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를 바탕으로 하는 기사, 이모티콘 사용 문제없나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골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습니다. 그동안의 일방향 보도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뉴스입니다. 예민한 사안의 경우 의견을 주신 분들의 성함을 닉네임으로 대신하거나 블러 처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문자의 실종이자 기사 내 이모티콘 등판의 예. 대한민국 1위 포털사이트의 인기 기사 랭킹으로, 왼쪽은 7월 15일, 오른쪽은 7월 16일 자다.(사진=네이버) ©팝콘뉴스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모티콘'의 등장 덕분이다.

누군가는 '이모티콘'을 '현대판 상형문자'라고 했다. 직관으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모티콘은 이해하기 쉬운 데다 재미까지 있다. 때문에 이모티콘은 사람과 문자가 있는 곳 어디에서나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채팅앱은 물론이고,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의 게시 글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오히려 이모티콘 없이 열을 맞춘 텍스트는 읽는 이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요즘 학생들은 종이에 일기나 편지를 쓸 때도 ^^(웃는 표시), ㅜㅜ(우는 표시) 같은 이모티콘을 자연스럽게 쓴다. 이처럼 이모티콘은 우리 생활에 말이나 글만큼 중요한 소통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이모티콘이 기사에까지 등판했다. 아직은 가십거리 기사에 ♥(하트)를 넣은 정도지만, 어쨌든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기사에, 그것도 기사의 전체를 보여주는 제목에 이모티콘이 들어간 이 변화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언론사가 경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 이모티콘'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제목에 하트 이모티콘이 들어간 연예 또는 스포츠 기사에 대해 질문을 받은 8명은 1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직업 또한 다르다. (될 수 있는 대로 이들이 보내온 답을 그대로 실었다.)

우선 10대와 20대는 이 질문의 의도를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10대 구준혁 군도, 20대 황규림 씨도 온라인 뉴스 기사에 하트가 들어가 있는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짧은 답장을 보내왔다.

▲ [O명에게 물었습니다] 단체 채팅방 재구성(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서울 양천구에서 16개월 이란성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정유정(37) 씨는 "질문을 받고서야 ♥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고백했다. 유명 항공사 스튜어디스인 그녀는 2년 가까이 휴직 중으로, 아이들이 잠든 시간을 틈타 스마트폰을 볼 수 있는 정도이며, 연예인 기사에 큰 관심이 없다고 했다.

정 씨는 "(제목을) 읽는 자체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질문을 받고서야 알았다"며 "모든 하트가 연인 이름 사이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사랑하는 누구의 누구, 이런 식도 많다. 이건 내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지금 약간 충격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무원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김준숙(61) 씨는 기사 제목 내 하트 사용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공공성을 띠어야 하는 신문 등 언론에 게재되는 기사는 서로 다른 성향의 수많은 구독자를 생각해 개인적인 취향의 이모티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며 "하트는 물론 그 어떤 이모티콘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이걸 그대로 (생각 없이) 따라가는 다른 언론사들은 왜 더 나은 차별화를 생각하지 않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요리사인 43세 최유미 씨 또한 비판적인 입장이다.

그는 "기업의 공문이나 비즈니스 메일에 이모티콘이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기사도 마찬가지다.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기사의 역할에 신중함이 결여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에 기사의 신뢰도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행위다"며 "언택트 시대, 이모티콘 시장이 점점 커지는 때에 너무 갈라파고스 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언론이 신뢰를 상실한다면 시대의 변화를 맞춘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50대인 이언숙 씨는 하트를 보면 기사가 아닌 블로그 게시글 또는 일기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그런 기사가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요즘 트렌드인 것인가 싶기도 했다. 또 '내가 나이 들어 그런가?', '꼰대가 되어 가는 건가?' 하고 슬픈 기분까지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 제목의 기사는 읽지 않는 것으로 소심하게 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 [O명에게 물었습니다] 단체 채팅방 재구성(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교편을 잡는 김윤경 씨는 하트가 들어간 기사 제목을 보면 "연예 기사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으니 제목을 길게 쓰기 힘들어서 사용하는 것 같다, 재미와 흥미를 끈다, 라고 말하더라. 깜짝 놀랐다"며 "10대들에게는 이모티콘 사용이 너무나 익숙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을 둔 박연주 씨는 최근 복직했다. 그는 항공사 직원으로 지상직을 맡고 있다.

박연주 씨는 "'소통'을 생각한다면 (이모티콘 사용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어진 답은 달랐다. 박연주 씨는 "기사 제목은 내용을 축약해서 한 줄로 표현한 것인데, 이모티콘 자체만으로는 그 내용을 단번에 알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신애라♥차인표', '장동건♥고소영'과 같이 유명 연예인 부부 이름 사이에 들어간 하트는 그 의미를 알지만, 모르는 유명인의 이름 옆에 붙은 하트는 부부를 의미하는 것인지 연인인지 연애한다는 것인지 기사를 봐야만 알 수 있다. 연속극에서 커플을 연기하는 연예인의 실제 본명에 하트가 들어간 것도 봤는데, 자칫 오해 소지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기사들을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읽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앞서 처음 응답했던 10대 독자는 뒤늦게 톡 하나를 더 보내왔다. 그는 "스티커나 이모티콘 없이 길게 보낸 톡은 아예 읽지도 않고 꺼버린다"고 했다. 뒤이어 "가끔 엄마가 야단치고 나서 카톡으로 뭐라 뭐라 하는데 내가 답장으로 이모티콘 보내면 화낸다. 엄마는 이모티콘이 장난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진지하다. 또 문자 길게 쓰는 거 너무 귀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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