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도 매월 20만 원 숙식비...'불법' 위협에 사업장변경 사실상 불가능

▲ 26일 이주노동자기숙사대책위 등 이주노동자 인권 단체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윤사비 씨는 한국에서 일하는 7년 동안 사업장에 달린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생활했다. 난방은 물론이고 온수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열악한 숙소였다. 화장실도 건물 바깥 멀리에 있었다. 사업장 이동을 요구했지만, 사업주의 "불법체류자로 만들겠다"는 위협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윤사비 씨는 '고용허가제'를 적용받는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다.

현행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은 극히 제한적인 조건에서 원칙적으로 총 3회 '사용자 허락' 하에 허용된다.

휴업, 폐업, 현행을 위반한 기숙사 제공,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등의 경우에는 횟수와 상관없이 사업장을 이전할 수 있지만, 이때도 '사업주 허가'가 필요하다. 사업장 변경 신청 후 3개월 이내 근무처 변경허가를 받지 못하면 출국 조치 되는 만큼, 실효성이 있는 제도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이주노동자 인권 단체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 기숙사 문제 해결을 위해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섹알마문 이주노조 부위원장은 "정부가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어렵다. 계약서에 기재된 집을 달라거나 사업장 이동을 요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만일 사업장 이동 요구가 반려되면 그 노동자가 다시 현장에서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겠느냐"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캄보디아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한파에 사망한 사건 이후, 올해 1월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백선영 민주노동 미조직전략조직부장은 "지난 2018년 정부가 만든 기숙사 지침은,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 살아도 숙식비를 뗄 수 있게 돼 있다"며 "(지난 1월 개선안에 대해)정부는 6개월에서 1년간 계도 기간을 두겠다고 했다. 그 기간 정부가 모니터링을 제대로 할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숙식비 공제동의서'를 만들어 사업주에게 배포한 바 있다. 국내 근로기준법 43조 1항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과 사실상 배치되는 제도지만, 버젓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통상임금에 '비례'해 8~20%를 숙식비로 떼어가는 등 한 공간에 살아도 다른 월세를 받아간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돼 왔다.

이날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는 이 같은 요구사항이 담긴 요구안을 서울지방노동청에 전달했다.

한편,이주노동자 지원단체는 이날 4~5월 진행한 거리 사진전을 마친다. 온라인 사진전은 계속된다. 이후 오는 6월 청와대 앞 1인 시위, 서명 운동 등으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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