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등록 의무, 9급 공무원까지 확대...부동산 신규 취득도 제한


(팝콘뉴스=정찬혁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 불신으로 이어지자 정부는 이를 끊어낼 초강력 규제를 담은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확정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9일 "LH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 사슬을 끊어내고 부동산 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부패 발본색원 ▲부동산 관련 공공기관의 환골탈태 ▲부동산 정책신뢰 회복의 3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예방­ 적발 ­처벌 ­환수'의 전 단계(4대영역)에 걸쳐 20대 과제를 추진한다.

투기 근절에 대한 확실한 신호라는 평가와 함께 전 공직자로 확대된 재산 등록 실효성과 규제 확대에 따른 시장 위축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예방 대책, 취득 심사 강화·중과세 인상


우선 투기 예방 대책으로 일부 공직자에 적용되던 재산등록 대상을 전 공직자로 확대한다.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 전원은 인사처에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현재 등록 대상은 23만 명에서 30만 명 내외로 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등록 의무 대상이 되는 부동산 관련 공직자는 모든 재산을 올해부터 등록하고,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일시, 취득경위, 소득원 등 상세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이에 대한 조치 사항으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지난 24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모든 공무원 4급 이상, 공공기관 임원 이상 등'이었던 현행법에서 '토지개발·주택건설 관련 부처 및 공공기관 관련업무 전 직원, LH 및 토지개발·주택건설 전담 지방공기업 전 직원'으로 개편됐다.

인사처 재산등록자 외 전 공직자는 소속 기관에 재산을 자체 등록해야 한다. 해당 인원은 130만 명 내외 추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택, 토지 등 부동산은 법 개정 후 올해부터 전산 등록하고 금융자산 등 기타 재산은 금융정보조회시스템이 구축되는 대로 등록을 추진한다.

공직자 부동산 신규취득 제한제도 도입한다.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는 직무 관련 소관 지역 부동산 신규취득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무주택자 1주택 취득, 상속, 일시적 2주택 등 부동산 취득이 불가피한 경우는 소속 기관장에 신고한다.

행복도시 특별공급 대상 이전기관 요건을 강화하고, 행복·혁신도시 등으로 이전 시 특별공급 기회를 1인당 1차례로 제한한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신속히 입법해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 벌칙을 강화한다.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공기관·지방공기업에 대해서는 경영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임직원 성과급 지급에도 등급 결과를 연동한다.

▲ 토지 양도소득세율 개편안(사진=국토교통부) © 팝콘뉴스


투기적 토지거래의 기대수익을 축소하기 위해 단기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인상한다. 1년 미만 보유 토지는 현행 50%에서 70%로, 2년 미만 보유 토지는 40%에서 60%로 올린다.

개인 및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를 강화하고 사업용 토지 범위를 축소한다.

비사업용 토지 양도 시 기본세율(6~45%)에 가산되는 중과세율은 10%p에서 20%p로 올린다. 최대 30%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도 배제된다.

농지 취득 심사도 강화해 인정 사유를 엄격히 제한한다. 직업, 영농경력 등 농업경영계획서상 의무 기재사항을 추가하고 관련 증빙 서류 제출도 의무화한다.

중요사항 미 기재 시 지자체가 농지취득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도록 하고, 거짓·부정 기재 시 과태료(500만 원) 규정을 신설한다. 신규 취득 농지 등에 관해 지자체 이용실태조사를 의무화하고 특별사법경찰제를 도입한다.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전 금융권의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신설한다. 규제 수준은 추가로 검토하며, 농·어업인·자영업자 등의 토지·상가 담보대출 조달에 애로가 없도록 세부시행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정 규모 이상 토지 취득 시에도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며, 대규모 택지 지정 시 발표일 이전 일정 기간 이내 토지 거래에 대해서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조사한다.


적발 대책, 거래 내역 실태조사·신고 포상금 최대 10억 원


투기 적발 대책으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속히 출범한다.

분석원 출범 전에는 교란행위 모니터링 공백 해소를 위해 국토부 내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4월부터 우선 가동한다.

부동산 교란행위 신고에 대한 포상을 최대 10억 원까지 확대한다. 현재 허위계약 신고 등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 원 포상이 가능하지만 2017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신고포상금 지급은 총 19건에 그쳤다.

부동산 교란행위에 대해 자진 신고 시 부당이득액에 대해 가중처벌(3~5배) 적용 배제 근거를 마련해 처벌 감경을 확대한다.

대규모 택지지정 시에는 투기 거래 사전 조사를 시행한다. 4월부터 신규 공공택지 발표 시 발표 전후로 투기가 의심되는 토지를 선별해 투기 의혹을 정밀히 조사한다.

공공주택법 개정 이후에는 LH 임직원의 개발예정지 내 토지 거래내역 실태조사를 정기·수시로 실시한다.

기획부동산, 상습 투기자, 지분 쪼개기 등을 색출∙차단하기 위해 필지 중심 기획조사 방식과 부동산매매업 등록제를 도입한다.


처벌 대책, 4대 교란 행위 가중처벌


내부정보 활용, 시세조작, 불법 중개, 부당 청약 등 부동산 시장 4대 교란 행위는 고의성, 중대성, 상습성이 인정되는 경우 부당이득액에 비례해 가중처벌할 방침이다.

시장 교란 범죄 행위자는 일정 기간 유관 기관 취업과 공인중개사 등 관련 업종의 인허가를 제한한다.

미공개 정보 이용 관련 처벌은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업무 관련으로 정보에 접근한 자, 정보를 받은 제3자 등도 처벌 대상에 추가한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투기한 것으로 확인된 LH 직원은 파면, 해임 처리한다. 공직자도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추진한다.

분양권 불법전매는 매도자뿐만 아니라 고의적 매수자도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 불법 매수자는 적발일로부터 10년간 청약 당첨 기회도 제한한다.


환수 대책, 부당 이득액 3~5배 환수·투기 목적 토지 즉시 강제 처분


부당 이득 환수 대책으로 부동산거래신고법·주택법(불법전매 및 청약)을 개정해 부당 이득액의 3~5배까지 환수 조치할 수 있도록 한다.

토지 보상을 노린 토지 투기자에게는 불이익을 부여한다. 보상비를 노리고 과도하게 식재된 수목은 보상에서 제외하고, 정상 범위 내 식재된 수목도 최소수준으로 보상한다.

투기 혐의가 확인된 경우는 투기 혐의 유형에 따라 농업손실 보상과 이주 보상에도 제외된다. LH 임직원은 대토보상 공급 대상자 및 협의양동인 택지 공급 대상자에서 즉시 제외된다.

또, 단기 투지를 방지하기 위해서 토지 보유 기간에 따라 차등 보상한다.

투기목적 취득 농지는 신속한 강제처분 절차 집행을 위해 처분 의무기간(현행 1년) 없이 처분명령을 즉시 부과할 방침이다.


강력한 투기 억제 대책, 시장 위축·실효성 우려도


예방→적발→처벌→환수 전 단계 거친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에 관해 전문가들은 '강력한 규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상이 공직자를 넘어 전 국민으로 확대돼 일반적인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를 억제하는 건 좋지만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라며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자칫 국민의 부동산 감시원이 되고 거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주택 관련 규제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토지 단기 보유 양도세 강화, 비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은 투기를 막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토지 투자 자체를 위축시켜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전 공직자로 확대하는 재산등록 실효성 문제도 있다. 현재 23만 명인 등록 대상에서 130만 명 이상 추가로 등록되면 이를 관리할 추가 행정력을 필요로 한다. 이와 함께 9급 공무원까지 범위가 확대돼 정부가 과도하게 사유재산권과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올해는 부동산만 신고하며, 금융정보에 대한 재산 신고는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재산을 등록하고 감시해도 친인척, 지인 등 차명으로 투기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어 실효성 문제도 있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9일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차명 거래에 의한 투기를 잡아내는 방법으로 이제까지 인별 조사를 시행했다"라며 "사람에 대한 토지 보유나 투기를 조사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는데 앞으로는 필지 중심으로 투기에 대한 조사를 병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금 인사혁신처에 등재하는 시스템도 차명 거래 등을 찾기 위해 금용 자산도 같이 재산 신고하게 되는 것이다. 차명을 찾아내려면 금융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라며 "그러나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주택과 토지 같은 부동산만 재산 신고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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