 때가 많았다. 그러던 차에 건강주치의 제도를 찾았다"며 "하지만 (주치의를 찾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근처 구에 있는 내과, 가정의학과 등 병원 세 곳에 전화하고 찾아가서 문의했으나 '그런 제도가 있냐'는 질문이 돌아오는 등 주치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곳에서 관련 응답을 받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 역시 비슷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활동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내 인근 등록 치과 중 8곳의 병원에 전화 및 방문해 진료가 가능한지 문의한 결과, 접근이 가능한 곳은 2곳에 그쳤다.

'맞긴 하는데, 아직 시범사업이라 해본 적은 없다'는 대답이나 '2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데 괜찮으시냐'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부연이다.

이 활동가는 "진료가 가능한 병원마저도 대기자가 많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며"중증장애인이 제도에 기대하는 것은 편리한 접근이고, 다른 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평범한 진료를 받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지난 4월부터 전국 장애인건강주치의 의료기관 89개소에 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중 약 70%에 해당하는 62개소가 당사자의 건강주치의 사업 참여를 위한 내원상담을 거부하거나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응답했다.

이유는 '이용률 저조로 인한 사업 중단',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잠정중단' 등이었다.

■ "시범사업 진행했지만 교훈 없어...작동하지 않고 있다"

특히, 1~3차 계획이 수립되는 동안 당국이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주 장애 관리 서비스의 대상 유형 확대 ▲만성질환 검사를 위한 바우처 제공 ▲교육 및 상담의 수가 개선과 방문 의료 확대 등이 담긴 '제3차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장애계는 이에 당사자가 포함된 공청회 한 번 없이 계획이 수립됐고, 계획의 방향성과 목적이 모호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시범사업'은 장애 특성에 맞는 운영 방식을 찾고, 시도하고,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있으면 왜 있는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라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도 시범사업의 교훈이라면 교훈이겠지만, 이 정도를 확인하려 2년 넘는 시간을 운영했다는 건지,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날 이선영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장애인 단체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마련해보겠다"며 "홍보, 교육, 안내 문제는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지역 장애인 건강 센터, 보건소 사업을 통해 같이 연계해 안내되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만 19세 이상 장애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81.1%였다. 전 연령 장애인 중 82.3%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진료받는다.

긴박하게 병원을 찾을 일이 잦고, 검진을 위해서도 병원을 자주 찾아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최근 1년간 병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장애인은 전체 17.2%였다.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응답은 8.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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