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두 번 우는 시각장애인 자영업자

▲ 사단법인 대한안마사협회 홈페이지 화면(사진=인터넷갈무리).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업종이 발표된 가운데 지급 대상 업종에 포함되는데도 재난지원금 신청조차 엄두를 못 내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있다.

안마원을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김 씨는 지난번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소득 증명 등 재난지원금 신청에 필요한 서류 절차가 복잡해 지원을 아예 포기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시각장애인 활동 보조인이 있지만 연령대가 대부분 고령이라 컴퓨터 사용법이 서투르거나 아예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가까이 위치한 장애인복지관의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안마원은 직접 대면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측면이 강하다. 게다가 이용자들 대부분이 고연령층이라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발길이 그야말로 ‘뚝’ 끊겼다.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안마와 마사지라는 특성과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 소비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안마원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더욱 심했다. 요즘에야 조금씩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난해는 매출이 0원을 기록한 날도 많았다.

대한안마사협회 신창숙 이료분과위원장은 “다른 자영업자는 대리운전이나 아르바이트 등 다른 소득처를 알아볼 수라도 있지만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그럴 수 없어 생계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한 절차도 까다로워 안마원을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일부는 아예 신청조차 못했다”며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고충에 대해 토로했다.

도봉구에서 안마원을 운영 중인 김 씨는 “온라인으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려 사업자번호를 입력하니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는 안내창만 떴다. 그래서 지원 기준이 정확히 뭔지 문의하려고 구청에 계속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결국 재난지원금 신청 기한이 지나 지원금을 못 받게 됐다”고 말했다.

안마원의 경우 보건업으로 분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업종으로 명시돼 있다.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한 나머지 2개 업체는 각각 “신청 방법이 어려워서” 등의 이유로 신청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봉구청 홍보전산과 강태훈 담당자는 “관내에서 운영 중인 6개의 안마원 중 4개는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았으나 2개는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소상공인을 확인하고 지자체 예산 내에서 별도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급 여부가 확실하게 결정 난 사항은 아니다.

3차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은 박재한 안마사의 경우 항상 이용하고 있던 세무서가 있어서 필요한 서류 마련을 대신 해줘 어려움 없이 신청할 수 있었다.

박재한 안마사는 “작년 9월에 안마원을 운영하기 시작해서 2차 지원금은 받지 못했지만 3차 지원금은 신청 후 곧바로 지급받았다. 필요한 서류가 많았지만 세무서 사무실에서 대신 처리해 줘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세무서 도움 없이 시각장애인이 혼자서 서류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박 안마사는 소상공인 지원 기준에 있어 ‘전년도 매출’이 왜 기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전년도 매출이 있든 없든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정부 지원 정책이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안마원에서만 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안마시술소 같은 곳에서도 프리랜서 개념으로 근무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역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지속적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 류명구 정책실장은 “안마시술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향락업소’로 형성돼 있긴 하지만 안마시술소라고 해서 전부 향락업소인 것은 아니다. 시술소에 근무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종종 협회에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시곤 하는데 정책 영향력이 미미한 단체다 보니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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