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고 밥 먹고 쉬는 90년대 '영페미니스트들'의 지금 일상 담아

▲ 16일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왼쪽부터 강유가람 감독, 뮤지션 흐른, 오매 활동가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2019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19년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강유가람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이 긴 기다림 끝에 관객을 만난다.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은 강유가람 감독이 90년대 '영페미니스트'로 활동하면서 함께 활동했던 '친구'들의 현재를 담은 인터뷰집이자 당시부터 현재까지 국내 페미니즘의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다.

16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 아이파크몰점에서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강유가람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뮤지션 흐른, 활동가 오매가 자리했다.

강유가람 감독은 "제작과정에서 제작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어려움이 있었고, 영화를 편집하면서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더 잘 다가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다"며 "영화에 흔쾌히 출연해 준 이들, 또 동료 감독들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감회를 전했다.

오매 활동가는 "페미니즘을 알게 돼 가장 좋은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기록이 영화로 나왔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잘 기록된 역사물"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는 1990년대의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이대 문화제 테러 사건, 첫 성추행 판결 등 국내 여성주의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훑는 동시에, 페미니스트들이 먹고 쉬고 반려동물의 밥을 주거나 밥벌이하는 일상을 담고 있다. 영화의 목표가 "페미니스트들이 '뿔 달린 괴물'이 아니라 '내 옆의 사람'처럼 보이도록"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강유가람 감독은 "페미니스트 영화, 페미니즘 영화라고 했을 때 상상할 수 있는 전형에서 비켜나게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에 출연한) 어라에게 페미니스트로 살면서 힘든 건 뭐냐고 물어봤더니 '페미니스트여서 힘든 건 없고, (조직)경영이 힘든 거지' 하더라.다양한 이유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동시에 현재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 이름 짓는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강유가람 감독은 "페미니스트를 직업으로 삼다 보니,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집회와 기자회견을 가야 '실천'하는 것으로 생각할까 봐 출연까지 고민이 많았다"는 오매 활동가의 고백에 대해"페미니스트 상이 나의 내면에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강유가람 감독은 "말을 잘 해야 할 것 같고, 똑똑해야 할 것 같고. '페미니스트처럼 활동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그런 걸 (영화를 통해) 해체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며 "일상에서 작은 걸 하나 해도 페미니스트로서 활동한다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뮤지션 흐른 역시 "(페미니스트로서)하는 일도 다르고, 일의 밀도나 강도도 다르다"며 "(나처럼) 다른 열심히 하는 페미니스트에 빚지면서, 생활 속에서 조금씩 주변부를 '알짱'거리는 사람도 있고, 중심에서 활동을 만들어가는 페미니스트도 있다. 사람이 100명이 있으면 100개의 얼굴이 있듯이, 이렇게 살아도 페미니스트"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 바깥에서 벌어지는 영화에 대한 '백래시' 현상에 대해서도 각자의 의견을 전했다. 영화는 개봉 전 일명 '좌표 찍기'를 통한 별점테러를 겪은 바 있다.

강유가람 감독은 "개봉을 예고하고 론칭 포스터가 나오자, 어떤 웹사이트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으니 공격하자'는 글이 올라왔더라"며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한국사회의 오해와 인식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페미니즘이 실질적으로 '차별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얘기했을 때, 반대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을 포함한 미디어가 페미니즘이 실질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너무 왜곡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전했다.

오매 활동가 역시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에 안타까운 목소리를 더했다.

오매 활동가는 "노동조합을 하든, 대형 사회적 재해 유가족이 되든, 무엇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하든, 그를 '떼쟁이'로 재현하는 상황이 굉장히 안타깝고 슬프다"며 "(이는) 당연한 권리를 '떼'로 격하시키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예전에도 싸웠던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같이 2021년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은 오는 30일 극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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