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공예센터 개관 3년...지역 공방·사랑터로 '자리매김'

▲ 서울여성공예센터 전경(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서울 노원구에 위치했던 서울북부지방법원과 검찰청이 2010년 도봉구로 이전하면서 수많은 법조인들이 오갔던 건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아침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구)서울북부지방법원·검찰청 청사는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고 7년이란 세월 동안 우두커니 자리만 차지하면서 을씨년스러운 빈 건물로 주민들의 골칫거리가 되나 했더니, 서울시의 새로운 사업을 통해 다시 태어나게 됐다.

지난 2015년부터 '공예문화산업 활성화 3개년 계획'에 맞춰 지역 내 공예 문화 확산과 지원에 힘을 쏟기 시작한 서울시는 여성들의 공예창작 및 창업 지원 사업을 주도하기 위해 '더아리움' 개관을 결정한 것이다.

(구)서울북부지방법원·검찰 청사를 리모델링해 2017년 5월 27일,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센터장 김영징)이 문을 열었고 여성 공예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문화 체험을 도우며 공예문화 확산과 지역 내 '문화 공동체'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내 ‘최초’ 공예 기반 복합문화공간


▲ 서울여성공예센터 내 입주 업체 현황(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여성공예가들의 아름다운 작품이 피어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은 서울에서 공예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총면적 5,723㎡로 구성된 더아리움은 창업 및 교육 지원 공간과 시민들과 함께하는 생활창작공간,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1층엔 휴식과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쉼터 '크라프트 살롱'과 입주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다.

건물을 방문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로비에 홍보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이곳에서 다양한 작품을 본 주민이 실제 구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서울시가 만들고 사회적기업 일상예술창작센터가 수탁 운영하고 있는 더아리움은 여성 공예(예비)창업가 53팀에게 전면이 유리로 돼 있는 가게(Shop) 형태의 개인 작업 공간을 대여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을 전시해 판매하는 동시에 구분된 공간에서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으며 제곱미터 당 5,000원 선의 저렴한 가격으로 작업 공간을 대여하고 있어,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임대료를 줄여 창업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더아리움에 입주 중인 최연정 씨는 "이곳에 오기 전에는 마땅한 작업 공간이 없어 집에서 작품을 만들거나 했는데 작업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면서 작품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져서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채진주 씨는 "기술 교육 및 세금 문제 등 창업과 관련된 교육을 많이 해줘서 입주 전보다 훨씬 시야가 넓어졌다. 공부가 많이 되고 있어서 좋고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장소를 대여할 수 있어 금전적인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막상 자신만의 가게를 가진다 한들 처음부터 사업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갖춘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서울여성공예센터는 홍보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판매 후 정산과 같은 회계 영역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기만 한 초보 창업가에 가장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며 한 명의 사업자로서 독립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단단히 다져준다.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 지역재생팀 조성진 팀장은 "센터에 입주하게 되는 여성 공예가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일반적인 노하우와 필요한 실무 지식을 교육하는 과정을 제공하며 멘토링과 컨설팅을 거쳐 1인 기업의 사업 운영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센터에서 활동을 지속하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따로 공방 내지는 가게를 차려 독립하는 공예가들도 있다. 더아리움에서는 이들을 '졸업생'으로 부르고 있다.

조성진 팀장은 "작년부터 졸업자를 배출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 바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현재는 현상유지에 그치고 있다"며 "2019년에 32명이 독립했으며 모두 자신의 사업을 지속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생활 속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공예' 예술 되길


▲ 도자 공예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고 있는 수강생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서울여성공예센터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생활창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 내 입주 여성 공예가들이 강사로 나서는 덕에 금속부터 도자, 가죽, 섬유 공예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보통 한 달에 30여 개 수업이 열리며, 평균 200여 명의 수강생들이 참여하게 된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최대 3개월까지 진행되는 장기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생활창작프로그램이 원데이클래스 형태로 진행되거나 비대면 방식을 채택해 온라인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조성진 팀장은 "개관 초기에는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알음알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대부분이었으나 점차 가족 단위 체험객들이 급증했고 최근엔 젊은 층들까지 늘어나면서 연령, 성별이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예술 활동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조 팀장은 올해 중순쯤, 동네에서 활동하는 전업주부들을 대상으로 캘리그래피 반을 운영했다.

가사 활동과 가족들 뒷바라지에 전념하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어했는 지 등나 자신을 잃어버린 분들을위해 캘리그래피로 자신의 취향이나 이야기를 써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일종의 자아 찾기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다.


수업 초기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선뜻 꺼내놓기 어려워 했던 이들이 후반으로 갈수록 자신 안에 있는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모습을 보고 조 팀장은 '예술'이 가진 치유와 위로의 힘을 발견할 수 있었던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 서울여성공예센터에서 진행 중인 원데이클래스 참가 수강생들이 만든 공예품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자칫 무료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주말을 예술 창작 활동으로 채우며 보람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도자 공예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한곽현자 씨(강동구 상일동)는 "친구와 블로그 소개를 통해 처음 알게 됐고 오늘이 첫 수업인데 너무 재밌다. 이렇게 흙으로 도자 공예를 하는 건 처음인데 초등학교 때로 돌아가 찰흙놀이를 하는 거 같아 즐겁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수업을 운영하는 강사 김선 씨는 "9월부터 총 6번의 수업을 진행했다.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도자기를 만들고 사용하면서 '(수강생들이) 자신감을 느끼고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씀을 하시는 걸 들으면 덩달아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며 소감을 밝혔다.

조 팀장은 "예술과 창작이라는 문화를, 어떤 이질적이고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멀게만 바라보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스스로 체험하고 느끼면서 누구나 접할 수 있고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녹아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작은 소망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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