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리스크에 '유연한' 대처 가능해질 전망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쿠팡이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 정식 회원사 가입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상장과 함께 본격적인 기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경총은 국내 유일의 사용자 단체로 회원사의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노무관리 시스템 구축 지원과 단체교섭 설계, 쟁점 분석, 모의교섭 진행 등 단체교섭 지원 컨설팅 등 사용자와 노조 간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뉴욕 증시에 상장까지 마친 쿠팡이 자금력을 발판 삼아 국내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쿠팡, 경총 가입은 '예정된 수순?'


일정 규모가 되면 법적으로 당연히 가입되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다른 경제단체와 달리 경총은 원하는 기업이 직접 가입을 신청할 수 있다.

경총이 경제 관련 현안과 국회 입법에 대해 사용자 목소리를 대변하고 보다 전문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만큼 쿠팡의 가입 신청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허희영 교수는 "현재 사용자 입장에서 목소리를 그나마 제대로 내고 있는 단체가 경총이다. 여러 경제적 리스크 대응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사업자라면 경총에 가입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쿠팡은 경총 가입설에 대해 "경총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회원사 가입설을 일축했다.

경총 관계자는 "쿠팡의 경총 가입에 대해 논의가 오고 간 적은 있으나 정식 회원사 가입 신청을 한 것은 아니다. 아마 와전이 돼서 얘기가 퍼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직 회원사가 된 것은 아니나 적어도 '가입'과 관련한 논의가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쿠팡이 경총 가입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개별 대응이 아닌 사용자 단체를 통한 보다 전문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추측된다"며 "최근 쿠팡맨 산재 사망으로 이슈가 있었다보니 경총 가입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경총의 활동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통과된 노조법 개정안에 따라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락되자, 사용자의 파업 방어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경제계를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또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경제계 입장 전달을 위해 경총 고위 관계자들이 국회를 잇따라 방문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김용근 경총 부회장이 책임을 통감하며 지난달 14일 사임한 일도 있다.


든든한 아군…시민단체ㆍ노조 "부정적"


경총 정식 회원의 80%는 중견,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대기업이 가입한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으로 2006년도에 경총에 가입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 한국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경영 차질 최소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 및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회원사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울러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정책이다.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게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택배업계에서 '과로사'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쿠팡맨'을 직고용하는 쿠팡에 적지 않은 부담일 것이다.

쿠팡은 최근 1년 동안 소속 택배 노동자인 쿠팡맨을 비롯한 직원들이 유명을 달리하며 택배노조와 시민단체로부터 잇단 항의와 함께 과로사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사망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데 따라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덜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그리 좋은 반응은 얻지 못했다. 이에 경총에 가입한다면 노사문제와 관련해 안팎으로 원활한 해결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쿠팡의 경총 가입설에 노조 및 시민단체는 썩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쿠팡이) 경총 가입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이익이 되는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순 있겠지만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당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들이 등한시 되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전국택배노조 강민욱 교육선전국장은 "노동 조건을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만약 쿠팡이 경총에 가입한다면 경총을 앞세워 플랫폼 노동을 확산시킬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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