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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 공동체 에미프, "비혼을 선언한 당신, 혼자가 아닙니다"

여성들의 목소리로 말하고 듣고 바라보다

편슬기 기자 | 기사입력 2020/10/28 [11:09]

비혼 여성 공동체 에미프, "비혼을 선언한 당신, 혼자가 아닙니다"

여성들의 목소리로 말하고 듣고 바라보다

편슬기 기자 | 입력 : 2020/10/28 [11:09]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대한민국 민법 제779조는 가족의 범위를 1.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2.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에서는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고 명문화했다.

 

'가족'은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혈연관계로 이어진 가족(혈연공동체)과 함께 '개인'과 '개인'이 만나 '새로운 가족'(사회공동체)을 이루는 '결혼'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 발전과 함께 '개인'의 행복 또는 이상을 추구하는 삶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도 싹트기 시작했다. 이처럼 결혼을 당위 혹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면서 우리 사회에서 '비혼(非婚)'은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혹은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여전히 '비혼'에 대한 탐탁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부터 "이러니까 저출산이 판을 치지"라는 다소 과격한 비난까지...

 

결혼을 '선택'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마치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부족하다' 혹은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매도하며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너무나 오랜 시간 당연하게 이뤄져 왔던 제도에 대해 '다른 생각'을 말하며 작은 변화를 실천하는 '비혼 여성 공동체 에미프(emif)' 강한별 공동대표는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비혼은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택한 삶의 방향성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비혼 입문, 망설이지 말고 에미프와 함께 하세요


▲ 비혼 여성 공동체 에미프(emif) 김아람 공동대표(좌측부터), 하현지 공동대표, 강한별 공동대표(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2019년 4월 출범한 비혼 여성 공동체 에미프(emif·be the Elite without Marriage, I am going Forward)는 1인 가구, 비혼인을 정상적인 가족 형태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함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독서 모임과 크리에이터 활동 등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들은 현 공동대표 중 한 명이 여성 비혼인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이 에미프의 시초가 됐다.

 

출범 이후 에미프는 지금까지 비혼 여성의 도약을 위한 커넥션 커뮤니티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혼자'이자 '우리'로 단단히 뿌리내리는 중이다.

 

1, 2기 회원 모집을 거쳐 현재 에미프에는 70여 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으며 비혼을 결심한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은 에미프라는 공동체 내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서로를 돕고 연대하고 있다.

 

우선 회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소규모부터 대규모 단위의 사교모임 활동이 이뤄진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독서 토론, 경제 소모임에 참여할 수도 있고, 캠프, 송년회 등의 행사에서 비혼에 뜻을 두고 있는 더 많은 회원들과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같이할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우리'를 느끼기 위해서다. 

 

이처럼 다양한 행사를 통해 에미프는 먼저 회원과 회원 간에 유대관계를 만들고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이루면서, 궁극적으로는 전국에 퍼져 있는 크고 작은 비혼 여성 공동체와의 '연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혼 여성 공동체인 만큼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변화를 위한 스스로의 노력과 실천에도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에미프 테드(emif TED, The Elite Day)'가 있다. '#여성에게마이크를'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개인이 지닌 재능을 살려 에미프 회원들에게 전하거나 공유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강연 형태의 행사다.

 

김아람 공동대표는 테드의 탄생 비화에 대해 "여성들의 비혼에 대해 말하는 강연에 기혼 남성이 연단에 서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며 "'여성'의 '비혼'에 대해 논하는 자리조차 남성이 강연자인 모습을 보고 여성들의 이야기는 여성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에 테드라는 장을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에미프는 필요에 의해, 시류에 맞춰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여성들의 커리어를 논하는 '비혼파이 만들기'와 한국 사회 내 만연해 있는 디지털 성폭력 문제점을 짚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디지털 성폭력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여성 인권과 비혼에 대해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에미프는 오는 11월 9일부터 3기 회원 모집을 앞두고 있다. 비혼에 관해 관심이 있거나 비혼을 선언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하현지 공동대표는 "에미프가 궁금한 분들은 인스타그램 및 트위터 등 SNS 채널을 운영 중에 있으니 지금까지의 저희 활동 이력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기존에 에미프를 알고 있었던 분들 중 (3기 모집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천천히 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라며 비혼 새내기들을 향한 적극적인 영입 의지를 보였다.

 


비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한국 사회


▲ 에미프의 강한별 공동대표가 '비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비혼을 향한 곱지 않은 일각의 시선에도 비혼을 희망하는 이들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비혼을 하겠다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올해 6월 6일부터 12일까지 30대 비혼 남녀 각 500명(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 10명 중 7명은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비혼이 아닌 '결혼'을 선택하지만 30대 여성 10명 중 6명은 그래도 '비혼'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막을 살펴보면 남성은 '결혼을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돼 결혼을 꺼린다는 응답이 51.1%로 가장 높았고, 여성은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에(25.3%), 가부장제·양성불평등 등 문화 때문에(24.7%) 순으로 응답했다.

 

이렇다 보니 남성의 경우 '성공하거나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결혼과 비혼 중 ○○을 선택할 것이다'라는 질문에 76.8%는 '결혼'이라고 응답한 반면, 여성 응답자 67.4%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하더라도 '비혼'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강한별 공동대표는 "남성들은 경제적인 요소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점에서 비혼을 많이 결심하고 있다면 여성들이 비혼을 결심하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불평등한 데서 비롯됐다"며 지적했다.

 

강 대표는 "그러나 정부는 각자 비혼을 생각하게 되는 원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문제를 단순화해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결혼 및 출산 장려만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면서 동시에 개개인에게 이 사회를 책임져야 한다는 과중한 부담과 압박을 주고 있다. 이러한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비혼을 선택하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1인 가구와 비혼인을 위한 지원 정책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 에미프가 지난 7월 개최한 '1인가구 정책 공론장'에서는 주거의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총 84점 만점의 주택 청약 가점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무주택기간과 저축 가입 기간이 길어야 한다. 이를 충족하는 1인 가구라 할지라도 부양가족 항목에서 받을 수 있는 점수는 기껏해야 5점. 청약으로 분양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김아람 공동대표는 "운 좋게 1인 가구를 위한 매물을 발견해도 햄스터가 들어가서 사는 케이지만한 크기의 비좁은, 최소한의 삶만을 영위할 수 있는 주거 지원이 전부다. 평생을 살 수 있는 '내 집'에 대한 복지정책이 1인 가구에겐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며 증가하는 1인 가구와 비혼인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함을 호소했다.

 


비혼을 외치는 당신을 위한 '비혼수업'


▲ 에미프에서 출간한 비혼인들을 위한 1인 가구 지침서 '비혼수업'(사진=교보문고).  © 팝콘뉴스

강한별 공동대표를 비롯한 5인의 에미프 공동대표는 지난 10월 10일, 비혼인들을 위한 1인 생활 지침서 '비혼수업'을 출간했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비혼수업'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다섯 명의 저자들이 '비혼'이라는 공통점으로 끈끈하게 묶여 비혼으로 살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필수 지식을 알차게 담았다.

 

김아람 공동대표는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신부수업이란 표현을 재밌게 꼬집어서 '비혼수업'이란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책의 저자인 비혼인 다섯 명의 이야기도 에세이 형태로 담아 냈으며 삶의 무게에 지친 독자들을 위로하고 즐거움을 주기 위해 풍자와 해학 또한 풀어냈다"고 답했다.

 

목차만 살펴봐도 느낄 수 있듯 '비혼수업'은 비혼을 희망하거나 이미 비혼으로 살고 있는 독자들이 재밌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졌다. 파트 1에서는 비혼에 대한 기본적 개념 정립을 돕는다.

 

강한별 공동대표는 "책을 접하는 비혼인들에게 '공감'의 키워드를 이끌어내고 싶었다"라며 "책에서 제시된 키워드를 살피며 자신의 경험들을 상기할 수 있도록, 비혼인으로 살며 한 번쯤 들어봤을 말로 목차를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트 2를 살펴보면 1. 아직 어려서 그래와 2. 이제 결혼할 나이네 등 마지막까지 파트 2를 아우르는 모든 목차는 어디선가 들어봤을 얘기들로 구성돼 있다. 비혼을 결심한 이들에게는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고 관심이 적었던 이들에게는 '비혼'에 대한 이미지를 환기 시켜줄 수 있는 핵심적인 파트다.

 

파트 3에서는 홀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돈'과 '주거'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룬다.

 

세금과 금리, 보험과 주식, 인테리어 등 완전한 1인 가구로서 독립하기 위해 효율적인 재무관리 방법은 무엇이고 집의 컨디션은 어떻게 유지하는 지, 노후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쏠쏠한 팁을 전한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비혼을 지향하는 인생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과 조언을 담았다.

 

비혼을 말하는 책들은 시중에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들이 '자유롭게 연애하자'라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홀로 서기'보다는 '결혼'에 대한 압박을 벗어나자는 메시지가 주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혼수업'은 '이 책을 누가 읽을 것인가' 타겟을 명확히 정하고 독자들의 니즈를 날카롭게 겨냥했다.

 

'결혼'에 대해 혹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또는,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작지만 의미 있는 도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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