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폐쇄 원칙 두고 조처해야" VS "예산마련과 로드맵 마련 먼저"

▲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서울프라자호텔 연회장 앞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전장연 페이스북)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지난해 12월 최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탈시설법)'을 두고 찬반 논의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찬성 측은 '시설'이라는 선택지가 남아있다면, 자립지원책이 후순위로 밀릴 밖에 없고, 장애인 당사자는 자립을 원할 때도 시설을 선택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며,완전한 탈시설 선언 이후 자립지원책을 마련 등이 후속조처로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이다.

반대 측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최중증발달장애인 등이 자립이 가능한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시설이 폐쇄된다면, 돌봄공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의 제시와 실행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설 개선은 탈 시설 아냐"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당사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면담 및 장애인탈시설법 및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전장연 활동가들은 "거주시설 개편은 탈 시설이 아니"라고 목소리 높였다.

2019년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시설 거주 67%는 비자발적으로 입소한다. 비자발적 입소 사유는 '가족들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가 44.4%로 가장 많았다. 전체 중 10년 이상 입소한 장애인은 58.1%였다.

인권위 자료에 따르면, 시설 거주 장애인 중 72.1%가 30인 이상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자립 지원이 없어 비자발적으로 입소하고, 민간 운영법인이 개선된 시설을 제공해야 하는 유인이 마땅치 않다보니 시설이 낙후하고, 낙후된 시설에 다시 비자발적으로 입소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 셈이다.

이에 당국은 소규모 시설인 '그룹홈' 운영 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시설개선'이나 '탈시설 지원'은 대부분이 민간 운영기관의 '선의'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장애계는 장애인의 '선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설 폐쇄를 결정하고, 그에 맞춘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내고 있다.

2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민주당 당사 앞에서 "지역사회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중증장애인은 시설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시설에 보호하겠다', '지금 몇 백 명 사는 것을 (몇 십 명으로) 줄이겠다'고 말하면서 그걸 탈시설이라고 얘기한다. 상식도 원칙도 아니"라며 '시혜적인 시선'을 거두라고 말했다.

최혜영 의원안 역시, "장애인 생활시설이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시설로 전환"할 때 국가 및 지자체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동시에 "10년 이내에 (장애인 거주시설등의) 폐쇄"를 정하고 있다.


"'탈시설' 아니라 '탈 수용' 외쳐야"


일각에서는 스스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지체 장애인이 아니라 의사표현이 어려운 최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원 중 80%인 2만 3635명이 지적, 자폐장애가 있는 발달장애인이다. 여기 더해, 발달장애인의 나이대가 40·50대로 고령화, 돌볼 수 있는 보호자의 연령대 역시 높아지고 있는 만큼, 돌봄의 국가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해당 돌봄을 '지역통합형 자립'을 통해 제공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각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이 다양한 만큼 지원책도 구체화, 다양화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결론 없이 '10년'이라는 기한을 정하는 것 역시 위험해보인다는 설명이다.

장애인생활시설 둘다섯해누리를 운영하는 이기수 신부는 "스웨덴의 경우 (자립 전) 장애인마다 활동보호사의 도움이 몇 시간 필요한지 확인을 한다. 20시간 미만은 지자체에서, 20시간 이상은 국가에서 담당하는 등 체계가 마련돼 있다"며 "유럽에는 지역공동체에서 대단위 주택을 이루는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현재 국내 그룹홈의 경우, 거주인수 4인 당 직원 1명이라는 체계가 일괄 적용돼, 개선 필요가 지속 제기돼 온 바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을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기준 수요는 8만 여 명이었지만, 정부의 예산은 4000여 명 분에 그친 바 있다. 지역통합형 자립생활주택의 입주는 대구 등지에서 주민들의 반발로 반년에서 일 년여 씩 미뤄지고 있다. '선택지'를 늘리는 시도는 그런 만큼 쉽지 않다.

이기수 신부는 "'탈 수용시설'은 이해할 수 있지만 '탈 시설'은 어폐가 있다"며 "시설을 선진화하면서 시설의 다양성을 마련해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국은 오는 8월 장애인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할 방침이다. 전장연은 지난 115일간 로드맵 관련 대화를 요구하며 광화문 농성을 이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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