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 기조 같지만, 공급 주체는 정반대...서울시민 선택은?


(팝콘뉴스=정찬혁 기자)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야권 단일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면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대진표가 확정됐다. 임기는 1년 2개월이나 재선을 고려하면 향후 5년 서울 발전의 방향타를 잡는다.

이번 선거 최대 관심사는 부동산 정책이다. 패닉 바잉이 심화한 작년에 이어 올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까지 겹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다음달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유권자 표심의 향방을 가를 주요 공약으로 '부동산 정책'이 꼽히고 있다.

실제리얼미터가 YTN과 TBS 의뢰로 지난 22∼23일 서울 거주 18세 이상 1042명에게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로 다음 후보들이 출마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조사한 결과, 차기 서울 시장의 중점 현안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을 꼽은 응답자가 41.8%로 가장 많았다.

두 후보 모두 '공급 확대'라는 방향은 갖지만, 공급 확대를 위한 사업 주체 및 방식은 큰 차이가 있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요구하는 서울시민 표심이 어디로 쏠릴 지 주목된다.


공공 주도 30만 호 VS 민간 중심 32만 호


두 후보 모두 부동산 공약에 있어 공통된 목소리는 '공급 확대'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공급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서울시에 5년 내 공공주택 30만 가구 공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국유지와 사유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15일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 토론에서 "30년 이상 된 공공임대주택 단지, 용산 정비창 등 서울에 아직도 숨겨진 땅이 많이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러한 공공임대주택을 토지임대부 주택 방식으로 공급해 '반값 아파트'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토지임대부 방식은 건물과 땅을 모두 분양하는 기존 분양주택과 달리 토지는 시행사가 입주자에게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이다. 분양가 책정에 토지에 대한 비용은 제외되기 때문에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하고, 대신 매달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납부한다.

박 후보는 30년 이상 된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통해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 밖에도 중랑·탄천·서남물재생센터, 주요 간선도로 인터체인지 교통섬 등을 활용 가능한 부지로 꼽았다.

오 후보는 '서울시에 5년 내 36만 가구 공급'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재개발·재건축 정상화(18.5만 호) ▲민간 토지를 임차해 짓는 상생주택(7만 호) ▲도심형 타운하우스 모아주택(3만 호)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 계승 추진(7.5만 호) 등을 제시했다.

오 후보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우선 한강 변 35층 높이 제한 폐지를 약속했다.

과거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한강 르네상스사업을 추진해 한강 변 아파트를 50층까지 지을 수 있었지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당선된 후 '2030 서울플랜'을 통해 아파트 최고 층수가 35층으로 제한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가 됐다.

이외에도 주거지역에 대한 7층 고도제한 폐지, 용적률을 상향 등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또, 민간이 보유한 활용도 낮은 토지에 공공기관이 주택을 건설하는 상생주택을 도입한다.

공공이 활용할 가용토지가 적다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에게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고 공공주택 부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민간에 임대료 외에 재산세 감면,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해당 부지에 지어진 주택은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시프트(shift)'라고도 불리며 2007년 오 후보의 서울시장 시절 추진한 사업이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로 무주택자가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도록 마련한 공공 임대 주택을 말한다.

모아주택은 도심 내 주택들을 모아 도심형 타운하우스를 형성하는 소규모 재개발 계획이다. 4~6가구의 소규모 토지주들이 의견을 합쳐 통합개발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21개 다핵분산도시 VS 3대 서울 경제축·강남북 균형개발


주택 공급 외에 서울시 도시 계획도 제시했다. 두 후보 모두 권역을 나눠 균형 개발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를 보였다.

박 후보가 내세운 '21분 콤팩트 도시'는 인구 1000만 명인 서울의 공간 구조를 인구 50만 명 기준 21개 다핵분산도시로 재편하는 계획이다. 각 분산도시는 21분 이내에 생활 전반이 해결되도록 구성한다.

박 후보의 주장에 따르면 '21분 콤팩트 도시'를 통해 도심 집중화로 인한 부동산, 교통 혼잡, 환경오염 문제 등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21분 콤팩트 도시' 완성을 위해서는 수직정원을 추진한다. 경부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를 지하화하고, 빈자리에 수직정원 등대를 세워 스마트팜과 공공오피스, 1인 가구를 위한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직정원 등대는 공원을 수직화하는 개념이다. 나선형 빌딩 형태로 녹지 공간을 확보해 공기를 정화하고 열섬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박 후보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양재 구간을 지하화한 뒤 빈공간에 수직정원 등대를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선도 5대 거점을 중심으로 3대 서울 경제축을 완성한다는 공약을 세웠다. 25개 자치구를 3개 권역으로 나눠 특화한 기술산업 중심으로 문화·교육·금융 등을 더해 거점화하는 내용이다.

첫 번째 경제축은 강서~구로~금천 중심의 정보기술·바이오기술·나노기술·그린기술 산업, 동작·관악의 교육연구기능, 영등포의 금융 기능을 잇는 축이다.

두 번째 축은 서초~강남의 전문·과학기술 서비스 산업, 송파~강동의 예술·스포츠 및 여가 산업을 잇는 축이다.

세 번째는 마포~용산~동대문 중심의 문화·IT·과학기술 서비스 산업, 서대문·종로·성북·강북·도봉·노원·광진의 교육연구기능, 중구·종로의 금융기능을 잇는 축이다.

또 강북 지역 철도를 지하화해서 지상 공간을 녹지와 문화·산업 공간으로 조성하는 강남북 균형 발전 계획도 내놓았다.

주로 비(非) 강남지역의 지상철을 지하화해서 지역 거점으로 활용하는 구상이다. 역사 주변은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서 고밀도로 개발하고, 주상복합을 지어 역세권을 개발하는 방향을 동시에 추진한다.

이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오 후보는 금천·구로·영등포·노원·성북·동대문·성동·광진구 등 11개 자치구를 언급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청신호


두 후보 모두 공급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그동안 규제로 지지부진했던 재건축·재개발 단지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오 후보는 빠른 속도·민간 주도 공급을 내세워 재건축 단지의 지지를 얻었다. 박 후보도 지난 23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초청 토론회에서 "남산과 멀리 떨어진 곳은 35층 규제를 해제해도 크게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며 35층 높이 규제 해제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대표적인 강남구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관해서도 "남산과 거리가 떨어져 있고 강남에서도 위치가 한쪽으로 치우친 단지"라며 "입장을 명확히 밝히긴 어렵지만 마음이 열려있다"라고 밝혔다.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송파 잠실주공 5단지, 성수 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사업 등은 최고 50층 높이로 지으려 했지만 심의 단계에서 수년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두 후보 모두 35층 높이 규제 해제 의향이 있어, 어떤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돼도 지연돼있던 심의 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 1월 공공 재건축 사전 컨설팅 참여를 철회하며 민간 재건축 뜻을 굳혔다. 당시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공공 재건축 반대 분위기가 여전히 크다"라며 "굳이 공공으로만 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성수 전략정비구역 황상현 성수 1지구 조합장은 "서울 시장이 현재 공석이 되면서 진행이 멈췄다"라며 "시장이 새로 선출되고 규제가 완화되는 등 변화가 생길 때까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공급 확대는 '긍정', 실현 가능성은 '글쎄'


전문가들은 규제 개선, 공급 확대에 포커스를 맞춘 공약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던졌다.

개발 예산이나 택지 확보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이 부족하고, 과다한 물량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박 후보는 5년간 반값 아파트를 30만 가구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2.4 부동산 대책으로 끌어모은 공급 계획이 2025년까지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고밀개발 등을 모두 포함해 32만 호라는 점을 비교하면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30만 가구를 공급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는 평이다.

박 후보의 경우 현재 정부 부동산 대책과 마찬가지로 공공이 주도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민간이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LH 직원 땅 투기 등으로 인해 최근 공공 주도 사업에 대한 불신도 더욱 커진 상황이라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오 후보는 정부의 부동산 기조와 정반대인 규제 완화, 민간 주도 등을 주요 공약으로 해서 중앙 정부의 협조가 필수라는 한계가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정책은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약을 보면 도로·철도 지하화나 도심 집중 개발이 많은데 높은 공사비가 들어가는 주택을 어떻게 저렴하게 공급할지 자금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책임연구원은 "도로를 지하화하고 주택을 지으면 지하에 만들어진 도로는 기존보다 넓지 않으면 교통량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재선을 위해서는 1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대단지 재건축 단지 중 하나라도 가시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로 다음 후보들이 출마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를 조사한 결과±3.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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