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편슬기 기자)CJ대한통운이 최근 연이어 발생한 택배기사 과로사 사건들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내놨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이번 CJ대한통운의 발표는 택배산업 현장에 상존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분류 전담 인력 확충을 촉구했다.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이사는 22일 서울 중구 소재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택배 업무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빈다.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박근희 대표이사는 "몇 마디 말로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코로나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은 없었는지 되묻고, 살펴보고 있다"며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 및 기술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CJ대한통운 정태영 택배부문장은 택배기사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4개의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CJ대한통운은 내달부터 택배기사들의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천 명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현재 현장에 투입된 1천 명을 포함, 추가적으로 3천 명의 인력을 투입하며 총 4천 명의 인력 투입으로 매년 5백억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국 2만여 명에 달하는 택배기사 5명 당 1명의 분류지원인력이 붙게 되는 숫자다. CJ대한통운은 추석 연휴와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늘어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가 아닌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임을 명확히 했다.

다만 분류지원인력의 투입은 각 집배점 상황과 현장을 고려, 의견 조율을 거쳐 이뤄질 예정이다.

지원인력 투입을 통해 분류 업무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택배기사들은 오전 업무 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 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지역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업무개시 시간 조정이 가능해지면서 전체 분류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전문기관에 의뢰해 건강한 성인이 하루 배송할 수 있는 '택배 배송 적정량'을 산출해 올해 말 안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분류지원인력 증원에 따른 사측이 비용 부담이 증가하지만 택배 건당 수수료가 더 부과되거나 택배기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선제적인 산업재해 예방안도 마련한다.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통한 체계적인 건강관리 방안도 마련해 내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건강검진 시 이상 소견이 있는 택배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관리체계를 도입하고 근로자 건강관리센터와 협력해 연 3회 방문상담을 진행한다.

또한 작업강도 완화를 위한 구조 개선도 가속화한다.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에 이어 오는 2022년까지 소형 상품 전용분류장비를 추가 구축해 현장 자동화 수준을 높여 택배기사들의 업무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회사가 처리하는 물량 중 소형택배화물은 전체의 90%에 이르기 때문에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를 추가 구축한다면 전체 작업시간을 감소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CJ대한통운은 2022년 1백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 기존에 시행 중인 택배기사 자녀 학자금 및 경조금 지원과는 별개로 긴급 생계 지원과 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사용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 정태영 택배부문장은 "현장의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근희 대표 사과 및 대책안 발표에 대해 택배노조는 오후 입장문을 통해 일단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발표에 대한 이행계획,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 또한 산적한 현안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민관공동위원회'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과문 발표 뒤 이뤄진 질의응답에서 박근희 대표는 "택배기사 직접 고용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기에 답변 하기에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답변을 유보하겠다"고 말하면서, 아직까지 직접 고용에 대한 사측 입장은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언제까지 분류 전문 인력 4천 명 확보를 할 지에 대해서 명확한 시점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 관계자는 "11월은 1년 중 택배 물량이 가장 많이 몰리는 달이다. 그런만큼 CJ대한통운 측이 약속한 분류전담인력 채용을 빠르게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채용 과정 등 상황으로 인해 당장 4천 명이 확보될 수는 없겠지만, 사측에서 빠른 시일 내에 전담 인력 4천 명 확보 약속을 지켜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