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고객 모집하고 공간 다변화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지난 22일 마포구 메가박스의 한 개봉작 상영관에는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이 거리두기 좌석을 비워두고 띄엄띄엄 앉았다. 두 손에는 팝콘과 음료 대신, 영화표와 A3 사이즈 '특전(관객 증정 상품)' 포스터를 나눠 쥔 채였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영화관 전체 관객 수는 200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2% 감소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적용된 2004년 이후 최저치다. 최근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며 운영시간이 밤 10시까지로 제한되면서 영화관의 한숨이 더 깊어졌다.

이에 따라 극장가는 애니메이션이나 시리즈물 등 작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관객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펼치거나 상영관을 전시 공간으로 꾸미는 등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다.


굿즈부터 재개봉 명작까지...'덕심저격'으로 관객몰이


▲ 메가박스 이벤트 페이지에 게시된 영화 '은혼 더 파이널' 매니아 티켓(사진=메가박스 홈페이지 캡쳐) © 팝콘뉴스

영화진흥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봉작은 332편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6.2% 증가했다. 상영작은 늘고 관객은 줄어든 셈이다.

이에 영화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찾을 관객들을 타깃 삼아 마케팅에 나서는 모양새다.

메가박스는 지난 22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은혼: 더파이널'의 일본 현지 포스터를 종이 티켓을 가진 관객에게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종이 티켓을 극장 직원에게 전달하면 확인 후 상품을 전달받는 식이다.

메가박스 회원에게는 등장인물의 스틸컷이 담긴 특별 티켓도 추가 증정된다. 여기에 더해, 영화관 내 키오스크를 통해 한정판 직소 퍼즐도 판매 중이다.

이 같은 증정품과 굿즈는 대부분 한정판으로 지점별 선착순 소진돼, 작품의 팬들이 영화관을 서둘러 찾도록 역할하고 있다. 특히, 마니아 팬층을 보유한 영화의 경우, '다회차 관람객'이 발생하기도 하는 만큼, 굿즈를 통한 관객 유인에 더 불이 붙는다.

지난 1월 국내 개봉해 마니아층의 호응으로 큰 흥행을 거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당시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에서 '주차별' 특전을 선보이는 등 굿즈 경합에 나선 바 있다.

자체 기획 티켓, 포스터, 배지, 캘린더 등 다양한 품목이 특전으로 제공됐고, 직소 퍼즐, 캐릭터 카드 등 다양한 굿즈와 티켓과 따로 또 같이 판매됐다.

CGV는 아예 자체 온라인 굿즈 판매샵 '씨네샵'을 마련, 굿즈의 배송 판매에도 나섰다.

작품 팬들의 관람이 예상되는 명작 영화의 연이은 재개봉도 눈에 띈다. CGV는 7월 '한국공포영화명작전'을 통해 '기담', '장화, 홍련', '폰' 세 편을 리마스터 상영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진행되는 '한국명작영화 재개봉전'의 일종이다.

롯데시네마는 홍콩 배우 장국영의 유작 '이도공간'을 지난 21일부터 단독 상영했다. 자체 기획 시그니처 아트카드 역시 선보여, 관객몰이에 나선다.


'영화' 말고 전시, 게임, 팬미팅... 콘텐츠 다변화


▲ (사진=CGV) © 팝콘뉴스

'영화 상영'으로 수익을 챙기기 어려워진 상황의 타개책으로 상영관을 채우는 콘텐츠 다변화에도 나섰다.

CGV는 25일 전국 12개관에서 아이돌 그룹 브레이브걸스의 팬미팅을 생중계한다. 약 2시간 동안, 비대면 공연 및 팬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초에는 일부 상영관을 '콘솔 게임' 게이머들에게 대관해 넓은 스크린을 통해 게임을 진행토록 하는 대관 프로그램 '아지트엑스(AzitX)'를 운영, 공간의 쓰임을 넓힌 바 있다.

영화관의 역할을 '영화상영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전하겠다는 발표도 잇따른다.

CGV는 지난해 6월 예술·문화 콘텐츠 브랜드 'ICECON'을 론칭하고 운영에 나섰다. e스포츠 중계, 공연장 실황 중계, 강연 등 지식 콘텐츠 및 유튜브 콘텐츠 상영 등 영화관의 쓰임새를 다양화할 수 있는 '대체 콘텐츠'의 개발이 브랜드의 역할이다.

실제로 최근 e스포츠 프로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메가박스는 일부 지점을 통해 클래식 및 오페라 음악회 실황중계에 나선다. 메가박스 큐레이션 서비스 중 '클래식 소사이티'를 통해서다.

다만, 이 같은 시도에도 전체적인 부진을 떨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나온다. 또, 코로나19로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코로나19가 잦아든 후에도 영화관이 예전과 같은 활기를 띠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KB증권은 지난 5월 CJ CGV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강한 수요반등이 예상된다"면서도 글로벌 OTT 확장으로 인한 극장 수요 감소 우려, 코로나19 재확산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영화관 업계에서는 공간 다변화로 수익 모델을 찾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지난 5월 12일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속한 한국상영관협회와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위탁사업주는 '영화관 업계 정상화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발전기금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극장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무 한국상영관협회 회장은 "영화발전기금은 영화계가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매년 티켓값의 3%를 거둬 조성한 돈"이라며 "극장을 포함해 영화업계 구제를 위해 쓰이는 것이 당연한데도 정부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키워드

#영화관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