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LH투기 방지법' 발의...부당 취득 이익 5배 벌금, 최대 무기징역까지


(팝콘뉴스=정찬혁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 시흥 신도시 땅 사전 투기 의혹으로 국민의 분노가 커지자 부당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가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처벌을 위한 업무 관련성 입증이 어렵고 현행법상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이에 정부는 소급 적용 검토까지 꺼내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부당 이득 몰수 가능할까..."부패방지법 적용 여부 중요"


우선 LH 직원들의 사전 투기 사실을 확인하고 매입한 토지를 몰수하려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활용했다는 사실이 먼저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자체 조사를 하는 등 이미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처음 투기 의혹이 폭로됐지만, 압수 수색은 일주일이 지난 9일 시행됐다. 일주일은 관련자들이 핵심 증거를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어느 정도 혐의를 입증해도 실제로 토지 몰수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사전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법으로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공주택 특별법 ▲공직자윤리법 등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따르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업무와 관련된 정보로 토지를 공급받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공공주택 특별법도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부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부당 취득 재산 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가 약하다.

재산상 이익을 몰수할 수 있는 법은 부패방지법으로 제7조 2항에 따르면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 또는 추징한다.

법무법인 하우 장준성 변호사는 "(증거가 있다는 가정 하에) 대법원에서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에 대해 폭넓게 해석한 전례가 있어서 법원에선 따라 판결을 할 수밖에 없다"라며 유죄 선고 가능성을 크게 봤다.


LH투기 방지법, 징벌적 처벌·정보 공개 의무 강화


LH 직원 투기 의혹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나오자 공직자가 업무과정에서 얻는 정보를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위법행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LH 사태가 터지고 여론이 악화하자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총력 대응하는 모습이다.

10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 등 11명은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공공주택사업자, 국토교통부, 관계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 용역 업체 등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발의안은 정보 유출 책임을 종사자로부터 미공개 중요정보를 받은 자를 포함하고, 정보 누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위반행위에 관해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도는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처벌 시 징역과 벌금은 병과할 수 있고, 취득 재산은 몰수하도록 한다.

5일 민주당 장경태 의원 등 11명, 8일 민주당 박상혁 의원 등 21명, 9일 민주당 정청래 의원 등 10명 등도 비슷한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 등 15명은 5일 LH 사장이 연간 1회 전체 소속 직원 및 임원의 주택이나 토지거래 전반에 대해 정기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공개하는 내용의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 등 10명은 8일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장·부기관장, 상임이사 및 상임감사에게 재산등록 및 공개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그 이하 직급의 임직원과 공기업을 제외한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은 재산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발의안에 따르면 재산 등록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을 공기업에서 공공기관 전체로 확대하고 등록의무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급 이상의 임직원으로 확대한다.

9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등 10명은 ▲도시개발법 일부개정법률안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동시에 발의하기도 했다.

4일부터 9일까지 발의된 175건 법안 중 'LH 투기 방지법' 관련 발의안은 11건으로 약 6%에 달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안에는 미공개 정보 제3자 제공금지, 신고 및 검증 시스템 구축 제도화, 징벌적 처벌제도 등이 담겼다. 특히 투기 이익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에는 5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해충돌방지법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해충돌방지법에는 이해관계자의 기피 의무 부여,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취득 이익 몰수 등이 포함돼 있지만 오랜 기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며 계류 중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LH 직원을 비롯해 중앙정부·자치단체 공무원, 국회의원 등 공공부문의 관료 등이 공적인 직무를 수행하다가 사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된다.

김 원내대표는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충돌방지법과 공직자윤리법, 국회법개정안 등 입법과 정책을 총괄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LH 직원, 특별법 소급 적용 가능할까..."부진정소급입법 논의"


'LH 투기 방지법'이라 불리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현재로선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정작 사건의 중심에 있는 LH 직원들에게 적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통과돼도 향후 발생할 투기를 방지하거나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지만, 이전 시점에 발생한 LH 투기 의혹 직원은 현행법에 맞게 처벌받게 된다.

이에 정부는 들끓는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강력한 재산 몰수 의지를 보이며 특별법 소급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국토교통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논란이 있지만 부진정소급입법을 통해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도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진정소급입법은 과거에 시작됐으나 현재 완결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 과정 중인 사실 관계나 법률관계에 효력을 미칠 목적으로 하는 입법이다.

헌법은 이미 종료된 일에 관해 소급하는 진정 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부진정소급입법은 적법하다. 지난해 7월 31일 공포돼 시행 중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부진정소급입법의 사례 중 하나다.

법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통과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시흥 광명 신도시 사전 투기 사태에도 특별법을 적용할 수 있게 있다.

한편,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770명 규모의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진다. 또, 검찰과 경찰이 수사 협의체를 구성해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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