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외면에 쪽방 주민 연달아 강제 퇴거... 공공 개입 필요"

▲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실질적인 양동 재개발지구 주민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요새 유일하게 밖에 나가는 게 동네 사람들 장례식이다. 가보면 가족이 어디 있고, 집주인이 어디 있나. 동네 사는 사람들만 함께할 뿐이다. 뭐든 같이 준비해서 함께 살 수 있었으면 한다."(양동 쪽방 주민 홍관수 씨)

29일 서울특별시청 정문 앞에서 양동 민간 재개발지역 거주 쪽방 주민 당사자와 시민단체가 실질적인 주민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주민과 단체는 ▲양동에 최저 주거기준을 충족하는 정상주택 형태의 임대주택을 설립하고 ▲재개발 전 건물주의 사전퇴거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양동은 지난 2019년 서울시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라 일대 재개발 권역이 확정된 이후 건물주의 요구에 따른 연쇄적인 퇴거가 발생하면서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제재 요구가 이어져 왔다.

서울시 현행법은 재개발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조건(구역지정일 3개월 이전부터 거주 등)을 충족한 주민들에게 재개발에 따른 보상을 하도록 관련 법률(서울시 조례, 공익사업 토지법 등)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계획안 확정 전 진행되는 사전 퇴거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안을 갖고 있지 않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그간서울시는 '민간이 추진한 일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면서 (강제퇴거 제재 및 임대주택 등 보상을) 행정 밖의 일로 치부해왔고, 그 사이 쪽방 주민들은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공공이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 쪽방 주민들은 내쫓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둬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2019년 서울시 실태조사에서는 양동 쪽방 주민을 약 450명으로 추산했다. 현재 양동 쪽방 거주민은 약 200여 명이다.

또한, 현행법이 정한 임대주택 등의 보상에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날 서울시청 안에서는 도시정비법에 따른 민간개발 절차로 양동 재개발 관련 '2차 현안 사항 자문회의'가 열렸다. 관계기관과 전문가가 참석했고, 건물 등 소유주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단체는 참석하지 못했다.

주민 홍관수 씨는 "(쪽방 상담소 등의 공동 샤워실은) 보일러 용량이 적어서 2, 3명만 씻어도 뜨거운 물이 금방 끊긴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니 눈치도 보인다. 여러 명이 함께 쓰는 재래식 화장실도 쓸 곳이 아니다"며 "세입자들에게 거주지를 마련해준다면, 화장실과 목욕탕까지 마련해 줄 것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내 방, 씻고 싶을 때 씻을 수 있는 샤워장, 화장실, 주방시설이 달린 집이 단지 '바람'이어서는 안 된다"며 "집보다 못한 곳에 살아도 좋은 사람은 없다. 쪽방에 산다고 쪽방보다 조금 나은 어떤 것을 주거대책으로 이야기하는 개발은 지금까지와의 '막개발'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민단체는 전문가 자문회의에 참석하는 서울시 관계자를 통해 주민들의 요청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관련 내용이 회의 현장에서 논의됐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논의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자문회의 내용은 (토지등 소유자 대표가 지난 1월 제출한) 계획안의 검토과정에서 제시된 의견들이기 때문에 혼란이 있을 수 있어 답변하기 어렵다"며 다만 "오늘 자문을 시작으로 관련부서 협의를 통해 초안이 만들어지면 지역주민이나 관계자와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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