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사고, 쉽게 버려지는 '생명'들

▲ 서울 유기동물입양센터 전경(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바야흐로 반려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을 집으로 들여오기까지의 과정은 어떨까?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년 실시한 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구매 경로는 ▲지인 간 거래(61.0%) ▲펫숍 구매(31.3%) ▲기타(7.4%) ▲인터넷 구매(4.9%) ▲동물보호시설 입양(3.7%) 등으로 나타났다.

평생을 반려인과 함께 보내다 삶을 마감하는 반려동물이 있는가 하면. "더 이상 귀엽지 않다",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 "계속 시끄럽게 짖는다" 등의 이유로 유기되는 반려동물이 한 해 십만 마리가 넘는다.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 유기동물은 13만 마리가 발생했다. 이 중 다행히도 주인을 찾아 집으로 돌아간 동물은 고작 11%에 그쳤다.

가족을 찾지 못한 나머지 12만 마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서울 유기동물입양센터를 다녀오다


▲ 뒷마당과 앞마당에 매트를 널어두었다(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11일,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를 다녀왔다. 이곳은 동물보호 캠페인과 홍보, 동물보호를 위한 교육사업과 입양을 돕고 있다.

이날 서울 유기동물입양센터에 모인 봉사 인원은 총 7명. 슬쩍 곁눈질로 살펴보니 모두 반바지, 슬리퍼에 맨발 차림. 고개를 내려 보니 긴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내 옷차림에 불안한 예감이 엄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에게 주어지는 물걸레 밀대. 입양 상담 내지는 카페 방문을 위해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만큼 방역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법. 우선 방역을 위해 소독약을 분사하고 물걸레로 꼼꼼히 바닥을 청소한 뒤 바닥에 깔린 매트는 물로 헹구고 볕이 잘 드는 마당에 널어뒀다.

매트 하나 당 두 사람이 붙어 총 다섯 개의 매트를 너는 작업을 마치자 한바탕 물을 뿌려 본격적인 물청소가 시작됐다. 봉사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신이 난 개들이 견사에서 우렁차게 짖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바지 밑단과 신발이 축축하게 젖고 나서야 물청소가 끝났다. 청소 내내 굽힌 허리를 들자 기름칠을 하지 않은 녹슨 로봇처럼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숨을 좀 돌릴까 싶은 찰나, 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 친구들과의 산책 미션이 내려왔다.

▲ 오늘 처음 만난 몽글이(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산책 도중 길가에 실례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배변 봉투를 지급받고 총 4명의 봉사자들이 차례로 길을 나섰다. 하네스와 목줄을 매고 나온 개들은 꼬리를 살랑살랑 발걸음도 사뿐사뿐한 것이 '나 지금 기분 좋아!'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바라보는 시선과 입가에 절로 흐뭇함이 묻어 나왔다.

이날 기자와 산책 파트너를 이룬 친구는 몽글이. 비숑프리제 견종치고 큰 편에 속해 산책하는 내내 끌려다녔다.

이 친구는 체중이 10㎏을 넘어 다이어트가 필요하단 설명을 들었다. 중형견에 속하는 데다 덩치도 커 꽤 애를 먹었다.

어찌나 앞서 걸으려 하는지, 또 호기심도 제법 많아 길가에 핀 꽃, 수북한 풀더미, 옆집에서 키우는 개, 고양이가 해두고 간 실례 등 중간중간 개의 흥미를 끄는 '놀잇감' 앞에 발이 멈추는가 하면 풀썩 주저앉아 갑작스러운 휴식 타임을 가지는 등 예상치 못한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길가를 오고 가는 차들도 커다란 위험요소다. 갑작스럽게 개가 튀어 나갈 수도 있으니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목줄을 팽팽하게 잡았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걷던 길이 개와 함께 걸으니 전혀 다른 세상으로 다가왔다.

고작 몇 시간만을 돌보는 것뿐임에도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지는지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하고 있다면 그에 앞서 센터를 방문해 견사 청소와 산책 등을 직접 경험하길 권하고 싶다.

이날 봉사를 나온 강은혜 씨는 "한 달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직접 와서 보시면 알겠지만 유기견이라고 해서 성격에 문제가 있거나 결함이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들이 많다. 펫숍에서 '구매'하지 마시고 마음으로 '입양'하시는 건 어떨까?"라며 유기견 입양을 권했다.


쉽게 사들인 만큼 쉽게 버려진다


▲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달래(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센터에 들어오는 유기견들은 견종을 가리지 않는다.

닥스훈트, 포메라니안, 믹스 등 펫숍에서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소위 '품종견'부터 시고르자브종(시골 잡종)이라 불리는 '믹스견'까지 가지각색이다.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에서 2년째 근무 중인 김민진 매니저는 유기견 발생의 원인에 대해 동물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을 지적했다. 유기동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전에 유기동물 발생을 야기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유기동물 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다름없다는 의견이다.

김민진 매니저는 "펫숍 등 몇십만 원에 반려동물을 사 와서 키우다 부상이나 병으로 치료에 수백만 원이 드는 경우 차라리 버리고 새로 사자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버려지는 아이들이 있다 보니 독일과 같이 반려동물을 들이기 위해 시험을 봐야 하고 높은 비용을 치르게 된다면 유기동물의 수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반려견 등록제에 대해 수시로 불시 검문을 벌여 동물 칩이 내장돼 있지 않은 반려견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직장인들의 휴가가 몰려 있는 7~8월은 반려동물들에게 있어 긴장의 달이다. 이때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이들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발표한 '유실유기동물 월별 분포 그래프'를 살펴보면 2월에는 9155마리였던 수치가 7월에는 1만 3700마리까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여름 휴가철마다 유기동물 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 평일에는 카페 겸 센터, 주말에는 카페로만 운영되는 서울유기동물보호센터(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서초구의 경우 여름 휴가철 반려견 돌봄 서비스를 지난 8일까지 제공했으며, 청주시는 동물위탁관리업소 90개소를 대상으로 점검에 나섰다. 휴가 기간에 반려동물을 위탁관리업소에 마치고 찾아가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시 관계자는 밝혔다.

꾸준히 유기동물들이 센터로 들어오다 보니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에서는 수시로 자원봉사 예약을 받고 있다. 자체 인력만으로는 센터 운영비를 위한 카페 운영이나 유기동물을 돌보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홈페이지를 방문해 자원봉사 신청 페이지에서 원하는 날에 봉사 예약을 할 수 있다. 봉사활동은 중학생부터 가능하다.

김민진 매니저는 "현재 센터에 있는 몽글이는 입양자가 결정됐고, 자매인 무지와 단지 중 단지도 입양처가 정해졌다. 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가족을 만나는 걸 보며 매번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며 센터 근무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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