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숍부터 크라우드 펀딩까지 선택폭 넓어져... '바이소셜' 캠페인 통해 확장 시도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장보기가 곤욕스럽다.유해물질이 나왔다는 생리대,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생활용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제조사, 지나친 플라스틱 소포장까지...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며 이런 제품을 하나하나 알아보고 구매 목록에서 제외하는 과정이 무척 번거로운 까닭이다. 시간과 수고를 들여 어찌저찌 장보기를 마치더라도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별 수 없다.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물건 하나 사는게 이렇게 힘들 일이야?'라는 불만 아닌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기성제품 틈바구니에서 '덜 찜찜한 소비'를 하는 데 지친 이들을 위한 온라인 공간이 최근 속속 늘고 있다.

기성 소비의 대안으로 '가치소비'를 제안하며 이들 플랫폼은 사회적 기업의 마케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치소비'에 막 발을 들인 소비자를 위한 MD(MerchanDiser, 상품화 계획 및 구입, 가공, 상품 진열, 판매에 이르기까지 책임을 지고, 권한을 갖는 상품 담당 책임자)인 셈이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요!"...'편집숍'에서 '크라우드 펀딩'까지


'가치소비'란 상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어떠한 형태 '소비'를 할 때, 가격이나 필요성 등과 함께 '가치'를 이용 또는 구매 기준으로 삼는 새로운 소비 형태이다.

예컨대, '제로웨이스트'를 삶의 모토로 삼고 있다면 플라스틱 포장이 없는 제품에 돈을 내고, 채식을 지향하는 소비자는 비건식을 찾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대형 마트 등 일반 매장에서는 이러한 가치소비를 고려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은 가치소비를 우선으로 하는 소규모 오프라인 매장이나 커뮤니티 등 동호회 성격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가치소비를 '같이' 수행해왔다.

그런데 최근 환경과 건강 등을 고려한 '가치소비'에 대한 일반인 관심이 커지면서, 소규모로 '알음알음' 이뤄져왔던 가치소비 플랫폼이 온라인을 통해 확장하며 보다 대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사회적 기업 '30밀리 스토어'는 다른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에서 생산된 '착한 상품'을 판매하며 '윤리적 가치소비'를 확산하기 위해 온라인을 통한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다. '착한 상품'의 기준은 인간과 동물, 자연과 환경에 해를 가하지 않는 데 둔다.

편집숍인 만큼, 입점된 제품의 면면은 다양하다. 의류, 액세서리, 식품, 인테리어 등 열 갈래로 세분화한 제품군에 가방부터 애견간식까지 아우른다.

'가치 소비'를 수행하는 소비자가 찾아오는 만큼, 소비자가 자신의 '가치'에 따라 상품을 탐색할 방도도 마련했다.

'#강원 #협동조합 #공정무역'과 같은 해시태그를 기업마다 붙이는 방식을 통해 이용자들 편의를 돕고 있다.

▲ 가치소비 편집숍 '30밀리스토어'는 해시태그를 통해 소비자가 '가치'를 기준으로 상품을 탐색할 수 있게끔 한다. '가족', '홈카페'처럼 상품의 특성에 따른 해시태그를 달기도 한다(사진=30밀리스토어 홈페이지 캡쳐) © 권현정 기자

'투자'를 통해 사회적 기업과 소비자 연결에 나선 플랫폼도 있다.

2011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1기 선정을 통해 설립된 '오마이컴퍼니'는 문화예술, 상품개발, 공익활동 프로젝트 등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펀딩 대상 삼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철거촌 고양이를 돕는 펀딩, 환경운동을 돕는 펀딩 등 '프로젝트'에 대한 펀딩뿐 아니라, '배리어프리(장애로 인한 장벽 허물기 운동)'에 수익금의 일부가 기부되는 '배리어프리 마스크'나 기후위기 운동에 함께 나설 수 있는 씨앗 뭉치 '씨드밤' 등 제품에 대한 펀딩 역시 진행돼 소비자의 선택폭은 넓은 편이다.

혹 길을 잃을 소비자를 위해 주제가 비슷한 펀딩을 모아 '기획전'을 시행하기도 하고, '농식품 관련 기업', '부산 사회적경제 기업' 등 대상별 지원 사업을 통해 기획전을 주도하기도 한다.

▲ 오마이컴퍼니의 '2020자연에서 온 풍요로운 펀딩'은 자체 '지원 사업'과 함께 진행됐다(사진=오마이컴퍼니 홈페이지 캡쳐) © 팝콘뉴스


민관 협력 '바이소셜' 캠페인 출범... '소비'에서 '참여'로 소비자 역할 확대


이같은 '가치소비'를 키우려는 민간 움직임에 정부도 손을 보태고 있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민간 단체인 사회적경제활성화 전국네트워크는 가치소비 캠페인 '바이소셜(Buy Social)'의 시작을 선언하고 자체 홈페이지를 구축해소비자들이 '바이소셜'할 수 있는 제조사 혹은 플랫폼 목록을 따로 제공하는 등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에는 SK가 주도한 사회적경제 축제 SOVAC(소셜밸류커넥트)와 연계해 기존 오픈마켓 플랫폼 11번가를 통한 기획전을 시행하면서 소비자와 기업 간 접점 넓히기에 본격 나섰다.

'소셜셀러 챌린지', '서포터즈 모집'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참여도 독려한다.

▲ 바이소셜 캠페인 홈페이지에서는 바이소셜에 참여하는 기업 목록, 이벤트 등 캠페인 관련 소식이 게시된다(사진=바이소셜 캠페인 자체 홈페이지 캡쳐) © 팝콘뉴스

다만, 캠페인의 최종 목적이 '마케팅 지원'이나 '판로확대'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사회적경제활성화 네트워크 관계자는 "캠페인의 목적은 시민사회에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시민 반응을 확인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이같은 목적을 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이소셜' 캠페인이 처음 시작된 영국에서는 2012년 민관 협력 하 '판로확대'를 목적으로 캠페인을 시작했으나 이후 사회적 경제 지역 축제인 '소셜 토요일', 사회적 경제 문화 행사 '소셜 여름방학' 등 소비자가 사회적 경제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캠페인이 확장한 바 있다.

당국에서 출범한 사업인 만큼, 가치소비 '지원 사업'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역시 관건은 가치소비의 실천하는 주체인 소비자가 얼마큼 참여하는가이다. 가치소비 역시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인만큼 판매자는 물론 또 다른 경제 주체인 소비자 참여가 따르지 않는다면 확대는 커녕 지속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

지난 7월 진행된 제13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에 참여한 사회연구 기업 랩2050(LAB2050)의 이원재 대표는 그래서 무엇보다 '가치'를 '같이'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캠페인은 정부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에 나설 때 (캠페인의) 의미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원칙이 '가치'를 만난 새로운 경제 형태로 제시된 지금. 과연, '가치소비'가 소비자와 '같이' 갈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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