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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자님, 우리가 사람이요, 아니요?" 노숙인이 물었다

한파와 감염 위험 이중고 놓여... 시민단체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1/02/10 [05:33]

[르포] "기자님, 우리가 사람이요, 아니요?" 노숙인이 물었다

한파와 감염 위험 이중고 놓여... 시민단체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1/02/10 [05:33]

▲ 9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한 노숙인이 자리 펼 곳을 찾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2월 1일 기준, 서울역 근처 노숙인 이용시설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91명이었다. 확진자가 나온 이후 별도의 조처 없이 시설 문을 여닫기를 반복한 결과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정부는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집에 머물러달라'는 당부를 대국민 메시지로 송출했다. '방콕'을 당부한 당국의 설 메시지는 시설 외에 대안이 따로 없는 노숙인들에게 어떻게 가 닿았을까.

 

'과연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노숙인들은 느끼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 답을 한 노숙인이 던진 질문을 통해 얻었다.

 


"딱 열흘이면 될 것 같은데"


 

서울역에서 가장 먼저 만난 A씨(55)는 서울역에서 생활한 지 4개월이 됐다고 했다. 짐은 바닥에 깔 수 있는 큰 상자, 세간 살이가 든 배낭, 두꺼운 이불, 패딩이나 모자같은 옷가지 정도로 간소했다.

 

계란이며 빵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던 A씨는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식사를 멈추고 앉을 자리 한 켠을 내어주었다. 덮고 있던 이불 끄트머리를 접어 올린 자리 아래로 얇은 돗자리가 드러났다.

 

A씨는 서울역 생활에서 가장 불편한 점으로 '빨래'와 '씻는 일'을 꼽았다. 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빨래와 씻기는 꼬박 필요한데, 해결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시의 임시 주거 시설은 대안이 아니었다. A씨는 '빨래'가 미안하더라고 했다.

 

"일을 하자면, 아무래도 옷을 버리는 일을 하게 되는데, 오물이 묻은 빨랫거리를 같이 쓰는 세탁기에 넣기가 미안해서요." A씨는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자리 지원사업 상담도 받았지만, 결국 일은 구하지 못했다. 서울역 근처의 일자리가 아니었는데, '교통비'가 제공되지 않았다.

 

경제적인 기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A씨는 방이 없어 일을 구하기 어렵고, 일을 구하기 어려워 다시 방을 구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졌다. A씨는 현재 주거지원 사업과 일자리 지원 사업을 신청하고 있지 않다.

 

A씨는 "고시원 월세라도 얻으려면 보증금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잖아요. 열흘이라도 (머무를 곳이 있다면)충분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서울역 계단에서 만난 8년차 노숙인 B씨(50대 중반)의 사정은 더 험했다. '지원사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했다. B씨의 주민등록이 말소된 까닭이다.

 

"20대에 사업을 했어요. 빚을 졌고, 사채를 썼어요. 빚이 불었죠. 주민등록 회복은 센터에 가면 도와주는데, 무서워서 못하고 있어요. 개인회생, 그런 건 지금 될까요? 너무 오래 지나서."

 

B씨에게 주민등록을 회복한 다음, 개인회생을 진행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이는 없었다. 센터에서는 주민등록 회복을 돕고 있지만, 개인회생 절차부터는 본인 몫이라는 두려움이 상담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들의 생활은 최근 들어 더 험난해지고 있다. '지원'의 사각지대와 '방역'의 사각지대가 겹친 자리에 A씨와 B씨가 위치하게 된 까닭이다.

 


주마다 '음성확인서' 떼지 않으면 시설 이용 못해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선포하자 하루 세 번 무료 급식은 하루 두 번으로 줄었다. 

 

그나마도 지금은 '음성확인'이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무료급식소뿐 아니라, 센터를 이용할 때도 입장 시 '음성확인서'는 필수가 됐다.

 

서울역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처음 입장 조건이 생겼을 때는 일대가 혼란했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 음성 확인'을 받는 일이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초 선별진료소는 휴대전화를 보유하지 않은 시민에게는 검사소를 열지 않았다. 방역당국이 일부 거주지 불명 노숙인의 확진판정 후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검사소의 문은 더 좁아졌다.

 

최근에야 노숙인 행동 단체 등의 노력으로 '검사의뢰서' 발급과 '음성확인서' 발급을 일부 노숙인 시설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개선안이 마련됐지만, '증서'의 요구 주기가 일주일 안팎으로 짧아 노숙인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9일 기준, 무료 급식소 따스한채움터는 2월 2일 이후 발급받은 확인증 소지자에 한해 입장을 허용했다. 

 

노숙인이 길에서 생활하는 이상 감염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는 만큼, '이번 주 받은' 음성 확인증이 아니라면,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 노숙인은 "무료 급식을 꼬박 먹는 동료 노숙인은 3~4일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증서를 다시 받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국이 노숙인 대상 코로나 감염 관리의 책임을 개별 노숙인 시설, 구 보건소 등에 전가하면서 관련 기관 역시 관리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 9일 서울역 희망지원센터 앞에 '6일 이후 실시한 검사에 대해 결과지 발급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팝콘뉴스

 

9일 서울역 희망지원센터 앞에는 '2월 6일 이후 결과는 중구보건소가 통보하지 않아 결과지 발급이 불가'하다고 적힌 종이쪽이 붙어 있었다. 입구에서 종이쪽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노숙인들과 직원의 입씨름이 왕왕 벌어졌다. 

 

직원들은 "저녁에 다시 와보셔야 하는데, 사실 그 때도 검사 결과가 나올지 확답을 드릴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해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그대로 '방역구멍'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서울역사 보안요원 C씨는 기자가 역사 내 노숙인을 어떻게 안내하고 있는지를 묻자 역사 한 켠을 가리켰다.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노숙인이 위태로운 걸음으로 복도를 걷고 있었다.

 

C씨는 "코로나 전에는 역사 안에서 만취 등 위험해 보이는 노숙인이 있으면, 센터에 인계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센터가 최근 음성 확인을 받은 센터 등록 노숙인이 아니면 인계하려 하지 않는다"며 "마음은 안타까운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시설과 노숙인에 책임 돌리지 말고 당국 나서야 근본적인 해결 가능해"


 

이에 '홈리스 행동' 등 노숙인 운동 단체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방역 당국과 시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홈리스 행동'은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작년 서울시는 팬데믹 상황의 심화에도 노숙인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주거 예산을 추가 편성하지 않았고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라며 "주거취약계층들에 대한 독립적이고 위생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등 긴급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거리노숙인 및 관계기관 노동자뿐 아니라 (다른)시민들의 생명과 안전도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4월 UN주거특별보고관은 '홈리스 보호를 위한 코로나19 지침'을 통해 "위생 시서로가 잠자리를 공유하는 응급 쉼터는 일반적으로 '집에 머물기'와 '물리적 거리두기'를 선택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며, 이러한 시설을 공유하는 것은 바이러스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9일 서울역 앞 흡연실 근처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 팝콘뉴스

 

이날 만난 노숙인 중 한 명은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와락와락 소리를 질렀다. 내민 명함은 땅으로 떨궈냈고, 질문은 모두 퉁겨냈다.

 

주변 노숙인이 그를 말리면서 계단 위쪽으로 기자를 '피신'시킬 때까지 그는 분노 섞인 질문을 계속 던졌다. 그의 마지막 질문은 "기자님, 내가 하나만 물어봅시다. 우리가 사람이요, 아니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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