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마포구 공연중단 강제 집행... 사전 고지 없어

▲ 네스트나다 내부 사진. 기존 좌석 앞에 두었던 테이블을 없앴고 좌석간 1m~2m 거리두기 등 공연장 대상 방역조처를 지키고 있다(사진=네스트나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지난 2월 27일 홍대 인근 라이브 클럽 여러 곳에서 마포구가 공연을 강제 중단했다.

당일 해당 공연장은 마포구가 고시한 '공연장'에 대한 방역수칙에 따라 좌석 간 거리를 1~2m 띄우고 환기 및 소독을 공연 전 실시하는 등 방역조처를 시행한 후 공연을 연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할 자치구로부터 공연 중단 요청없이 당일 현장을 찾은 공무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들어 '일방행정' 논란을 낳고 있다.


반 년간 준비한 공연... "민원 들어왔다" 한 마디에 물거품


지난 2월 27일 오후 다섯 시 반, 홍대 인근 라이브 클럽 '네스트나다'는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들뜬 분위기였다. 지난 8월 기획을 시작한 공연이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두 번씩이나 미뤄진 끝에 겨우 펼쳐질 참이었기 때문이다.

뮤지션은 오래 공연을 기다려 준 관객들에게 전달할 선물 꾸러미를 한아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장 관계자도 오후 세 시 반부터 공연장을 찾아 테이블, 무대, 음향장비 곳곳을 꼼꼼히 소독했다. 사전예약을 통해 입장권을 구매한 관객들도 일찍이 공연장을 찾아 언 손을 녹여가며 공연을 기다렸다.

그러나 공연장, 뮤지션, 관객 모두가 오래 준비한 무대는 갑자기 들이닥친 마포구청 위생과 공무원의 "민원이 들어왔다"는 한 마디에 물거품이 됐다.

앞선 2월 15일 이미 구청에 전화를 통해 이날 공연 사실을 알렸고, 조치가 변경됐다는공문 한 장 받은 바 없다며 반박했지만,돌아온 대답은 "공연 시작 전에 왔으니 된 것 아니냐"는 말과 "공문을 보낼 의무가 없다"는 말이 전부였다.

같은 날 홍대 인근 라이브 클럽 '클럽 에프에프' 역시 공연중단이 강제집행됐다. 다섯 시 첫 공연이 시작되고 10분 쯤 지나 구청 소속 공무원이 방문해 "민원이 들어왔다"며 공연 중단을 집행했다. 열 시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던 공연은 다섯 시 삼십 분 첫 번째 팀의 무대와 함께 끝이 났다.

이날 공연중지가 강제집행된 공연장 관계자는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네스트나다 관계자는 "우리는 방역수칙을 특히 철저히 지킨다. 종사자와 직원들의 체온체크도 하루에 두 번씩 하고, 소독 및 환기 관리 대장도 적는다. 거리두기 조치가 시작된 이후 자체적으로 음료도 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치가 변했다면, 공문으로든 전화로든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다 못해 당일 아침에라도 공연불가 사실을 알려줬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상처 입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클럽 에프에프에서 첫 순서로 무대에 섰던 밴드 구스다운의 보컬 장은호 씨 역시 "관객분들이 뮤지션보다 더 속상해하시더라"며 음악 대신 '환불' 알림과 함께 공연장을 나선 관객들의 상황을 전했다.


공연계 "세부지침 필요해"


이같은 문제는 홍대 일대 공연장 대부분이 '일반음식점'으로 구분되는 것과 관련돼 있다.

홍대 일대 라이브 클럽 대부분은 음료 판매를 겸하기 때문에 공연장이 아니라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된다. 마포구 담당부서 역시 '문화예술과'가 아니라' '위생과'다.

네스트나다 관계자는 "공연 해산도 잘못된 거지만,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실제로 공연 진행되는 곳이라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으면 일반음식점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라이브 클럽, 공연장에서 확진자 사례가 따로 없는 만큼, 마포구청과 서울시가 정확히 기준을 세워 이처럼 혼란스러운 부분이 빨리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연장들은 연장된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오는 14일까지 공연이 중단된다. 만일 세부 지침 변화 없이 거리두기 2단계가 더 연장된다면 홍대 소규모 라이프클럽에서 펼쳐지는 인디 밴드 공연 중단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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