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이어진 격려와 응원, 도움의 손길...주변으로 확산하길"

▲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구로 모인 전국 곳곳의 마을공동체 모임 회원이 보낸 지원 물품 (사진=한국마을지원센터연합) © 팝콘뉴스


(팝콘뉴스=배태호 기자)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다.

하루 몇 명에 불과했던 확진 환자는 대구에서 열린 특정 종교집단의 모임 뒤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며 위기를 맞는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확진자로 대구에서는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한 이른바 '마스크 대란'이 펼쳐진다.

약국 앞에는 마스크를 구하려는 이들이 길게 줄을 이었지만, 공급량이 부족하면서 시민들은 겨우 1~2장의 마스크로 일주일을 버텨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에 국가적인 재난 앞에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발만 구르는 이들도 생겨났다.

1차 확산의 진원지였던 대구에서는 마스크는 물론 손 소독제 등 의료자원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이어 전국적인 확산을 우려해 모든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수업을 듣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또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전국 수백만 명의 학생들에게 점심을 책임졌던 수많은 농가는 농산물 판매가 중단되면서 생계에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 오히려 주변을 돌아보며 손길을 내미는 이들은 하나둘 늘어났다.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서 부족한 이들에게 전하기도 하고, 식사를 챙기지 못한 이들에게는 도시락을 제공하기도 하고, 물품은 물론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한 실천이 소규모지만,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을 통해 많은 어려움을 맞닥뜨렸다.

하지만, 스스로의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주변을 돌아보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리고 극복의 중심에는 '마을공동체'가 있었다.

■ 초기 확산지 대구로 전국 마을공동체가 손길을 내밀다

대구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수많은 마을공동체가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발생 두 달 만에 전국 50여 개 마을공동체 모임에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는 물론 양말, 생리대 등 생필품을 대구로 보냈다.

지난봄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이 우려되면서 대구는 물론 전국 곳곳에서 마스크 구입에 어려움이 생겼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부족하면서 온라인에서는 마스크값이 전년도에 비해 2~3배 폭등하기도 했다. 그나마 그마저도 구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등 전국 마을공동체 모임들은 회원들이 '직접' 마스크 제작에 나섰다.

코로나19가 침이나 콧물을 막는 것만으로도 전파율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세먼지 방지용으로 잘 알려진 KF-94와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부직포 등을 활용한 '비말감염방지용' 마스크를 하나하나 만들어 대구로 보낸 것이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100개,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100개, 은평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100개, 마을살림공작소에서 100개 등 전국에서 보낸 수제 마스크가 대구에 쌓이기 시작했다.

▲ 전국의 마을공동체 모임에서 대구 지역의 부족한 마스크 공급을 위해 회원들이 직접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을지원센터연합) © 팝콘뉴스

이 밖에도 손 소독제, 의료진을 위한 양말과 속옷, 건강을 위한 홍삼 세트, 어린이 간식, 생리대 등 생필품, 각종 김치와 장아찌 등 반찬 등 1만여 점 넘는 지원품을 오롯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아 대구로 전달했다.

또, 한푼 두푼 모은 성금 3천여 만 원도 코로나19 방역에 힘쓰는 의료진과 시민을 위해 써달라며 함께 전달되기도 했다.

이같은 경험에 대해 김영숙 대구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장은 "'작은 대한민국'을 온전히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김 센터장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온라인 뉴스레터 <서울마을이야기>를 통해 "재난 상황에 처하면, 시민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신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럴 때 작은 연대와 지지의 활동이 다시 사람과 사람의 신뢰를 연결한다. 서로 돕는 활동이 움츠린 마음을 치유한다. 시민들의 작은 지지와 응원이 쌓여 사회적 신뢰망이 회복된다"라며, "시민사회가 단순히 공적 시스템을 메꾸는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가 공적 시스템의 일부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 스스로 사회적 공동체망을 세심하게 만드는 상상력, 개방적이고 다양하며 편견 없는 마음을 모아서 다양한 정책 공론장을 지속적으로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오프라인으로 시작된 응원의 손길...온라인으로 확대

대구로 향한 지원은 오프라인을 시작으로 온라인까지 확대됐다.

대구 시민사회를 돕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연결하는 웹사이트가 개설돼 보다 빠른 지원 활동이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마을지원센터연합과 한국지역재단협의회, 한국시민센터협의회, 그리고 대구시민센터 등이 함께 만든 '이기자 코로나' 사이트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것'이 콩 한 쪽도 '고루'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장 빠르게' '직접' 가 닿을 수 있도록"이라는 슬로건으로 도움을 주고 싶은 이들에게는 방법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지원을 매칭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6천여 장의 마스크가 대구 지역에 전달되기도 했고, 5천 명에 달하는 결식 아동에게 식사가 지원되기도 했다.

또 손 소독제 및 소독용 에탄올, 아이들을 위한 생활 놀잇감, 쌀과 과일, 과자 등 식품도 후원됐고, 코로나19 의료진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의 숙소 제공도 이뤄졌다.

또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노숙인들을 위한 식사 제공비 및 마스크 지원비도 4백여만 원 모였다.

이 밖에도 전라남도 광양시에서는 매주 소량으로 공급됐던 공적 마스크를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하자'라는 온라인 캠페인이 펼쳐지기도 했다.

▲ 온라인을 통해 대구 지역을 돕기 위해 펼쳐진 캠페인 포스터 (사진=한국마을지원센터연합) © 팝콘뉴스

특히 대구의 마을라디오 성서공동체FM은 대구 사람들의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전달해 응원과 격려, 위로의 손길을 이끌어 대구시민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성서공동체FM은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기록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매주 3회 방송을 제작, 송출하기도 했다.

▲ 면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는 영등포구 마을예술창작소 세바퀴 자원봉사자 © 팝콘뉴스

이런 활동에 대해 대구 마을센터 관계자는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돌아보고 힘든 이웃을 도우려는 마을공동체가 늘고 있다"라며, "공동체를 통해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의 한 마을공동체 관계자 역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라며, "올해 초 대구로 향했던 격려와 위로의 목소리, 도움의 손길이 내 주변에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부닥친 이들에게 향한다면, 재확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양천구에서 마을공동체 모임에 참여 중인 30대 직장인 박모 씨 역시 "사람이 희망이라고 말하는데,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아쉽게도 새해에도 코로나19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데, 꼭 공동체 모임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배려하고 서로 도우면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진정한 '백신'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다"라며 새해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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