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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19라고 해도 헌혈은 해야죠"...기꺼이 팔을 걷는 이들을 만나다

올해 혈액보유량 '적정' 수준 55일 불과... 9일은 '주의' 수준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0/12/03 [13:57]

[르포] "코로나19라고 해도 헌혈은 해야죠"...기꺼이 팔을 걷는 이들을 만나다

올해 혈액보유량 '적정' 수준 55일 불과... 9일은 '주의' 수준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0/12/03 [13:57]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창 밖 거리가 휑 뎅그레 비어 있다. 벽에 붙은 텔레비전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데 따른 방역 당국의 거리두기 조처에 대한 보도가 흘러나왔다. 눈에 띄게 행인이 줄어든 골목이 살풍경하게 건너다 보였다.

 

스산한 바깥 풍경과 달리, 헌혈의집 안에는 훈풍이 불었다. 3일, 마포구와 서대문구의 헌혈의집 두 곳을 찾았다.

 

▲ 3일 오전, 헌혈의집 홍대센터 건물 입구에 안내판이 서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혈액이 부족하다'는 호소문과 '혈액급구' 종이가 눈에 띈다  © 팝콘뉴스

 

평일 점심, 헌혈의집을 찾은 헌혈자의 수는 예상보다 많았다. 기자가 헌혈의집 홍대센터를 찾은 지 30분 만에 다섯 명이 이곳을 방문해 소중한 사랑을 실천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헌혈의집 신촌센터 역시 헌혈자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기자가 이곳에 들어선 지 20여 분만에 여섯 명이 찾아와 문진표를 쓰고 자리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두 달에 한 번씩은 헌혈을 진행한다는 권대민(33, 서대문구) 씨는 근처 직장에서 오전 출근을 마치고 퇴근 후 헌혈센터를 찾았다고 전했다. "몸이 건강하니 헌혈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자신한 권 씨는 "되는 데까지는 헌혈을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대부분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꾸준히 헌혈의집을 찾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헌혈의집을 찾는 데 장벽이 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의 '입구컷' 방역이 코로나19 안전지대라는 안심을 안겨준다는 설명이다.

 

롱패딩으로 겨울바람을 철통보안으로 막아가며 헌혈의집에 방문한 전현수(21, 서울) 씨는 "헌혈의집도 일종의 '의료기관'인 만큼, 위생은 다른 장소보다 더 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주변 친구들 역시 '가서 헌혈을 더 해야겠다'고 말하더라"고 말을 전했다.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 헌혈의집을 찾은 직장인 신연수(27, 마포구) 씨 역시 "보유혈액량이 부족하다고 해서 올해 되려 자주 헌혈을 하고 있다"며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만큼,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식당 등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헌혈의집 역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손소독, 체온 특정 등 정부에서 지시하는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헌혈의집과 헌혈버스를 하루에 두 번씩 소독하는 등 헌혈 현장의 안전 관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혈 시 대면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도 나섰다.

 

헌혈의집 홍대센터에는 '전자문진'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완전히 막혀 있지는 않지만, 불투명 유리를 덧대어 기침 등이 발생하더라도 바깥 공간까지 빠져나가지 않도록 했다.

 

방문 전, 전자문진 작성도 가능하다. 스마트 헌혈앱,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문진에 참여하고 3일내 센터에 방문하면 해당 문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약'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어, 방문 시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 헌혈의집 홍대센터 전자문진 작성 공간  © 팝콘뉴스

 

이처럼 코로나19 발 '혈액수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과 당국의 노력에도, 여전히 올해 헌혈자는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헌혈자 수는 지난 2일 기준 약 223만 명이다. 2019년 한 해 헌혈인구는 약 279만 명으로, 겨울철이 헌혈 비수기라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올해 내 전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로 헌혈인구는 줄었지만, 수혈 필요 상황은 증가하면서, '혈액수급위기' 수준이 지속되면서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하루 혈액 사용 예상치에 따라 보유혈액량의 수준을 ▲적정(5일분 이상) ▲관심(5일분 미만) ▲주의(3일분 미만) ▲경계(2일분 미만) ▲심각(1일분 미만) 다섯 단계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올해 5일분 이상 혈액 보유량으로 '적정' 수준을 기록한 일수는 55일에 불과하다. 이외 대부분의 일수는 '관심' 수준으로, 이중 9일은 '주의' 수준까지 위험 수위가 격상됐다.

 

지난 5월 적십자사는 보유혈액량이 '주의'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라 헌혈참여를 독려하는 긴급재난 문자를 전국민에게 발송한 바 있다. 

 

취재를 진행한 3일에도 혈액보유량은 '관심' 단계에 머물렀다. 지난 10월 8일 이후 혈액 보유량은 줄곧 관심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성분헌혈을 위해 헌혈의집을 찾은 김화선(43, 마포구) 씨는 이같은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주변에 적정 '수치'에 미달해 헌혈이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며 "헌혈을 한다고 나에게 당장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백혈병 환자 등)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은 많지 않나"라며 더 많은 이들이 헌혈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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