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 “추석 목전인데 좀 더 미리 공지해 줬더라면”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올해 추석 명절에 한해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기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한시적 상향된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이하 권익위)는 8일 전원위원회에서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수산 업계를 돕기 위한 일환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1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임시 국무회의에 상정된 후 시행될 예정이다.


일시적 완화 이후 ‘영구적 완화’ 추진도?


그동안 권익위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업계와 관계 부처의 선물 가액 범위 상향 요청에 대해 법적 안정성과 사회적 공감대 등을 고려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이번 추석에 한해 법 적용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추석 명절 공직자들이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가공품 선물 가액 범위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확대된다.

농산물은 한우·생선·과일·화훼 등이며 농축수산 가공품은 홍삼·젓갈·김치 등 농수산물을 원료·재료의 50%를 넘게 사용해 가공한 제품을 말한다.

권익위는 이번 방안에 대해 “코로나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추석 고향 방문 및 성묘 자제 등의 방역 대책, 태풍 등으로 인해 농축수산 업계의 피해가 심각해진 데 따른 민생 안정 대책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업계를 살리기 위한 단발성 완화책이지만 정부에서는 그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추석 이후에도 완화책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금지법이 처음으로 공포·시행된 해가 지난 2015년으로 당시 물가를 고려해 책정한 금액인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에 물가 상승률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아 ‘영구적 완화’를 고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법의 취지가 ‘청렴성’을 지키자는 데서 비롯된 만큼 우리 사회가 청탁금지법의 영구적 완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 성급한 결정은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오는 11일에는 청탁금지법 개정을 앞두고 권익위가 주최하는 ‘온라인 공청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국민들은 개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토론회 권익비전 댓글과 국민생각함을 통해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관련 업계 “환영”, 시민단체 “원칙 훼손”


▲ 참여연대는 9일 논평을 통해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상한액 완화를 비판했다(사진=참여연대 홈페이지 갈무리). ©팝콘뉴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관련 업계는 환영의 의사를 표하면서도 시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통업계 관계자 A씨는 “상한액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 된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지금 추석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야 청탁금지법 완화를 발표한 것이 시기적으로 좀 아쉽다”는 입장이다.

A씨는 “만약 몇 달 전에 정책 반영이 이뤄졌다면 업계에서도 좀 더 다양한 상품 기획과 구성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그래도 상한액이 풀린 덕에 한우 등 국산 먹거리 소비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업경영인증중앙연합회 관계자 B씨는 “농업인 단체 입장에서 현재 코로나19 이외에도 장마철 집중 호우, 태풍으로 인한 수해, 이상기후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막심했던 상황에 농업인들의 농산물 판로가 명확하게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시적인 적용이긴 하지만 권익위의 농산물에 대한 소비 촉진을 돕는 결정을 환영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청탁금지법 중 1차 생산 농축수산물에 관한 부분을 조금 더 개선된 방향으로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밝혔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권익위의 결정에 대해 “선물 가액을 상향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완화는 원칙 훼손”이라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9일 논평 발표를 통해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상한액 상향 조치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논평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방역대책으로 인해 농축수산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나 이는 다른 경제적 지원책으로 해결할 문제지 선물 가액을 올려서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한시적이라곤 하나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경제 위기 때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완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측면에서 이번 결정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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