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펀드 '흑역사' 반복되지 않도록, 수익성과 함께 당초 '취지' 주지해야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2021년 정책형 뉴딜 운용사 정시 모집을 시작으로 당국이 '한국형 뉴딜펀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업계 안팎은 뉴딜펀드가 투자상품인 동시에 정부가 홍보의 전면에 나서는 정책사업인 만큼, '성투'를 위해서는 수익률뿐 아니라, 당초 정책 설정 취지가 상품 전개에 있어 유지되는지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짚는다.

특히, 정책형 뉴딜펀드는 한국형 뉴딜펀드 3종(정책형, 뉴딜인프라, 민간뉴딜) 중 가장 정부 영향력을 크게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책형 뉴딜펀드가 다른 뉴딜펀드의 인솔자 역할을 바로 해낼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르면 다음달 미래차·친환경 등 정책형 뉴딜펀드 운용사 선정


한국성장금융(성장금융)과 한국산업은행(산은)은 정책형 뉴딜 2종 중 정시 모집 펀드의 2021년 위탁운용사 제안서 제출을 26일 마감한다.

제안서를 낸 기업 중 일정한 심사를 통과한 운용사 5~7개사가 오는 2월 중 최종 선정되며, 선정된 운용사는 IBK뉴딜펀드 등 개별 기업이 모펀드로 나서는 별도의 상품 운용사 경쟁에 다시 돌입한다.

2021년 정시 정책펀드에 투입되는 정책출자자 위탁운용금액은 7,150억 원 내외다. 당국은 주목적 투자 분야에 따라 정책출자비율을 35%(6대 핵심 뉴딜산업), 30%(이외) 등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들이는 자금 규모는 이미 결정된 상황이지만 투자 방향이 이제서야 윤곽을 드러냈고, 또 구체적인 투자처는 이제부터 '발굴'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각 분야에서 '뉴딜펀드'를 자금줄 삼는 정책 사업들을 '미리' 다수 언급한 바 있는 상황이어서, 관련 민관은 이번달을 기점으로 본격 시행되는 사업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제펀드 실수 반복 않겠다" '손실보전 20%' 언급... "수익성 있어야 기능"


정책펀드가 '상품'으로서 흥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과 긍정의 시선이 엇갈리는 분위기이다.

우선 부정적인 시선의 배경에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전 정권의 '관제펀드'였던 녹색펀드, 통일펀드의 실패 경험이 깔려 있다.

두 개 펀드는 정권 말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녹색펀드는 이명박 정권 말기였던 2011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펀드평가사 제로인)했고, 통일펀드는 북한의 핵도발 등으로 하락을 거듭하다 현재 단 한 개 상품만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펀드는 이 같은 실패를 피하기 위해 과거 관제펀드들과의 차별점으로 당국의 '손실보전' 조항을 내세우고 있다.

손해 발생 시 투자자보다 당국이 먼저 이를 받아들이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총 20조 원 규모의 정책펀드는국민투자자가 선순위(13조 원)로 들어오고, 이에 대응해 후순위로 정부재정(7조 원)이 투입된다.

민간 투자와 달리,이익구간에는 선순위와 후순위가 차례로 이익을 나누지만, 손실구간에서는 역으로 후순위부터 손실을 부담한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펀드는 후순위인 정부재정 투자액 7조 원만큼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국민투자자의 원금 손실은 피할 수 있다는 공언이다.

이는 재작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로 인해 탄생한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의 손실보전 방식과 같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정 '수익'을 얻지 못하면 이같은 손해보전에서 오는 안정성도 '유인책'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다"면서도 "수익률이 얼마 날지가 관건이다. 당초에는 너무 낮은 수익률을 제시해서 펀드로서 의미가 있겠냐는 비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간 투자를 유인할 '높은 수익률'이 가능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책펀드가) 성공하려면, 첫째 운용사의 구체적이고 유망한 투자 계획이 필요하고, 둘째, 민간 자금 13조 원이 무사히 모집돼야 한다"며 "운용사가 얼마나 민간자금 펀드 레이징과 상품화를 잘 해내느냐에 (성공여부 달려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무투자 비율' 적시했지만... 수익성과 함께 잡으려면 그 이상의 정부 의지 필요


이번 정시 자펀드 모집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중소·중견기업 의무투자 비율' 고지 조항이다.

정책형 뉴딜펀드 정시 위탁운용사 선정계획에 따르면, 산은과 성장금융은 자펀드 운용사에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목표 결성금액의 50% 이상'을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9년 문 대통령이 개인 자본으로 투자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는 소부장 펀드 '필승코리아펀드(NH아문디자산운용)의 투자처가 삼성전자(2020년 11월 기준 21.8%), 현대모비스(같은 기간 3.24%) 등 대기업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일각에서 제기한 '상품으로는 성공했지만, 정책적으로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냐'는 의문에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당사는 해당 조항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성장금융에 따르면, '의무투자 비율'로 공시한 만큼, 해당 조항의 실천 여부에 관해 당사의 요구가 있을시 공유해야 하며, 어긴 것이 발각될 시 일정한 제재가 가해진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정책형 뉴딜펀드도 다른 당사 주관 펀드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내역에 준해서 제재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중소·중견 기업 의무 투자' 시도가 우선 상품의 '수익성'에 해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기업 투자는 안정성은 있으나, 성장폭이 높지 않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이나 비상장사 중 유망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성장 폭이 큰 편"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적절히 섞여 있는 펀드 구성에 투자자 선호가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조항인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형 뉴딜기업 발굴부터 쉽지 않은 단계인데, 중소·중견 기업에서 성장 가능성 있는 유망 기업을 찾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엄격한 '의무조항'을 넣은 만큼, 정책펀드에서 정부가 더 주도적으로 역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정부가 정책자금을 출자하고 선정과정에도 참여하는 만큼, 부실한 기업이나 취지에 맞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는 일을 제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형 뉴딜펀드가 민자 뉴딜 길라잡이 역할 해야"


한편, 업계에서는 이같은 이번 정책펀드의 향방이 향후 전개될 인프라 뉴딜펀드, 민간 뉴딜펀드 등의 '미리보기' 역할을 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간 뉴딜펀드는 정책자금이 들어가지 않고, 인프라 뉴딜펀드 역시, 민자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 수 있는 것은 정책펀드 하나인 셈이다.

서지용 교수는 "정책형 뉴딜펀드의 부실은 뉴딜펀드 전체에 대한 국민 인식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정책형 뉴딜펀드가 인프라 뉴딜펀드, 민간 뉴딜펀드의 '길라잡이' 역할을 바로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속도조절이 필요한데, 현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지용교수는 "정책형 뉴딜펀드를 시도하고 그걸 계기로 민자 사업을 시행해나가는 것도 방법인데, (정부가) 너무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자칫 부실펀드가 생기면 펀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