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대선 공약으로 흉악범에 대한 사형집행 뜻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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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흉악범에 대한 사형집행은 재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홍 의원은 "전력을 다해 정권 교체할 것을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약속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따라서 이 발언은 홍준표 의원의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가 됐다.

홍준표 의원의 발언 이후 사형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24년간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가리키며 "사실상 사형 폐지국인 나라에서 사형 폐지국 선언은 하지 못할망정 이제 와 사형집행을 하라니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냐"며 홍 의원을 비난하는 의견들이 있는가 하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적합한 처벌은 사형밖에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마지막 사형집행이 이뤄진 것은 지난 1997년 12월 30일. 여섯 살 여자아이를 강간 살해한 임풍식, 내연남과 함께 남편을 독살한 한재숙, 150차례의 강도 강간을 저지른 태규식 등 총 23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후 24년이 지난 지금까지 더 이상의 사형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서도 우리나라가 사형집행을 중단한 지 10년째 되던 해에,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국제사회에 사형집행 폐지국 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국제앰네스티는 사형제를 '잔인하고, 생명을 빼앗는 제도'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동·남아프리카 지역 데프로즈 무체나(Deprose Muchena) 국장은 "사형이 범죄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증거는 없다. 정의는 사람을 처형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뿐 아니라 국내외 거의 모든 종교단체와 인권단체에서는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며 '생명의 존엄'을 이야기하고 있다.

2009년 2월 16일 선종한 故 김수환 추기경 역시 대한민국의 사형제 폐지를 위해 앞장선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김 추기경은 사형집행이 이뤄지던 지난 1993년 평화방송에 출연해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다. 용서는 바로 사랑이기도 하다. 여의도 질주범으로 인해 사랑하는 손자를 잃은 할머니가 그 범인을 용서한다는데 나라에서는 그런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사형을)집행하려고 한다"며 사형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사형집행이 중단된 이후에도 교도소를 수시로 드나들며 사형수들을 만났다. 2000년에는 불교와 개신교 지도자들과 함께 '사형폐지 촉구 3대 종단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사형수는 61명이다. 이들은 사형선고는 받았지만 사실상 무기징역을 사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24년간이나 사형집행을 중단했음에도 사형폐지를 선언하지 않는 것은 살인과 같은 흉악한 강력범죄가 계속되고 있으며, 피해자 가족은 물론 사형선고 및 사형집행을 촉구하는 국민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른바 국민의 법 감정 때문이다.

범죄심리학자인 박지선 교수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 "피해자를 위로하는 방법은 피의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것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고 박지선 교수가 사형제에 찬성하는 뜻을 밝힌 것은 아니다.

사형집행을 촉구하는 국민 중 상당수가 박지선 교수의 말과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극악무도하게 사람을 죽인 범죄자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거나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니 강력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는 "살인자라 해도 그 범행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확증이 없다"며 "무고한 사람이 사형당할 경우 징역형과 달리 어떤 형태의 보상도 불가능해진다"고 사형제 폐지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밝혔다.

또 "여론 때문에 사형제를 폐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 다수가 원하면 고문이나 노예제 등도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사형제 폐지 국가들도 대부분 국민 다수의 반대 속에서 사형제를 폐지했다. 막상 사형제가 폐지되고 난 이후 국민의 저항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이 SNS를 통해 '사형집행'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 국민은 실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평범하게 사는 보통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사형집행과 관련한 다섯 명의 생각.(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사형집행 부활에 관해 응답자 다섯 명 중 세 명은 사형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두 명은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대자 세 명은 실명을 밝혔지만, 찬성한 둘은 익명 처리를 요청했다. 홍준표 의원이 "사형집행을 지지하면 극우로 내몰리고, 사형집행을 반대하면 인권주의자로 칭송받는 잘못된 풍조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말처럼, 사형제 찬성을 주장하는 것이 곧 '사람을 죽이는 것에 죄의식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짐작된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경비교도대에서 군 생활을 한 P씨(44)는 "사형은 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군에서 많은 기결수, 미결수를 봤다.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장면도 본 적이 있다. 누군가는 사형수를 가리켜 '원래는 보통 사람과 같이 선량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사형수들은 애초에 교화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타인의 생명을 박탈한 잔인한 범죄자이다. 사회에서 영구적인 격리가 필요하기에 사형을 선고받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형수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 사형집행에 찬성하는 것도 그들을 실제로 오래 겪었기 때문이다"며 "사형을 반대하는 분들은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자비는 왜 사형수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사형제에 찬성한 S대학교 사회복지학과 K 교수(64)는 "개인적 신념과 사회복지학과 교수로서 복지적인 측면으로의 접근을 놓고 봤을 때 사형제에 대한 상당한 괴리가 있다. 그래서 실명을 밝히기가 어렵다"며 "개인적으로는 입에 담기 어려울 만큼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본보기로라도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복지적 측면에서는 이를 예방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또 범죄자의 유년 시절, 가정환경 등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매우 세부적인 것은 알지만 사형선고에 대한 기준만큼은 더욱더 구체적이고 정확할 필요가 있다. 누구든 이런 죄를 지으면 사형을 당한다고 알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형제 및 사형집행에 반대한 3인은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먼저 한양사이버대학교 법공무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홍선혜 씨(42)는 "법을 공부하고부터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법치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씨는 "홍준표 의원과 같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물론 필요하다. 그래야 흉악범들이 겁을 좀 먹지 않겠나. 그렇지만 사형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단 1% 오류도 없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사형은 집행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법을 공부한 장애인인식개선교육센터 강사 김기택(45) 씨는 "대중들이 흉악범에 대해 반드시 사형이 집행되어야 한다는 말에 찬성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법원의 판결이 언제나 바른 판단이 아닐 수도 있고, 판사들도 실수할 수 있기에 흉악범을 반드시 사형시키기보다는 흉악범의 경우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한다든가 평생 강제노역 등으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고 말했다.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김상진 관장(54)도 "흉악범일지라도 사건 수사가 잘못됐을 수도 있고, 생명 존중을 위해서라도 사형집행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3인의 우려와 같이 실제 미국에서는 2017년 사형수인 한 남성의 무죄가 사형집행 후에 밝혀지는 일이 있었다. 이 일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려졌으며,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사형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밝히며 SNS 등을 통해 사형제 폐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살인을 저지른 자에게 형법 250조에 의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정인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회는 2월 26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했다. 이로써 아동학대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했을 때는 사형, 무기, 또는 징역 7년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된다.)

한편,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2008년 사형제도와 관련해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한 정의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사형보다 범죄자에 대한 법익 침해의 정도가 작은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은 사형만큼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08헌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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