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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수제맥주 시장 진출 '박차'...'뭐가 다르길래?'

일반맥주-수제맥주, 가르는 차이..."없다"

편슬기 기자 | 기사입력 2021/02/17 [17:40]

대기업도 수제맥주 시장 진출 '박차'...'뭐가 다르길래?'

일반맥주-수제맥주, 가르는 차이..."없다"

편슬기 기자 | 입력 : 2021/02/17 [17:40]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편의점 맥주 코너를 살피면 알록달록 예쁜 디자인부터 유명 웹툰 등 이색 컬래버레이션 제품으로 진열장이 가득이다.

 

카스나 하이트와 같은 일반맥주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수제맥주만 수십 종류로 선택의 폭은 높아졌지만 대기업들도 수제맥주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며 '수제'라는 의미가 모호해진다는 지적이다.

 


'수제 맥주' 가르는 기준은?…"없다"


▲ 맛과 풍미가 다양한 것이 특징인 수제맥주(사진=픽사베이).     ©팝콘뉴스

 

기존 맥주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이끌던 국산 맥주와 아사히 등 수입 맥주로 양분돼 있었다.

 

일본 불매 운동으로 맥주 수입액이 2018년 3억 968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 2,692만 달러로 줄어든 틈을 파고들어 카스, 하이트, 테라 등 국산 맥주를 비롯해 최근 인기를 얻기 시작한 수제맥주까지 합세하며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80억 원으로, 전년도(2019년) 800억 원보다 47.5% 성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등 규제로 주점과 펍(pub)의 운영이 제한되면서 수제 생맥주의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홈술'(Home+술, 가정에서 가볍게 술을 마시는 것)과 '혼술'(혼자서 마시는 술)이 유행하며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을 통해 팔리는 캔 형태의 수제맥주는 가파르게 증가한 덕택이다.

 

여기에 소비자의 입맛이 수제맥주에 쏠리면서 대형 주류업체들 역시 수제맥주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국내 수제맥주 시장 경쟁은 한층 커지는 동시에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런데 과연 '수제' 맥주와 '일반' 맥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현재 '수제맥주'와 '일반맥주'를 가르는 법적인 기준이 없어 어떤 것이 수제맥주라고 명확히 규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수제맥주의 정의가 '소규모 양조업체가 대자본의 개입 없이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만든 맥주'인 만큼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에서 출시한 수제맥주 제품을 '수제'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수제맥주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하지만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정해진 규격에 맞춰 대량 생산되는 대기업 수제맥주는 수제맥주의 근본이 되는 '다양성'을 이미 잃었다고 보고 있다. 즉 '수제'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법적 기준이 없으니 판단의 최종적인 몫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맥주문화협회는 '수제맥주'는 법적 구분 용어가 아닌 문화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용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면허 종류와 양조장의 크고 작음에 따라 나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맥주문화협회의 이공주 이사는 "1980년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수제맥주는 공장제로 생산되는 대형 라거(하면발효 맥주)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시작됐다. 다양성, 반문화성, 창조성, 지역색, 친환경, 슬로우푸드 등과 같은 철학적 가치를 공유하는 맥주를 수제맥주라고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고 만들어내기에 규모가 작은 양조장이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기 때문에 수제맥주에 '규모'가 거론되는 것이며 규모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수제의 개념이 모호해질 수 있으나 문화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이공주 이사의 설명이다.

  


'수제'의 구분선 무너질 것


▲ 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들고 있는 모습(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이미 이러한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기업이 있다. 바로 오비맥주다. 지난 2019년, ‘모카 스타우트’ 수제맥주로 명성을 날리던 '핸드앤몰트'를 인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모카 스타우트'는 풍부한 맥아와 커피향, 크리미한 부드러운 거품을 가진 흑맥주에 깔끔한 뒷맛으로 수제맥주 마니아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맥주다.

 

핸드앤몰트의 인기 제품이기도 했는데, 오비맥주가 핸드앤몰트를 인수하고 해당 제품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유통기한을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효모를 거의 제거했고, 냉장보관이 아닌 상온보관으로 바꾸며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멸균 처리를 가하며 제조방식이 달라졌다. 이후 '모카 스타우트'를 즐겨 먹던 마니아들은 "예전의 맛을 잃었다"며 불만이 이어졌다.

 

수제맥주 양조장을 운영하는 이지공 대표는 "정확한 건 공장 과정을 봐야 알겠지만, 일반맥주 제품의 경우 안정적 유통을 위해 살균과 많은 필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제맥주 만큼의 독특하고 깊은 풍미를 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보통 시중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맥주는 '라거'로 가벼운 풍미와 청량감이 특징인 제품들이다. 용이한 보관을 위해 멸균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맥주의 향과 맛을 결정 짓는 '효모'의 번식이 중단된다. 상온 발효를 통해 효모의 활동이 활발한 수제맥주와 당연히 풍미가 차이날 수밖에 없다.

 

2년이 지난 현재 오비맥주의 모카 스타우트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고, 이외에도 다른 수제맥주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타 주류 업체들도 자사 일반맥주와 함께 수제맥주를 내놓고 있다.

 

수제라는 타이틀과 함께 곰표 밀가루, 말표 구두약 등 이색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일상생활에서 즐겨 읽는 웹툰 등과의 결합도 흥미롭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맥주문화협회는 소비 트렌드에 따른 대기업의 수제맥주 시장 진출은 비즈니스적으로 이상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공주 이사는 "소규모 맥주 회사가 아니더라도 '재미'나 '독특한 향미'를 갖는 맥주를 만들 권리가 있기 때문이며 이를 법으로 규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제'라는 개념이 '재미'가 아닌 문화 철학적 가치로 소비된다면 대기업은 이 시장에 진출하기 힘들 수 있다. 대기업 시스템에서는 이런 맥주를 만들기 힘들기도 하고 만들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재미'를 위한 컬래버레이션은 잠깐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수는 있어도 길게 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맥주에 대한 소비 기준을 세분화하고 좀 더 까다롭게 맥주를 고르게 되면서 잠깐 흘러가는 유행에 그칠 거라는 것이다.

 

윤한샘 한국맥주문화협회 회장은 지난달 20일 '2021년 맥주 시장 읽기'라는 글을 통해 '수제'라는 단어가 용도 폐기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윤 회장은 "자본력을 갖춘 수제맥주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대중 시장에 뛰어들었고, 대기업 맥주와 명확한 전선이 그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제'라는 가치는 경쟁적으로 소비됐다"라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대기업 맥주 회사와 수제맥주 회사들의 구분선이 무너지고 '수제맥주'의 정의와 범위에 논란이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결국 최종적으로는 대기업들 간의 경쟁 시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논쟁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수제맥주가 인기를 얻었고 유서 깊은 양조장을 다수 보유한 미국에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무엇이 진정한 '수제맥주'냐에 대한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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