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가능하지만, '시장 구획' 현실화 어려워미국 '5법' 사례 등 살펴볼 필요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카카오, 쿠팡,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잇따라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갑질방지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고발되고, 일부 시정명령 및 과징금에 대해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별도의 갑질 방지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기존 '갑질방지법'이 오프라인 매장을 기준으로, 일정 매출액이나 매장 규모를 만족할 시에만 법의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에 맞는 적용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있는데 왜?

지난 19일 공정위는 LG생활건강 등이 제기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해 쿠팡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약 32억 97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행정소송을 예고한 상황이다.

네이버 역시 지난 1월 공정위로부터 자사 입점 업체를 우선 노출되도록 쇼핑 페이지 알고리즘을 조작한 건에 대해 시정명령 및 약 267억 원을 부과받고, 25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공정위와 행정소송 중이다.

이처럼 최근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대표적인 '갑질방지법' 적용 대상을 기존 오프라인 업체에서 플랫폼 업체로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 기준 '지배력 셈법'으로는 실제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을 파악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공정위의 쿠팡 제재까지는 LG생활건강의 제소부터 약 2년이 걸렸다.

현행공정거래법은 법의 적용을 받는 '시장지배적사업자'를 '경쟁 시장 내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세 개 기업 이상일 경우 75% 이상인 사업자'로 정의하고 있다.

대규모유통법에서 '대규모유통사'는 '직전 사업연도의 소매업종 매출액' 혹은 '소매업에 이용하는 매장 면적'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경우, 한 플랫폼당 입점한 산업·서비스가 다양해, 해당 플랫폼의 '경쟁 시장'을 어떻게 구획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대규모유통사' 역시 플랫폼의 소매업종 매출액을 따로 떼어 보는 것이 플랫폼이 '갑'의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는 데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콜 업체 시장 1위 사업자인 '1577 대리운전'과 현대캐피탈이 운영하던 차량 렌트 서비스 '딜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시장 구획'이 모호해 '경쟁 기업 간의 합병'으로 판단되지 않으면서,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제재 조건'을 비켜났다.

공정거래법 3장 7조는 기업결합의 당사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추정요건에 해당하거나 합계가 당해거래분야에서 1위에 해당하거나 양사 점유율 합계가 제 2위 회사 점유율과 25% 이상 차이를 보이면 기업결합을 제한하고 있다.

■ 해외에서는 '반독점 5법'...국내는 '온플법'도 아직

이 같은 상황에 해외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 방지'를 위한 규제법안이 발의되는 모습이다. 골자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셈하는 조건으로 이용자 수, 입점 업체 수 등을 두는 데 있다.

최근 미국 하원에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네 곳의 대형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한 독점 규제법안이 통과됐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순매출액 혹은 시가총액 6000달러 이상, 미국 기반 월간 사용자 5000만 명 이상, 미국 기반 월간 비즈니스 사용자 10만 명 이상 등을 만족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해 규제가 적용된다.

법안은 자사 PB상품을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문어발식 인수를 막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PB상품은, 서비스를 포함한다. 국내 카카오모빌리티의 예를 들면, 가맹 택시나 자회사가 운영하는 렌트카 서비스 등을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플랫폼에게는 어떤 상품이 어느 시점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지에 관한 빅데이터가 쌓인다. '우리가 해야겠다'는 유혹이 들 수밖에 없다. 정보독점은 산업독점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중소기업은 플랫폼에 심하게 종속되고, 플랫폼은 자사 상품을 우대하게 될 것"이라며 "현행법은 이같은 상황을 제재하기에 어려움도 있고 늦다. 우리도 시장지배적 플랫폼을 지정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달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 검토에 나섰다고 밝혔다. 당시 공정위는 "개개의 기업결합 건은 현행 심사기준 상 경쟁 제한성이 없으나 여러 시장에 걸친 복합지배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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