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해외여행 특별여행주의보 기간 연장 발표에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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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 특별여행주의보'가 8월 14일까지 한 달 더 연장됐다. 2년 가까이 제자리걸음만 하다 어렵게 해외여행을 결정한 많은 이들이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모처럼 만에 어깨를 펴려던 여행사들도 코가 쑥 빠졌다.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 특별여행주의보'는 지난해 3월 23일 최초 발령됐으며, 3개월(90일) 간격으로 재발령을 거듭했다. 가장 최근 발령은 6차로 원래 '6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였다. 그러나 7월 시작과 함께 확진자 수가 천 명을 넘어선 데다 델타 변이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정부는 서둘러 수도권에 대한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조치와 함께 특별여행주의보 6차 발령 기간을 수정했다.

외교부는 지난 15일 대한민국 국민의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2021년 6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6차 발령한 특별여행주의보를 8월 14일까지 한 달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기간 연장을 발표하면서 외교부는 "해외여행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달라"며 "해외 체류 중인 국민은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변 안전에 특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7월부터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 한해 접종 2주(14일) 후부터 공원이나 산 같은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일상의 회복을 손꼽아 온 많은 사람이 7월을 기다린 이유다.

그러나 정부의 전망은 대반전을 일으켰다. 노마스크는커녕 확진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노마스크는 시기상조"라며 걱정하던 사람들은 정부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다. 정부 방침을 묵묵히 따랐던 사람들도 이번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코로나19와) 공존 밖에는 답이 없다"며 정부 방침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특별여행주의보 기간 연장 발표에도 여행 가방을 꾸리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알려진 연예인 한예슬 씨는 지난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천공항 국제선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이튿날인 16일에는 미국의 한 도시에서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동안 휑했던 인천국제공항에도 우리나라와 트래블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협약을 맺은 괌이나 사이판 등지로 여름휴가 떠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매스컴에 노출되면서 해외여행이 개인의 자유인지, 이기심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참고로 30일 0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국내 발생 신규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1662명, 해외유입 확진자는 48명이다.

팝콘뉴스 'O명에게 물었습니다'는 여행을 좋아하는 네 명 남녀에게 '돈과 시간이 많은 상황'을 가정해 '현 시국에 해외여행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네 명 중 세 명은 '노'를, 한 명은 '예스'라고 답했다. 그들이 말하는 '코시국의 해외여행'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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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업무로 베트남 출장이 잦았던 김은하(여·43) 씨는 "여행이라는 것이 개인의 자유이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코로나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황인데 굳이 이런 혼돈의 시기에 해외로 여행을 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해외여행에 대한 불안감을 밝혔다.

은하 씨는 "우리 회사는 베트남에서의 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돌아오자마자 가방도 풀지 못하고 다시 공항으로 나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공항에 나간 적이 없다"며 "회사에서는 출장이 가능한 상황이면 어떻게든 보내려고 했을 텐데 알다시피 현재 베트남은 셧다운 상태다"고 말했다.

서울 마곡에서 작은 커피가게를 운영하는 최경선(남·46) 씨는 김은하 씨와 다른 생각이다.

경선 씨는 "돈과 시간이 충분하다는 전제가 깔렸는데 해외여행을 못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반문했다.

또 "한국에만 있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고, 해외에 나갔다가 온다고 반드시 감염되는 것도 아니지 않냐"라며 "전 세계가 동시에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지 않는 이상 어디든 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코로나 걸려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여행 갈 만큼 여행에 미쳐 있지는 않다. 단지 우리나라와 트래블버블 협정을 맺은 국가들, 그리고 코로나 청정 국가들이 있으니 그런 곳으로의 여행 정도는 조심하면서 다녀와도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실상은 시간도 돈도 없다"며 웃었다.

김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윤주(38) 씨는 300만 팔로워를 가진 여행커뮤니티 '여행에 미치다'에서 매일 색다른 여행지를 검색하는 것이 취미일 정도로 여행을 즐겼던 '프로 여행러'다. 웬만한 남자들도 적응하기 힘들다는 인도까지 섭렵했을 만큼 그녀의 여행 근육은 발달해 있다.

윤주 씨는 최근 교사들과 함께 백신을 접종했다. 그리고 곧 학원은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그렇지만 윤주 씨는 해외여행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해외여행 안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전국이 초비상인데 '백신 맞았으니까 괜찮겠거니' 하고 해외여행 가는 거, 너무 바보 같은 생각이다. 어차피 지금까지 못 갔는데 조금 더 참았다가 실컷 가면 될 걸, 뭐 급하다고 다들 말리는 통에 나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주 씨는 요즘 남편과 시간이 맞을 때마다 캠핑을 다니며 이른바 '캠퍼' 생활로 여행의 갈증을 덜어내고 있다.

네 살 아들을 둔 주부 김민경(43) 씨는 결혼 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와 일본에서 각각 1년 이상 지냈을 만큼 해외 생활을 좋아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 캐나다에 사는 친구 집에서 아들과 한 달간 지내다 귀국했다고 한다. 귀국 후 바로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금방 보자"라고 약속한 친구와의 재회는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민경 씨는 "백신도 맞고, 형편도 된다면 해외여행 가는 거 고민해 볼 것도 같다"라면서도 "그렇지만 나 혼자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신중히 생각해 볼 건 같다. 이제는 아이도 있어 이런 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위 4인과 마찬가지로 해외여행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은 대체로 '자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면 최근 여행신문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3229명 중 83%가 '백신 접종하면 1년 내 해외여행 가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나 이들 응답자 중 58%는 해외여행을 위해 잔여 백신 예약 등 백신 접종을 서두르겠다는 항목에 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뷰이 김윤주 씨는 "익명이 보장되는 인터넷상에서는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댓글이 많지만, 실은 누구나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것"이라며 "그런데도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삼가는 것은 여전히 코로나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고, 백신의 효과 또한 100%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고 말했다.


코시국 해외여행을 반대하는 당신, 안녕히 지내십니까?


휴가철인 요즘, 강원도와 제주도 등 경치 좋고 물 맑은 여행지에는 여름휴가를 즐기러 온 피서객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해외여행은 못 하지만 여름휴가를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도시를 떠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휴가철이 빨리 지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강릉은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거리두기 4단계 상태다.

강릉시 내곡동에 사는 70대 A 씨는 "우리는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집에 박혀 있는데 서울에서 어디에서 여행들을 그렇게 온다고 들었다. 여행 안 하면 무슨 일이 나냐"며 "제발 강릉에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근 많은 여행객에게 사랑받는 제주도 이호테우 해변과 강원도 양양 해변이 쓰레기로 뒤덮인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되며 애꿎은 이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인터뷰이 최경선 씨는 "댓글로는 모두가 '깨시민'인 척하지만 이게 진짜 민낯이다"며 "우리는 중국 욕할 게 하나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시에서는 지난 26일 밤 10시를 기준으로 이호테우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음주 또는 취식 행위를 일제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이를 어기면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선전포고했다.

해외여행에 목마른 사람들을 겨냥한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와 식당들은 코시국에 호시절을 누리고 있다.

▲ 괌 분위기를 연출한 안산의 한 카페(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최근 오픈한 안산의 한 카페는 괌을 옮겨다 놓은 듯 착각이 들 만큼 괌 분위기를 제대로 연출하고 있다. 카페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는 데다 열대 나무, 라탄 소재의 각종 소품에 많은 여성이 이곳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고 있다.

용산 쇼핑몰에 있는 식당 한 곳도 홍콩 현지 식당과 흡사한 분위기로 홍콩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식당들이 줄줄이 간판을 내리는 풍경과는 반대로 이곳은 늘 식사하러 온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한편, 춘천의 한 사회복무요원이 해외여행을 위해 모은 경비 1000만 원을 자신이 근무하는 춘천시립양로원에 기증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주인공은 스물일곱 살 청년 김세진 씨. 그는 복무 후 해외여행을 꿈꾸며 대학생일 때 공장 다니며 모은 월급과 사회복무요원 급여를 모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어르신들이 유난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셨다"며 "어르신들과 직원들에게 작게나마 보탬이 될 방법을 고민하다 시설개선공사 소식을 듣고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20년에는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기도 했다.

김 씨의 이 같은 선행에 강원지방병무청은 표창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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