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정주행 유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코로나19로 예년과 같은 연말연시 모임이 불가능해지면서 집에서 '메리 코로나마스'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올해 연말 테마를 '집콕(집에 콕 박히다)'으로 정하고 그동안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던 넷플릭스 작품들을 정주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막상 넷플릭스를 켜도 방대한 작품 수에 뭘 봐야 할지 몰라 스크롤만 한참 내리기를 반복하다 창을 끄기를 수차례. 만약 A씨의 모습에서 당신의 그림자를 발견했다면 이 글을 주목하시라.

크리스마스 연휴를 그냥 보내는 게 아쉽다는 이들을 위해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순삭(순간 삭제)되는 '꿀잼 보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작품을 소개한다.


'블랙미러', 첨단 기술이 빚은 '인간성의 상실'


▲ 넷플릭스 추천 드라마에서 항상 언급되는 '블랙미러'(사진=넷플릭스). © 팝콘뉴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자율 주행 자동차, VR 게임,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등 첨단 테크놀로지들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한층 더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미러'는 가까운 미래, 발전한 첨단 기술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궁지로 내몰고 처참하게 파괴하는지적나라하게 비춘다.

특히 블랙미러는 옴니버스 구성으로 매 에피소드마다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어 굳이 순서대로 정주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작은 칩 하나로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비디오 녹화하듯 기록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업무상에 실수가 있었는지, 혹시 약속을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법적 공방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에도 쉬울 것이다.

SNS에서 타인이 매기는 평가가 고스란히 내 현실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어떨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받은 '좋아요'의 개수에 따라 은행 대출금 액수가 달라지고 거주 가능한 동네와 아파트의 수준이 달라진다. 심지어 배우자의 외모와 능력마저도 좌지우지한다면?

끝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날짜가 정해진 죽음이 있나 하면, 갑작스럽게 찾아올 때도 있다. 존재의 상실이 만들어내는 공허함은 생각보다 크다.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 깊으면 깊을수록 후폭풍은 거세게 찾아온다.

여기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아내가 있다. 그리고 남편의 외모와, 성격, 기억, 말버릇까지 그대로 닮은 로봇이 있다. 그것은 남편의 빈자릴 채울 수 있을까? 개인을 정의하는 것은 정보일까 아니면 따뜻한 체온일까?

꼭 부정적인 내용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시각에 따라 어쩌면 긍정적일수도 있는 이야기들과, 때로는 통쾌하다고 생각될 에피소드도 더러 있다. 감상 전에 줄거리를 미리 살피고 취향에 맞을 것 같다 싶으면 시청을 권한다.

다만 당신이 재생 버튼을 누른다면 한 편만 보게 될 리는 없을 것이니 적당한 군것질거리와 음료수가 함께 한다면 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시즌 1의 '공주와 돼지'는 제일 나중에 보기를 권한다).


이 시국에 보게 돼서 다행이야 '어둠 속으로'


▲ 태양을 피해 어둠 속으로 향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운 '어둠 속으로'(사진=넷플릭스). © 팝콘뉴스


출발을 앞두고 있는 모스크바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많은 승객 사이로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등장한다.

일등석 승객들의 탑승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 남자는 승무원에게 탑승 티켓을 제시하는 대신 총을 겨누며 모스크바 행 비행기에 올라탄다. 출발까지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그는 기어코 조종석까지 들어가 출발을 강요한다.

"지금 당장 비행기를 띄우지 않으면 일출 때 우리 모두 죽는다."

이해할 수 없는 소릴 하며 당장이라도 총의 방아쇠를 당길 듯 협박해 오는 남자에 결국 비행기는 12명의 승객만을 태우고 이륙한다. 비행기 납치범인 줄 알았던 남자는 나토(NATO, 서유럽 지역의 집단 안전 보장 기구) 소속의 장교.

'어둠 속으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태양에 이상이 생기며 지구에 닿는 햇빛이 모든 생명을 즉시 죽여 버리는 '살인 광선'으로 변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태양을 피해 서쪽으로 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로나19 시국, 일명 코시국이라 불리는 현재, 정말 질릴 만큼 비행기를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주인공 일행을 보면서 대리 여행의 만족감(?)을 충족시킬 수도 있는 작품이다.

비행기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전개되는 플롯이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지리라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주요 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극이 진행되며 점차 변화하는 인물 간 관계는 시청자가 적당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입체적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소재를 현실과 잘 버무려 낸 작품으로 기내 풍경이 식상할 때 즈음이면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착륙하고,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리게 되는 위험요소를 어떻게 이겨내는지 또한 즐길 거리 중 하나다.

또, 땅 위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대립,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누가 노아의 방주에서 쫓겨나고 올라타게 될지 예측하는 심장 쫄깃해지는 스릴도 충분하다.

과연 최후의 12명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이는 누구일지, 태양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은 없는 건지, 인류 멸망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지 궁금하다면 넷플릭스 '어둠 속으로'에서 직접 확인해 보자.


'엄브렐러 아카데미', 7남매의 좌충우돌 지구 구하기


▲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 없는 하그리브스 7남매(사진=넷플릭스). © 팝콘뉴스


한날한시에 각기 다른 집안에서 태어나 원인불명의 '초능력'을 갖게 된 7명의 아이들.

인성은 잘 모르겠지만 돈만큼은 차고 넘치는 괴짜 부호 레지널드 하그리브스가 7남매를 입양하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초기의 목적은 범죄와 싸우기 위한 '슈퍼 히어로' 양성으로 어린 나이부터 훈련을 받으면서 각자의 초능력을 이용해 범죄자들과 싸우지만 늘 그렇듯 계획이 계획대로 흘러가면 재미있을 리 만무하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성인이 된 7남매. 자신들의 초능력을 십분 발휘해 잘 먹고 잘살고 있는데 난데없이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 들려오면서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시공간의 문을 열고 나타난 7남매의 뒤처리 담당 넘버 파이브는 도착과 함께 "일주일 뒤 지구가 멸망한다"라는 믿기 힘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DC 세계관의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마블 세계관의 아이언맨이나 토르와 같이 전지전능하고 항상 멋진 모습으로 지구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의 모습을 이들에게 기대하지 말길 바란다.

사적 욕심을 위해 초능력을 남발하고 영웅은커녕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이를 암살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때론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은 우리가 아는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다. 보다 보면 동네 사는 백수 삼촌 같고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형 같은 친근함이 느껴질 정도다.

구제 불능에 탄성보단 탄식이 먼저 흘러나오는 한심한 모습일지언정 7남매는 힘을 합쳐 종말의 실마리를 추적한다. 그리고 온갖 시련을 넘고 힘을 합쳐 지구 멸망의 원인을 찾아낸 순간 지구가 멸망한다.

진짜로 '멸망'한다.

당신의 '코로나마스' 연휴를 책임질 '엄브렐러 아카데미'. 지구가 왜 멸망했는지 궁금하다면 잠자고 있는 계정을 깨워 넷플릭스에 접속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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