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행동 카라 등 50여 개 동물보호단체 동대구역 광장서 대규모 집회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대구에서 열린 칠성 개시장 폐쇄 촉구 시위 참석자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 팝콘뉴스


초복이던 지난 11일. 대구 북구의 칠성 개시장과 동대구역은 개고기를 사 먹는 사람들, 개 식용금지를 외치는 사람들로 각각 북적였다. 매년 복날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사람 간 교류가 조심스러운 때인 터라 이들의 집합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상 대한민국 마지막 개시장이 된 칠성시장의 상인들은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그들은 "코로나로 손님 발길도 끊겼는데 복날마저 영업을 훼방하려는 사람들로 심적 부담이 크다", "이 짓도 몇 년 안 남았다. 찾는 이들도 죄 어르신들뿐이다. 이대로 현상 유지 할 수 있게 그냥 좀 둬라. 우리도 먹고살자"고 호소하는 처지다.

반면 개식용 금지를 촉구하기 위해 대구에 결집한 전국의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개고기 식용은 현시대와 맞지 않는 야만적인 문화"라며 "당장 칠성 개시장을 없애고, 개와 고양이 식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야 할 것"을 외치고 있다.

대구에서 이 같은 소란이 일기 이틀 전, 동물권행동 카라는 9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개식용 종식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개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동물보호단체에서 개경매장 주위에 설치한 철창에 갇힌 개 사진.(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카라는 "정부가 40년 넘게 '사회적 합의'를 외치며 개식용 산업을 방조하는 사이 연간 1백만 마리 이상의 개들이 불법 도살되고 있다"며 "이 희생은 여름철 복날에 집중돼 지금도 곳곳에서 이 땅의 개들이 피비린내 진동하도록 죽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간 1백만 마리 희생이라는 규모가 말해주듯 불법 개 도살은 어느 한 농장이나 개별 도살장 하나의 폐쇄로 끝날 수 없는 문제다"며 "전국의 도살장, 경매장, 개농장, 개장수, 개시장 등 모두가 죽음의 유통망을 형성하는 한통속이다. 이 죽음의 유통망 속에서 개들은 하나같이 소위 '식용개'로 둔갑하고 육고기로 상품화되어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카라는 지난 2018년 개식용 종식과 관련한 국민청원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카라는 "국민청원이 40만 명을 넘었을 때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을 대변하는 청와대는 적어도 개를 가축에서 제외함으로써 반려동물로서 개의 법적 지위를 공고화하는 축산법의 정비를 약조한 바 있으나 약속은 무참히 짓밟혔다"며 "개식용 종식법안이라 불리던 트리플 3법 개정안(동물보호법, 폐기물관리법, 축산법) 또한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계속 피하려는 정부의 의지 미비로 추진이 좌절,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이제는 끝내자'고 개식용 종식을 외치는 시민들 앞에서 두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업계의 불법 행위마저 방조하고 있는 정부는 그 직무유기와 업무 태만이 수치스럽지도 않은가"라고 물었다.

카라에서 제공한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경기도 개농장 전수조사 결과 영업 중인 개농장 주의 폐업 의사는 61.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라 측은 이 결과를 가리켜 "그들(개농장 주)도 업계에서 떠나길 바라고 있었으며, 개식용 종식을 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카라를 비롯한 많은 동물권 단체와 시민 활동가 등이 매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올해 초복일 역시 보신탕집들은 예년과 다름없는 호황을 누렸던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모란시장, 2019년 구포 가축시장이 사라지면서 국내 유일의 개시장이 된 대구 칠성 개시장에도 평소와 달리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곳에는 보신탕집을 비롯해 개소주 판매점 등 개를 취급하는 십여 개 가게가 간판을 내걸고 있다.

칠성시장에 다녀온 대구시민 김OO 씨는 "한쪽에서는 가게 주인들이 방금 찐 듯한 개고기를 썰어대느라 정신없었고, 한쪽에서는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개고기 먹겠다고 가게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며 "시장에서 나는 냄새도 맡기 싫지만, 더 싫은 건 웃고 떠들면서 아무렇지 않게 개고기를 씹어대는 그들"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자유기고가로 동물권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보신탕집과 개시장이 복날 특수를 누리던 시각, 대구동물보호연대 및 동물권행동 카라 등 전국 50여 개 동물보호단체는 동대구역 광장에 모여 집회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폭염 속에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까지 이들이 한달음에 모인 까닭은 '칠성 개시장 폐쇄' 및 '개, 고양이 식용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해서다. 이날 집회에는 약 2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개농장에서 식육견으로 사육되다 구조된 개.(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오위숙 대구동물보호연대 대표는 "아직까지 대구에 개시장이 있다는 사실은 창피한 일"이라며 "(일반) 시민들에게 개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개시장 철폐를 요구하기 위해 집회를 열게 됐다. 대구시는 적극적으로 나서 칠성 개시장을 폐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팝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물권을 외쳤던 배우 이용녀 씨도 이날 집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이렇게 더운 날 많은 이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하루라도 빨리 이들의 말을 듣고 응답해 달라"며 "차기 대통령 후보들도 개·고양이 식용금지법을 반드시 공약에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019년 칠성 개시장과 관련해 "대구 도심에 위치해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상인들의 생업 대책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2020년까지 개시장 정리를 약속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는 올해 1월 '칠성 개시장 업종전환을 위한 TFT'를 꾸리기도 했다. 이처럼 대구 지역 정치인 등이 동물권 단체와 시민 활동가들의 반발에 칠성 개시장 폐쇄를 위한 움직임을 약속하거나 일부 이행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 했으나 뚜렷한 결과를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시장 내 도살장 두 곳을 폐쇄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 개식용 반대 피켓(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팝콘뉴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개식용·반려동물 매매 관련 제도개선' 국회 토론회에 참석, "동물생명 존중과 동물권 보호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법률과 국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개식용 금지 관련 법률을 사회적 공론에 부치고 논의할 때가 됐다. 반대가 격렬할 수 있지만, 계곡 정비처럼 적절한 보상이나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6년 12월 모란시장 내 개 도축 시설과 개고기 취급 업소에 대한 업주의 자진 철거를 끌어낸 바 있다.

한편 동대구역 광장에서 집회를 벌인 동물보호단체들은 오는 8월 10일 제주도에서의 집회를 예고했다.

* 독자 여러분 주변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아래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동물의 개인기나 생김 등에 대해서는 제보받지 않습니다. 박윤미 기자 yoom1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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