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자리 함께해 "사업 함께 지켜나갈 것" 힘 실어

▲ 12일 오전 서울역 인근 동자동 새꿈어린어공원에서 열린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쪽방주민·정의당 현장 간담회 현장에서 쪽방주민이 공공개발 사업에 대해 바라는 점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지난 2월 공공주택 사업 추진이 결정된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이 "사업 진행에 있어서 쪽방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12일 오전 동자동쪽방공공주택사업주민대책모임(이하 쪽방주민대책위)과 정의당이 서울 용산구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인 쪽방주민들이 배제된 상황을 지적하고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실거주민들의 이야기를 주민들이 직접 전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쪽방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식적인 공청회나 설명회는 아직 없으나, 지난달 14일 국민의힘이 부동산시장정상화특별위원회(부동산특위)를 통해 사업 관련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당시간담회에는 동자동 건물주·토지주로 이뤄진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가 주민 자격으로 참석했다. 실거주민은 자리하지 못했다.사업추진 TF에서도 동자동 쪽방 주민자치조직 동자동사랑방은 제외돼 있다.

김호태 동자동사랑방 대표는 "(지난 4월 국민의힘 부동산특위가) 간담회를 마치고 현장 시찰을 하겠다더니 (현장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던) 우리는 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도대체 무슨 현장 시찰을 하겠다는 건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정부안에 따르면,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으로 조성하는 영구임대주택 면적은 원룸형 18㎡(약 5.44평)다. 영등포, 대전의 16㎡보다 확장됐지만, 여전히 현행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 면적기준(14㎡)에 맞춘 수준에 불과해 '영구히 주거할 주택'으로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현행 최저 주거기준은 지난 2011년 이후 개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인 가구 최저 주거기준 면적 기준을 최소 25㎡로 정하고 있다. 영구임대주택의 전용면적은 24㎡전후로 공급된다.

김호태 대표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최소 아홉 평이다. 29㎡다. 거기에는 못 미치더라도 일곱 평 정도는 되게끔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화장실, 방, 거실 등이 다 들어갈 수 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주거면적이 되게끔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요구를 전했다.

김정호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이사장 역시 "쪽방촌에 사는 대다수 쪽방촌 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환영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은 별도 화장실도 없고, 주방도 없고, 창문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비가 새는 집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사는 형편인데, 소유주들은 월세를 따박따박 받으면서 건물에 투자는 거의 하지 않는다. (비가 새고 고장이 났다고) 얘기해도 시정되지 않아 그냥 사는 형편"이라며 "민간개발하라는 소유주들에게 우리 주거권을 맡길 수 없다. 그간 민간개발이 진행되면 세 들어 살던 주민들이 쫓겨났다. 지난 세월이 남긴 교훈"이라고 꼬집었다.

▲ 간담회가 열린 새꿈어린이공원에서는 오는 14일까지 쪽방 실태를 알리는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다. 물이 새는 천장을 비닐로 덮어둔 모습, 변기 바로 옆에 붙은 싱크대 등 열악한 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팝콘뉴스

2019년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동자동 쪽방촌 70개 건물 중, 취사장이 있는 건물은 22개(31%), 세면장이 없는 건물은 13개(19%), 샤워실이 있는 건물은 33개(47%), 건물당 평균 16~17명이 거주하고 건물당 화장실 변기는 2.6개다. 그중 3분의 1은 화변기나 재래식 화장실이다.

김정호 이사장은 "(공공주택사업이 시작하되) 배관 틈새, 나뭇가지마다 (건물주, 토지주의 사업 반대 상징인) 빨간 깃발이 내걸렸다. 빨간색 대형 현수막도 뽑아서 내걸었다. 빨간 깃발이 왜 이렇게 많이 보이냐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자동 곳곳에는 '제2의 용산참사 피바람을 각오하라', '내 무덤 위에 공공임대 지어라' 등의 빨간색 현수막과 함께, 노란색 현수막이 걸려 있다. 노란색 플래카드에는 '쪽방 주민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민간개발'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대응해 동자동쪽방촌대책위 가입 쪽방 주민들은 쪽방촌 창문과 방문에 '공공개발환영' 팻말을 붙이고 있다.

박승민 동자동 사랑방 활동가는 "어느 주민분은 고시원에 사시는데, 밥통 하나와 TV 하나를 건물주에게 임대해서 쓰고 있다. 4년여 전부터 매달 8,000원씩 임대료를 내는데, 밥통도 TV도 사실상 쓸 수 없는 물건"이라며"정부에서 쪽방 주민들을 위해 공공개발을 하겠다고 하니 토지 건물 소유주들이 자꾸 상생하자고, 뭘 요구하냐고 한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제대로 알면 이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동자동 쪽방촌 토지주·소유주 대부분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기준 쪽방 월세는 평균 23.3만 원이며, 당시 서울 1인 임차 가구의 최대 주거급여 수급액인 23.3만 원과 일치한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외지 소유자들이 사업을 주도하게 되면, 개발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고, 개발이익을 위해서는 빠른 개발, 빠른 철거, 더 많은 분양주택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민간개발에서 원주민 재정착률은 15% 내외였다. 민간에게 공공복리를 위한 사업을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공주택특별법에 근거해 진행되는 공공개발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35% 이상 의무공급하고, 분양주택은 40~50%로 정하고 있다. 반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거해 진행되는 민간개발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은 20% 이하에서 시도지사의 고시에 따라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부양아파트는 80~95%까지 공급하게끔 하고 있다.

현재 정부안에 따르면, 사업 지구가 올해 내 확정되면, 해당 부지에 2026년 공공임대주택 1,250호, 국공립 유치원, 도서관 등 주민편의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공공분양 200호, 상생협력상가 및 생활SOC 시설이 들어서는 민간분양 960호가 설립된다. 보증금은 183만 원, 월세는 3만 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올해 지구지정이 완료되는데 실제 사는 사람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조사해, 임시이주와 재정착 대책이 지금 정부가 수립한 대책으로 충분한지 살피는 사전 영향평가가 필요하다. 개발 수립하면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를 하지만, 정작 사람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사전평가는 없다. 이번 사업에서는 인권에 대한 사전영향평가가 필요하다"며 "주민협의체 역시 소유주들과 보상을 논의하는 것을 넘어 주민과의 협의체가 돼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심상정, 배진교, 장혜원 정의당 의원 등 정의당 의원들과 용산구청장 등이 참석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실제 거주공간에 찾아가 현장을 시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은 집 가진 사람들의 개발이익,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집 없는 사람들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의당이 쪽방 주민들 편에서 동자동 공공주택개발사업 끝까지 함께 지켜나가겠다는 약속을 한다"고 강조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 역시 "(토지·건물 소유주) 재산권과 (실거주민의) 주거권과 생존권 중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귀 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동자동 토지·건물 소유주로 구성된 서울역동자동주민대책위는 지난 3월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이 즉각 취소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제출하는 등 반대 의사를 지속 밝히고 있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