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창, 반철진 입양연대회의 공동대표 인터뷰

▲ 지난달 11일 입양당사자 단체 연대 입양연대회의가 창립총회를 가지고 입양특례법 개정과 관련한 18개 요구안을 공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민영창, 오영나, 최형숙, 반철진 공동대표 (사진=입양연대회의)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지난해 말 서울 양천구에서 생후 16개월 입양아동이 입양부모의 학대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4년 전 대구와 포천에서 잇따라 발생한 미취학 입양아동의 학대·사망 사건과 닮은 꼴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간 입양기관의 사후 관리 미진, 입양결연 과정의 허술함, 입양아동에 대한 몰이해 등 당시 발견된 문제점이 최근 사건에서도 똑같이 드러난 까닭이다.

지난 14일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반철진, 민영창 입양의공공성강화와진실규명을위한연대회의(이하 입양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입양아동 학대의 비극을 끊어내기 위해서 우선, 공공이 책임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민간입양기관에 책임을 일임하고 공공은 매뉴얼 배포와 관리·감독만을 담당하는 방식으로는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입양결연 과정에서 드러나는 '입양에 대한 몰이해'도 지적했다. 입양부모에게 입양에 대한 이해 정도가 아니라 입양 동기를 묻는 결연 과정이 학대 입양부모라는 '악마'를 키워낸다는 주장이다.


"입양아동에 대한 몰이해, 입양부모도 불행하게 만들 수 있어"


입양연대회의는 지난 5월 11일 입양당사자 및 전문가 단체 8개가 현행 아동특례법 개정 시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기획된 입양 당사자 단체로, 당시 열여덟 개의 방안이 담긴 요구안을 함께 공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반철진, 민영창 대표는 입양과정이 무엇보다 '입양부모'가 아니라 '입양아동' 중심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 아동도 행복할 것'이라는 전제로 입양을 다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행 입양특례법은 민간 입양기관이 입양결연 과정에서 예비 입양부모의 범죄 경력, 경제력 정도, 가정 상황 등을 조사하고 법원이 별도의 가정조사, 심리검사, 에세이 제출 등을 거쳐 이를 검토, 최종 승인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입양아동이 안전한 가정을 찾는 일은 '운'에 달려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입양결연 과정이 입양부모에게 '입양을 하고 싶은 동기'는 묻지만, '입양아동에 대한 이해'는 묻지 않기 때문이다.

민영창 대표는 "현재 입양부모 교육이 "(아동케어에서 보편적인) 예방접종 시기 등은 알려주지만, 예상되는 아이의 심리변화에 대해서는 가이드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철진 대표 역시 "아이는 이미 몇 차례 주 양육자가 바뀌는 경험을 거치며 불안한 상태다. 따라서 울거나 칭얼거리는 등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며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의 입양은 아이에게도, 입양부모에게도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현행에 따르면, 예비 입양부모에게 할당된 필수 교육은 8시간에서 10시간 남짓의 강의가 전부다. 현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교육시간을 최장 28시간까지 늘리고, 교육과정을 기본·심화 과정으로 세분화하는 등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시행 전이다.

입양전제사전위탁 과정 역시 예비 입양부모의 입양아동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한다.

입양전제사전위탁은 예비 입양부모가 입양 예정 아동에 대해 법원의 입양 결정 전 양육을 시작하는 제도다. 현재 일부 예비 입양부모가 이를 선택하고 있지만, 필수과정은 아니다.

반철진 대표는 "해외에서는 대부분 아이와 먼저 살아본 다음에 법원이 판결을 내린다"며 "사실상 이 기간부터 아이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사후관리를 시작할 필요도 있다"고 짚었다.


입양대상 아동 시작은 '요보호아동'...관리 주체 일원화하자는 것


'민간에서 공공으로 책임주체 이전' 요구 역시 아동 중심의 입양체계 구축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입양아동 학대 사망 사건 이후, 사후관리 가이드라인을 한 차례 개정했다.

모든 사후관리 보고서는 대면 인터뷰를 원칙으로 작성하고, 1년 중 6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정한 것이 골자다. 다만, 이미 민간 기관에 일임하는 방식의 한계를 여러 차례 경험한 만큼, '감시'에서 '주도'로 공공의 역할을 전면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입양기관이 입양결연과정에서 이뤄지는 '조사'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정책연구원의 2018년 보고서는 "입양을 위해 존재하는 민간 기관이 예비 입양부모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렵다"고 짚고 있다.

반철진 대표는 "공공의 책임으로 전환한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적어도 국가가 로드맵 제시 등으로 의지와 계획은 보여야 한다. 2~3년 유예기간을 갖더라도 국가의 역할을 정하는 일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입양 대상 아동의 '시작'을 공공이 정하고 책임지는 만큼, 아동이 적절한 가정을 찾는 과정 역시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철진 대표는 "입양 대상 아동은 요보호아동(보호대상아동)으로 출발한다. 동시에 보호아동의 복지를 관리할 책임은 아동권리보장원에 있다"며 "요보호아동의 보호시스템 안에 입양이 있는 만큼, 같은 기관에서 (보호 역할을)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2019년 설립된 '기타 공공기관' 아동권리보장원은 원가정에서 보호가 어려운 '보호대상아동(이하 요보호아동)'의 발생부터 만 18세 보호종료 시점까지의 보호를 담당하고 있다.

다만, 입양 대상 아동의 경우, 친생부모가 양육을 포기할 시 친권이 정지, 아동에 대한 권한이 민간 입양기관으로 일시에 넘어가고, 공공의 책임은 입양기관의 감시·관리에 한정돼, 민간 입양기관의 권한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입양 당사자 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입양인 '알 권리' 보호도 여전히 미진"


이밖에 입양연대회의는 ▲친생모가 희망할 시, 입양 결정 이후라도 위탁가정이 아닌 원가정에서 아동을 보호할 수 있게 할 것▲사후관리를 사후 '지원'으로 개선할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선다.

특히, 입양기록을 공공이 발생부터 관리까지 전담해, 입양인이 자기 출생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항목에 방점을 찍었다.

2013년 실행된 아동특례법 이전까지, 입양은 아동의 출생신고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의 외부 관리·감독 없이 민간 입양기관 주도로 운영됐다.

이에 따라, 실종아동을 '고아'로 처리해 입양을 보내거나 입양 대상 아동 B를 사망한 A의 기록으로 입양보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는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입양 진행 아동에 대한 기록은 아동권리보장원에 공유되지만, 여전히 개정 이전 기록은 입양기관이 관리하고 있다.

또, 개정 이후 기록도 원본이나 스캔본이 아니라 재가공된 서류가 공유되는 등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해외입양인 선희 앵겔스토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미낫'의 한 장면(사진=커넥트픽처스) © 팝콘뉴스

반철진 대표는 "30대 40대 해외입양인의 경우에는 (정보의 제한전 접근에 대해) 분노가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입양기록을 '풀(Full)'로 받아보는 건데, 현재는 입양기관이 추려서 보여주고 있다"며 "보호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가리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내'가 어디서 어떤 식으로 이동해왔는지는 내 정보니까 알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입양특례법 36조는 입양인이 아동권리보장원 또는 입양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기 입양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미성년자인 경우 양친의 동의가 필요하며, 성인인 경우라도 친생부모의 동의가 없다면 일부 정보를 가리도록 정한다.

한편, 21대 국회에서 현재까지 제안되거나 처리된 입양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열다섯 건이다. 지난 2월 최종윤 의원 대표발의안 등은 보건복지부장관의 관련 위원회 구성 등 공공성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당국 역시 지난해 말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안을 통해 친생부모가 아동의 입양을 의뢰하는 창구를 현행 '민간 입양기관'에서 지자체로 이전하는 등 공공성 강화 방법을 찾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입양연대회의는 향후 입양특례법 개정 과정에서 당사자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로서 역할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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