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지역 예술의 협업... 5, 6차 벤더 업체와 대기업 간 새로운 협업 형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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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뉴스=권현정 기자) 28일 이른 오후, 평일 낮 시간에도 신사동 포스코건설 더샵 갤러리 1층에는 삼삼오오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방문객들은 1층 전시실에 설치된 다양한 작품을 천천히 살펴보며 저마다의 감상을 나눴다.

서울의 대표 상권 중 한 곳인 영등포역 인근 문래동에 있는 허름한 철공소 거리를 찍은 평화로운 풍경의 사진을 본 관람객 박태현 씨(서울, 30대 직장인)은 "약속이 있어 지나다가 잠시 시간이 나 들렸는데, 옛 모습을 간직한 영등포 문래동 일대 사진을 보니 색다른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전시회는포스코건설과 영등포·경인로 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 서울소공인협회가 손잡고 진행한 '스틸아트(Steel art) 공모전' 시상작 및 문래동 철공거리의 오늘날을 찍은 사진전으로 꾸며졌다.

5~6차 철강산업 벤더 집적지로서의 문래동의 현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사진들을 입구부터 훑어나가면 전시장 끄트막에 마을 예술인과 마을 소공인이 협력한 '스틸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동선으로 꾸려졌다.

동선을 따르면 익숙하고 오래된 문래동, '예술'이 틈입한 문래동을 지나 현재, 예술과 철강이 '섞이고 있는' 문래동을 만날 수 있다.


예술과 섞이고 대기업과 손잡다


문래동은 1970~1980년 국내 철강산업의 집적지로 알려졌던 동네다. 1980년 제조업 쇠퇴, 1990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축소됐지만 여전히 자리를 버티는 사람들은 동네의 1층을 굳건히 지켰다. 산업이 쇠퇴하며 철공소가 떠나간 자리, 철공소가 들어서기 어려워 공실로 남은 2층에 홍대 등지에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난 예술인들이 자리잡았다. '문래창작촌' 등이 문래동에 들어선 것이 이 무렵이다.

'예술인 동네'라는 동네의 새로운 정체성은 일견 도시에 젊은 피를 수혈한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으나 실상 철공'업'에 새로운 인력이 유입된 것은 아니었고, 설상가상 젊은 예술인의 입주로 일대가 관광지화하며 각종 상업시설이 입주, 여타의 동네처럼 '젠트리피케이션' 일로를 걸을 기미마저 보였다. 더 많은 철공인들이 자리를 비웠고, 예술인들은 다시 이주를 준비했다.

▲ 사진전 전시 사진 중 하나. 문래동 철강 골목 풍경을 담았다 ©팝콘뉴스

문래동은 그러나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체질을 만들려는 시도로 꿈틀대고 있다.

이번 철공예품 전시 역시 예술과 철강의 협력 사업 중 하나다.

이번 공모전은 서울소공인협회가 참가 소공인을, 영등포·경인로 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이하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참가를 예술인을 찾아 매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디자인 능력을 가진 예술인과 제작 능력을 가진 소공인이 손잡고 작품을 만들어낸 셈이다.

정원석 서울소공인협회 이사는 "예술인들이 들어오면서 (도시재생)지원센터도 들어오고, 센터에서 교육 받을 기회도 생기더라"며 예술인과의 협업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특히, 스틸아트 사업을 통해 예술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대기업'과의 관계도 잡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문래동은 1~2인이 일하는 소규모 철강 기업으로 대부분 5, 6차 벤더, 즉, 하청, 재하청을 일거리로 받아 운영된다. 완성품 제조업체를 포함해, 철강 관련이라도 대기업과 소통할 기회는 많지 않다.

정 이사는 "포스코가 스틸아트 공모와 관계된 마을 책자를 보고 센터를 찾아왔다"며 "문래동 소공업체들은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는데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우리가 '포스코'같은 대기업과 관계 맺을 일이 있었겠나"라며 다행스러운 목소리를 전했다.

포스코 역시 "대·중소 철강산업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하는 중이라며 이번 시도를 시작으로 문래동 철강 골목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한편, 스틸아트 전시 및 사진전은 오는 31일까지 신사동 포스코건설 더샵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스탈아트 전시 작품은 이후 더샵 아파트 주민 공용 공간 네 곳으로 자리를 옮겨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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