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 개최, 기본주택 모델·향후 방향 논의

▲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 개회사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경기도청) © 팝콘뉴스


(팝콘뉴스=정찬혁 기자)소수를 위한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인 주거 서비스를 추구하는 '경기도 기본주택'이 컨퍼런스를 통해 좀 더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낙후된 시설이 아닌 민간 주택과 경쟁하는 공공주택을 만들기 위해 기존 임대주택에서 발생하던 슬럼화, 저품질, 수익성 저하 등의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들이 논의됐다.

공공영역에서 주거 문제를 책임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정부와 협의해 3기 신도시에 '경기도 기본주택'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2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국회의원, 도의원, 주한대사, 경기주택도시공사, 민간전문가가 함께하는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개회사에서 "주거가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라 투기 수단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주택 투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한 사람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온 국민이 피할 수 없는 고통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주택보급률이 100%에 가까운데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이 절반이 조금 넘고 나머지가 남의 집에서 전세, 월세로 살고 있다"라며 "집을 사서 돈을 버는 투기 수단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공급으로 수요가 왜곡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지사는 "국회에서 불로소득이 불가능할 정도로 혜택을 제한하면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공포 수요를 없애는 방법은 굳이 시장에서 주택을 공급하지 않더라도 공공에서 좋은 위치에 낮은 가격으로 적절한 주택을 부담 없이 평생 살 수 있다는 확신을 만들면 된다"고 기본주택 취지를 설명했다.

▲ 기본주택 예상 임대료(사진=경기도청) © 팝콘뉴스


지난해부터 경기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기본주택'은 기존 공공임대주택이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소득이나 자산으로 입주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다.

무주택자들이 빚내서 집을 사지 않도록 하는 보편적 주거 서비스가 목적이기 때문에 무주택자면 누구나 역세권 등 좋은 위치의 아파트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장기거주할 수 있다.

유형은 장기임대형, 분양형으로 나뉜다. 장기임대형은 역세권 등 핵심요지에 장기 거주가 가능한 모델로 예상 임대료는 59㎡ 48만 5000원, 전용면적 84㎡ 63만 4000원 수준이다. 기본주택 분양형은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기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유형의 주거모델이다.


경기도 기본주택, 지속 가능하고 부담 가능하고 포용적 성격 갖춰야


이날 컨퍼런스에서 노승한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도 기본주택은 전체 가구를 입주의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모델의 공공임대주택 유형이다.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이 보편적인 주거 정책을 펼친다고 볼 수 있다"라며 해외 사례와 비교했다.

노승한 교수는 "보편주의 모델처럼 누구나 입주하려면 재고가 많아야 한다. 앞서 말한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주택 공급 주체가 비영리단체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는 구조다"라며 "보편주의 모델을 추구하는 나라는 양극화가 심하지 않고 빈곤율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편적 주거 복지의 보완점으로 주거취약층의 포용 문제를 언급했다. 노 교수는 해외를 예로 들며 "기본적으로 선착순 방식이지만 일정 비율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기본주택의 안착을 위한 조건으로 노 교수는 "공공임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이지 않아야 하며, 주거 질적으로도 민간 임대주택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호 보완·견제가 가능해야 한다. 공공재원뿐만 아니라 민간재원이 차입되는 구조가 돼야 지속 가능한 공급체계가 만들어진다"라고 강조했다.

▲ GH 기본주택 홍보관(사진=경기도청) © 팝콘뉴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기본주택의 방향에 관해 "지금까지 공공임대는 부정적 인식이 형성됐다. 저소득층 위주 공급과 구분이 '엘사'·'휴거'·'호거' 등 사회적 낙인 효과를 유발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단지에 따라 소득 수준을 알 수 없는 소셜믹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기본주택의 주요 과제는 누구에게나 공급하되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먼저 공급하고, 재정 및 기금 지원을 확대하고 연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민간 임대와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순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벤처경영학과 조교수는 포용적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기본주택 모델을 제안했다.

기본주택의 유형인 장기임대형은 보편적 주거정책을 실현하고 소셜믹스를 통해서 사회적 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이 조교수는 "장기임대형 기본주택은 현실적으로 주거가 가능한 면적을 공급해서 기존 임대주택보다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라며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입주자 선정, 재정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조교수에 따르면 영국, 미국, 네덜란드,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공공임대 입주자를 선정할 때 ▲긴급 주거 소요 계층에 대한 입주 우선권 부여 ▲지역 연계성 고려 입주자 ▲소득 기준에 따른 입주 비율 할당 ▲대기자 명부 제도 운용 ▲입주 자격 기준 규정 등 공통점이 있다.

이를 벤치마킹해서 입주자 선정은 우선 공급 외에는 추첨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무주택기간 최소 요건, 거주·근무에 다른 기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효율적인 입주자·재고 주택 관리를 위해서는 대기자 명부를 운영하는 것으로 한다. 대기자 명부를 운영하면 입주를 중시하는 수요층에게 선호하는 주택을 공급해 거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임대형 기본주택, 주택도시기금 활용해 초기 재정 부담 감소


지규현 한양사이버대학교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교수는 기본주택 사업구조와 임대형 기본주택 재무모델을 점검했다. 기준 중위소득 20% 이내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 구조를 위해서는 정부의 기금이 필수적이다.

지 교수는 "기본주택은 기존 임대주택, 행복주택의 확장 버전이라 생각한다. 공공주택사업자가 시행하고 공공이 소유하고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 임대료는 기준 중위소득 20% 이내 수준으로 운영 기간은 40년 이상이다"라며 "장기임대 공급 확대를 위해 '장기임대 비축리츠(가칭)'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장기임대 비축리츠 안에 따르면 기존 임대 주택이 재정과, 민간차입 등이 높은 비율로 혼합됐다면 기본주택은 민간차입 없이 전체의 80%를 기금(이자율 1%)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사업자는 10%를 부담해 배당률 1.0%를 가져간다. 입주자는 10%를 부담한다.

이러한 방식을 택하면 초기 재정 부담이 감소하고 사업자 손실이 없으며 부담 가능한 임대료가 만들어진다. 결국, 이자율이 높은 민간 자금을 활용하지 않고 기금에 의존하는 게 핵심이다.

▲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 Session2 (사진=네이버TV 라이브 경기) © 팝콘뉴스


지 교수는 사업 지속성을 예측하기 위해 기금 이자 1% 차입, 리스료율 1%, 용적율 500%를 조건으로 한 케이스1과 민간차입 이자 3.2%, 리스료율 3%, 용적률 300%를 조건으로 한 케이스2를 시뮬레이션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케이스1과 케이스2의 임대료는 2.3배 정도 차이가 났으며 케이스1은 지불 가능한 임대료(중위소득 20%) 이하로 들어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전세라는 제도가 있다.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낮게 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 선택 형으로 두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1% 기금의 80%는 중앙정부에선 가능하지만, 경기도에서는 어떤 것을 지원할 수 있을지 정부와 지자체가 협업하는 모델이 필요하다"라며 중앙정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주택도시기금을 저금리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건 회의적"이라며 "주택도시기금의 재원 자체가 우리가 매월 내는 청약 통장의 납입금과 국민주택채권으로 언제든 돌려줘야 하는 자금의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경기도 기본주택을 위한 특별 펀드 등을 제안했다.


기본주택 분양형, 공공환매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시세차익 환수


공공환매 토지임대부 방식인 기본주택 분양형에 대한 방안도 제시됐다.

공공환매 토지임대부는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전매제한 기간 후 주택을 분양했던 공공기관에 환매해야 한다. 환매 가격 산정에 대한 의견은 향후 논의가 필요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부동산의 핵심 문제는 토지에 있다. 토지·부동산이 불평등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GDP 20% 이상의 불로소득이 부동산에서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토지임대부는 부동산의 문제가 토지에서 발생한다는 접근에서 시작됐다. 앞서 정부는 두 차례 토지임대부 주택을 도입했지만 실패했다.

2007년도 시범사업으로 군포에서 진행됐으며 당시 선호하는 입지가 아니라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했음에도 계약률이 6.9%밖에 안 돼 일반분양으로 전환됐다.

2011년, 2012년에는 강남과 서초에 토지임대부 주택이 들어왔다. 2007년과 달리 입지가 좋고 토지임대료가 낮았다. 분양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가격이 2억 원에서 12억 원까지 6배나 오르면서 초기 분양자들만 이익을 얻었다.

경기도가 제시하는 기본주택 분양형은 토지를 리츠에 매각해서 다시 재임대하는 구조다. 입주자는 주거비 부담이 감소하고 적정 토지임대료로 사업자는 적자 없이 장기운영이 가능하다.

남 소장은 "주변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시세차익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환수하기 위해서 공공이 환매한다"라며 "경기도가 제안하는 기본주택 분양형은 공공환매 개념이 추가된 거다"라며 과도한 시세차익을 방지하기 위한 공공환매 개념을 설명했다.

기본주택 분양가는 용적률 300%, 500%(조성 원가 3.3㎡ 당 2000만 원, 1000세대 조성) 시뮬레이션을 시행해 적정 가격을 제시했다.

▲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 Session3 (사진=네이버TV 라이브 경기) © 팝콘뉴스


용적률 500% 전용면적 74㎡의 토지 임대료는 29만 5000원으로 건물 분양가는 2억 7700만 원이다. 전용 84㎡는 토지 임대료 33만 7000원, 건물 분양가 3억 500만 원이다.

용적률 300%의 경우 전용 74㎡의 토지 임대료 40만 3000원, 건물 분양가 2억 6800만 원, 전용 84㎡는 토지 임대료 46만 1000원, 건물 분양가 2억 9600만 원이다.

남 소장은 "이 같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공공이 환매하는 법을 만들고 토지 임대 기간은 50년, 의무 거주 기간은 10년으로 확대하고 사업성 확보를 위한 토지비축 리츠 설립 등 과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토지임대부는 아파트 외에 상가 등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상가나 공단은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토지임대료를 시장 임대료 80% 이상으로 받아 흑자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교수는 기본주택 취지에 동감하면서 임대료 산정 방식에 관해 지적했다. 과도한 시세차익의 환수는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더했다.

마 교수는 "3기 신도시, 신규택지를 기준으로 하고 용적률을 상향하고 장기 저금리를 가정해서 임대료를 계산했는데 실제로 이런 조건은 어렵다. 지금 은마 아파트의 용적률이 200%이고 반포 자이도 270% 정도다. 주거의 쾌적성, 실현 가능 측면에서 심도 높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 교수는 "지금까지 공공임대 정책은 선택적 복지의 일환이었는데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다면 개발이익을 활용하는 교차보전도 나쁘지 않다"라며 "분양형을 선호하는 소득 계층과 임대형 선호 계층은 다르다. 분양형으로 얻은 시세 차익을 공유하면 임대형 임대료도 낮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토지 임대료를 너무 낮게 받을 수는 없다. 수분양자의 소득수준을 고려해 적절한 가격을 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분양가격도 일정 부분 공공임대 성격도 있어서 수분양자 소득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UN 기구에서 권장하는 가격은 연 소득 4배가량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 원 기준으로 대략 3억 원 이내로 분양가가 나와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시세차익을 환수하는 공공환매에 관해서는 "개발 이익은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한다. 개발 이익을 아예 막는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임대와 다를 게 없다"라고 지적하며 거주기간에 따라 시세 차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비율을 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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