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은 이달 나올 것으로 전망"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당초 지난해 중기부에서 '상생협력안' 또는 '생계형적합업종' 중 하나로 결론지었어야 했던 국내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 화두가 이르면 이달 중 상생안 마련으로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내 중기부와 을지로위원회, 중고차 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의 횟수가 잦아지고 있으며, 몇 주 내 협력안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재 해당 회의에 중재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전혀 진행되는 사안이 없던 초기의 상태와는 다르다"며 "중재안을 마련했고, 합의 사항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그림'을 마무리지은 만큼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협의안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중고차 딜러나 일자리 피해 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의안이 나온 이후에도 중고차 업계의 반발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중고차 양대 단체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한국중고차연합회)와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전국중고차연합회)는 최근까지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서는 등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주장하고 있다.

양사는 현대기아차를 선두로 한 완성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 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과 같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 1월 26일 대구연합자동차매매 사업조합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촉구 집회 시위에 나섰다(사진=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홈페이지 갈무리) © 팝콘뉴스

또한, 중고차 시장 진입 시 현대기아차가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고차 인증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였다.

지난 몇 년간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인해 중고차 시장 진입이 막혀 있었으나 같은 기간 수입차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중고차 인증제'를 통해 자사의 중고차를 국내 유통해왔다.

중고차 인증제의 핵심은 완성차가 출고된 지 5~6년 이전의 자사 중고차에 대해 품질보증이나 A/S 등을 담당한다는 데 있다.

중고차 업계는 국내 중고차 시장의 주력 상품인 5~6년 이전 중고차를 완성차가 차지하려 한다며 분개하고 있다.

전국중고차연합회 관계자는 "출고 5년 내인 차량, 또는 주행거리 10만km 이내인 차량은 중고차 판매 점유율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5년이 넘는 차는 가격도 확 떨어진다"며 "좋은 차만 팔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업계는 일견 이같은 시선에 동의하는 모습이다. 완성차가 출고 5년 내의 '좋은 차'를 차지하면, 중고차 소매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은 따라온다는 의견이다.

다만, 이같은 문제를 '상생안'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소비자의 권리 증진' 면에서 강점이 크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실제로 해당 논의에서 완성차 업체의 손을 가장 적극적으로 들어주고 있는 것은 소비자다.

지난해 말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소비자위원회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또, 중기부에는 소비자들의 후생과 권익보장을 최우선으로 삼아 결정하라고 전했다.

시민운동본부인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역시 정부에 중고차매매시장의 완전개방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시민연합은 불공정한 거래 관행과 불투명한 가격으로 소비자 피해가 반복됐고, 그럼에도 지난 6년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보호한 결과, 소비자 불신과 피해만 증가시켰다며 이같은 요구를 전했다.

직접적 당사자인 소비자 역시, 국내 중고차 인증제 도입 확대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3%는 매우긍정, 23.1%는 다소 긍정 의견을 전했다.

인증 중고차를 시행하는 수입차의 경우, 주행거리 등이 비슷한 동종 차량의 소매시장가보다 비싸다. 해당 설문 결과는 실상 '비싸더라도 인증 중고차를 사겠다'는 발언인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허위미끼매물, 대포차 등으로 중고차 분야 발전이 더뎠던 것은 사실"이라며 "중고차 인증제는 소비자가 백화점에 갈지, 시장에 갈지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조처다.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소비자 선택폭을 넓히고, 시장이 선진형으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중고차는 '신뢰도 높이기' 시도를 시작하는 모양새지만, 기능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장의 소비자 수요를 뒤집는 결과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국중고차연합회는 최근 '자구 노력'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국토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대포차나 사기차, 허위매물 등을 신고할 수 있는 곳이 현재 마땅히 없다. 경찰서가 유일한데, 경찰서는 해결 기간이 오래 걸린다"며 "불법적인 인터넷 광고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네이버와 꾸려달라는 요구도 국토부에 전달하고 있다"고 자구 노력을 전했다.

한국중고차연합회 역시 신년사를 통해 "종합적인 자동차매매업 쇄신안을 준비 중"이라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업계는 이같은 자구노력은 그대로 진행하되, 중재안 역시 받아들이는 방향이 업계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목소리 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중재안이 어그러지면, 사안이 중기부 심의위로 올라간다"며 '상생안 없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만 파기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는 중고차 시장 진입을 통해 자사의 차량의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AMA에 따르면,현대차의 2017년식 제네시스 G80은 2020년 신차 대비 30.7%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벤츠E클래스는 25.5%, 벤츠GLC는 20.6%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7년식 현대 쏘나타의 가격은 2020년에 45.7% 떨어진 반면 BMW3시리즈는 40.9%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증 중고차를 진행하는 완성차의 차량 가치 하락률이 더 낮은 것이다.

또한, 미래 모빌리티의 주요 분야로 꼽히는 '공유차' 분야에서도 중고차 시장 진입은 유효하게 작동할 것으로 보여, 국내 완성차는 협의안 마련 이후 중고차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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