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가족에 촉촉한 봄비 내리길…"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5월 10일은 한부모가족의 날로, 2018년 여성가족부 주도로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바꾸고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지정됐다.

입양의 날인 5월 11일의 하루 전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지정한 것은 입양에 앞서 본래의 가정에서 양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담기 위해서다.

2018년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미혼 자녀를 둔 가구 가운데 19.9%가 한부모가족이었으며 여성가족부의 2019년 집계에 의하면 한부모가정이 152만 9천 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가구의 7%에 미치는 수준이다.

한부모가족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한부모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생계와 자녀 양육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가족은 경제난은 물론, 자녀 양육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봄B살롱, 미혼모 경제적 자립 도와


▲ 봄B살롱 내부(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기아대책이 설립한 사회적기업 행복한나눔에서 뿌리를 뻗어나온'봄B살롱'은 미혼모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2020년 6월 문을 열었다.

'봄B살롱'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과 경제 활동을 뜻하는 Business의 'B', 여성들 주체로 신분과 차별의 벽을 깬 소통의 장이었던 '살롱'을 합쳐 이름 지어졌다.

브랜드 네이밍 공모전에서 무려 340 대 1의 경합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그 의미가 더욱더 깊다.

미혼모를 지원하는 민간단체나 사단법인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단체가 미혼모들이 경제적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직업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클래스를 운영하지만 정작 기술을 배워도 이를 유통하고 판매할 수 있는 판로가 마땅치 않아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극히 적었다.

봄B살롱 문수진 간사는 "이미 경제적 활동을 위한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공예품을 만들고 제품을 판매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혼모들을 보며 경제 활동을 돕는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 게 봄B살롱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곳 봄B살롱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혼모는 총 21명이다. 직영점 매장에서 근무하는 파트타임과 자택에서 만든 수공예품을 봄B살롱 매장에 납품한 뒤 판매 수익금을 정산받는 프리랜서 개념의 근무 형태, 공방에 상주하며 근무하는 형태 등이 있다.

이중 미혼모 작가 2명은 이미 자신의 공방을 차려서 독립한 상태다. 문수진 간사는 봄B살롱에서 사업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고 최종적으로 자신만의 사업체를 가진 개인 사업자로 성장해 협력공방들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의 독립과 성공이 다른 미혼모들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그 무엇보다 확실한 미혼모 경제적 자립의 '산 증인'이자 지표이기 때문이다.


생활 소품부터 비누, 석고 방향제 등 없는 게 없는 만물상


▲ 미혼모들이 만든 마스크, 수제 비누 키트 등(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봄B살롱이 입점한 가게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미혼모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공예품과 나눔가게에서 판매하는 식품과 의류, 생활 소품과 반려동물 물품 등 실로 다양한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디아팰리즈 브랜드의 제품이 가장 먼저 보인다. 멕시코 인디헤나인 초칠족 여성들이 만든 수공예품 코너다.초칠족 여성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귀걸이나 에코백, 팔찌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데 시장까지 가는 길이 험해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잦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관계자들은 이들의 수공예품을 수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해당 공예품들을 봄B살롱을 통해 판매하며 수익금은 전부 제품 생산자에게 돌아가도록 해 해외 여성과 아동들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바로 옆에는 흙을 빚어 만든 도자기 그릇과 수저받침, 주걱, 풍경 등의 제품 코너가있다. 코로나19로대면에 어려움을겪는 공방 협동조합과 네트워크 강화 및 비대현 협력의 새로운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자리를 제공하는데 있어추가적인 비용은 전혀 들지 않으며 판매 수익금은 전액 공방으로 돌아간다.

대신 미혼모들이 공방을 통해 상품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상호협력 중이다.

이외에도 사회적기업 제품에 속하는영양제, 저분자 콜라겐 등의 건강기능식품과 커피 등 기호식품, 세제와 제습제 등 기업으로부터 기증받은 공산품과 원피스, 바지, 운동화, 구두 등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을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제품도 판매 중이다.

봄B살롱에서 미혼모들이 만든 천 마스크와 마스크 스트랩, 석고 방향제, 에코백, 섬유향수 등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이른 오전 시간부터 가게를 방문하는 여성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문수진 간사는 "구비된 제품 품목이 여성들이 주로 구매하는 것이기도 하고 수익금으로 미혼모를 돕는다는 걸 알게 되신 분들이 꾸준히 가게를 방문해주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봄B살롱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가 문을 열며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이트 관리와 택배 포장 등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위한 인력들에 미혼모를 고용해 더욱 일자리를 늘려갈 예정이다.

아울러 봄B살롱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코딩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연세대학교와 협약을 체결, 화상채팅 프로그램인 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코딩 교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수도권 거주 미혼모뿐만이 아니라'지방에 거주 중인 미혼모'들도 대상에 포함된다. 교육 등의 지원을 받고 싶어도 거리가 멀어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엄마들도 온라인 수업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미혼모들 위한 일자리 많아졌으면"


▲ 가방을 제작 중인 이은경 씨(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슬하에 자녀를 2명 두고 있는 이은경(38) 씨와 장혜정(48) 씨는 봄B살롱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은경 씨의 경우 다른 미혼모 지원 단체를 통해 봄B살롱을 알게 됐고 지난해 7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아이를 홀로 돌봐야 해 한두 시간 정도 유동적인 시간으로 근무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봄B살롱과의 만남은 구직 과정에서 낮아졌던 자존감을 회복하고 집 안에서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아울러 일을 하고 싶지만 마땅한 근무처가 없어 일하지 못하는 미혼모들을 위한 일자리가 충분히 많아지길 바라며 봄B살롱의 뜻처럼 한부모가족에 촉촉한 봄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혜정 씨는 지난 가을경 지인을 통해 봄B살롱을 알게 됐고 올해 1월부터 근무하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시간이 날 때 나와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월급을 받는 것처럼 많은 수익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과 꾸준히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이 매우 든든하다는 말을 전했다.

장혜정 씨는 "평소에 기부나 나눔과 같은 것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봄B살롱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부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기증을 통해 타인을 돕는다는 걸 알게 됐다"며 봄B살롱에서 근무하며 자신 안에서 '나눔'의 개념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노력해서 아이를 잘 키우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나만의 직업을 찾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같은 미혼모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한부모가족의 날, 자립을 꿈구는 여성들의 소통 공간에도 생명을 깨우는 봄비가 내렸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