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혼자 내린 선택 아니란 것 알게 됐지만, 그 사실이 고통스럽기도"

▲ 25일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사진 오른쪽은 선희 앵겔스토프 감독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덴마크와 한국 합작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Forget Me Not)'이 한국 관객을 찾는다.

'포겟 미 낫'은 덴마크 가족에게 입양된 해외입양인 선희 앵겔스토프 감독이 자신의 오랜 의문 '엄마가 자기 아이를 떠나보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답을 국내 미혼모 시설 '애서원'에 머무르며 찾아나가는 영화다. 부제는 '엄마에게 쓰는 편지'다.

25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포겟 미 낫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선희 앵겔스토프 감독과 남기웅 커넥트픽처스 대표, 김민철 민치앤필름 대표가 참석했다. 질의응답은 통역을 통해 진행됐다.

"영화를 한국에서 선보이게 돼 마음이 벅차오른다"고 운을 뗀 선희 감독은 "영화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입양이 '엄마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만들면서 아이를 포기하는 건 어느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선희 감독은 "입양은 미혼모와 그 부모, 조부모, 학교, 친척, 의사 등 '모두의 비밀'이었다"며 "그들(미혼모)이 혼자 내린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더 비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게 매우 고통스럽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기획은 2011년 감독이 영화학교를 졸업할 즈음부터, 촬영은 2013~2014년 진행됐다. 약 8년의 세월이 걸려 개봉에 성공한 셈이다.

영화를 공동제작한 민치앤필름 김민철 대표는 "관찰적인 다큐지만, 감독이 엄마를 이해하려는 과정을 담은 사적인 다큐기도 하다"며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엄마를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영화였기 때문에 촬영이 끝난 후에도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풀었다.

또, 덴마크와 공동제작을 한 만큼, 350시간이 넘는 촬영 분량에 일일이 자막을 다 입혀서 관계자와 보고, 편집점을 잡는 과정, 후반 모자이크 작업 등에 시간이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영화를 만드는 시간은 '엄마'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감독은 덧붙였다.

선희 감독은 "2011년에 덴마크 영화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애서원 임 원장님을 만나게 됐고, 거기서 머무르게 됐다. 엄마들이 마음을 열면서, '아이를 과연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을 털어놓기도 하고, 질문하기도 했다"며 촬영시간을 "힐링의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소감을 더했다.

선희 감독은 "최대한 덴마크 백인 문화에 동화되려 노력했지만 늘상 아웃사이더였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 해외입양인의 상황이 이렇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한국에 왔을 때 난생처음으로 소속감을 느꼈다. 그게 또 다른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해외입양인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느끼는 '거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희 감독은 "수많은 입양인들이 자기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자기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는데, 한국에서는 어떤 해답도 찾을 수 없고, 또다른 질문이 생기는 상황"이라며 "한국사회는 해외입양인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 누군가, 특히 입양을 보냈던 국가로부터 부정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덮어버리거나 침묵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짚었다.

'포겟 미 낫'은 선희 감독의 첫 번째 단편 다큐멘터리 데뷔작이다. 다음 이야기에 대해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아이를 입양보내는 결정을 했을 때 한국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궁금해졌다"며 "다음 프로젝트는 한국의 아빠들에 대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질했다.

이날 극장에는 선희 감독이 초대한 해외입양인 여러 명 역시 자리했다. 한 해외입양인은 "사회에서 허락해주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고, 해외입양인은 자신의 뿌리와 진실을 찾기 위해 돌아온다"며 "한국사회에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 이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미혼모 등이 평생 수치심을 갖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좋은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오는 6월 3일 극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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