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있는 조사 위해 당국 직접 조사 필요...5인 미만 사업체 등 일괄 적용도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지난 2019년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내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항이 신설되고 시행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직장 갑질' 소식이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조사를 사용자가 담당하는 구조 자체의 개선과 근로감독관의 전문성 제고, 사각지대 해소 등을 제언한다.

■ '처벌 조항' 신설됐지만...조사 주체 '사용자' 안 바뀌면 실효성 '미미'

일명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불리는 근기법 제 76조는 ▲사용자가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하며 ▲괴롭힘 발생 사실이 드러날 시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조치를 취하고 ▲사용자가 신고자 혹은 피해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적고 있다.

사용자에 조사를 강제할 수 있는 '처벌조항'이 없다는 그간의 지적도 오는 10월 시행되는 신설 조항을 통해 일부 해소에 나선다.

오는 10월 14일부터 괴롭힘을 알고서도 방치하거나 조사 중 비밀을 누설한 사용자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발생하고, 피해근로자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용자가 조사 책임자로 나서는 현재 구조를 유지하는 한, 실효성 있는 법안 작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근기법은 '사용자'를 괴롭힘 신고를 조사하고 징계 내리는 주체로 설정하고 있다. 요컨대, 노동청이 직접 조사에 나설 근거조항이 없다.

'폭행', '성폭력' 등 근기법이 노동청에 조사권한을 부여한 사안이 아니라면, 국민신문고의 '민간 기업 갑질 신고' 등을 이용해 노동청에 곧장 신고하는 경우에도노동청의 역할은 사측이 제출한 조사보고서를 '검토'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조영훈 노무법인 오늘 노무사는"(10월 벌칙조항이 신설돼도)사용자가 조사위원회를 꾸려 '괴롭힘이 아니'라고 하면 그대로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것은 여전하다"며 "(조사의 주체가 사용자라면)여전히 피해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신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 법안 '사각지대' 5인 미만 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심한 정도' 응답률 높아

근기법 제 11조 '적용범위'를 보면, 근기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4인 이하 사업장은 최저임금, 퇴직금, 근로계약서 작성, 해고 예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일부 조항만 적용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빠져 있다.

하지만, 지난달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 중 그 정도가 '심각하다'고 표현한 비중은 52.1%였다. 300인 이상 사업장 응답자의 32.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더 심한 갑질'을 겪는다고 호소하는 노동자를 법이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조영훈 노무사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5인 미만 사업장이 해당 규정에서 제외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동자성 인정이 어려운 프리랜서 및 특수고용노동자, 가해자와 소속이 다른 하청·위탁·용역 노동자도 법령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이에 지난 15일 직장갑질119가 주최한 관련 온라인 토론회에서는 김유경 노무사를 통해 대안이 제시됐다.

김 노무사는 고용 형태 및 법적 지위를 불문한 당국의 직접 조사, 직장갑질 반복되는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5인 미만 사업장 법령 적용 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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