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선기 팝콘뉴스 편집위원(독일 정치경제연구원, 법학박사) ©팝콘뉴스

(팝콘뉴스=홍선기 편집위원ㆍ독일정치경제연구소 공법 및 인권법 연구위원) 독일 신문 ‘쥐드 도이체 차이퉁’은 헝가리 총리가 국가비상사태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는 법을 통과 시키고, 영국에서는 경찰이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체포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을 핑계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권위주의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국가들을 상대로 “인권에 심각한 결과를 미친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터키, 이란, 중국에서 언론인을 상대로 한 억압을 문제로 삼으면서 “여기 유럽에서도 어떻게 비상조치가 법치를 훼손하는데 사용되는지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총리에게 국가 비상사태 무기한 연장권한과 법률 제정권을 주도록 조치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마스 장관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회원국 내 비상조치를 체계적으로 관찰하기로 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 한국식 추적 체계 ‘개인정보 침해 우려’

독일 언론 디벨트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접촉자에 대한 한국식 추적 체계에 대해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실지로 독일 공법학자 한스 위르겐 파피어는 한국식 디지털 감시 시스템을 두고 “팬데믹을 핑계로 히스테릭한 파시스트 보건국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인터뷰 하면서 사회자는 “코로나 19의 추적 체계가 지나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경화 장관은 “환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과 대중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 사생활은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다”라며 “사생활은 제한될 수 있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한되어야 하고, 우리는 강한 법적 체계를 갖고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이처럼 독일 언론에서는 개인 정보 수집에 기반 한 한국식의 확진자ㆍ접촉자 추적 방식에 관해서도 관심을 두는 듯했지만, 법체계가 다르다며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독일 보건당국은 확진자와 접촉자의 휴대전화 정보를 활용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즉 독일도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방역에 활용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은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각회의에 상정하려 했지만 정치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포기한 적이 있다.

개정안 초안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판 여론이 쏟아졌으며 자유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 등의 유력 정치인도 잇따라 ‘개인 기본권 침해’라는 이유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슈판 장관은 기자회견에선 한국과 같은 국가가 이동 경로 파악을 통해 감염확산을 늦출 수 있었다고 항변하면서 관련 논의를 계속하겠다며 개정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독일 정부는 기존 보건부의 위치 추적 방식과는 다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부가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배포하되, 앱 설치는 강제하지 않겠다고 독일 법무부는 밝혔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아이디는 무작위로 생성되며, 앱을 설치한 국민이 접촉하면 블루투스로 서로 아이디를 저장해 이동 경로를 파악, 아이디 정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방식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테스트에서 앱이 접촉자를 추적하는 데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시민들에게 추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코로나19 이후 독일 사회의 집회ㆍ시위는?

독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해진 공공생활 제한 조치의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집회에는 1천 명 정도가 참가해 정부의 봉쇄조치에 항의했다. 이 집회는 불법 집회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조치의 하나로 베를린에서 20명을 초과하는 인원이 모이는 것은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경찰은 시위자 수십 명을 체포했다.

지난 5월 9일은 베를린뿐만 아니라 슈투트가르트(5천명), 뮌헨, 프랑크푸르트, 도르트문트 등 일부 대도시에서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모인 코로나19 제한조치 반대시위가 개최돼 진압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독일 엘리트들이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를 과장해 시민을 통제하려 한다는 음모론도 이런 시위를 통해 퍼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자이베르트 연방정부 대변인은 5월 11일 코로나 내각 이후 실시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조치 반대 시위 및 음모론과 관련해 일부 코로나19 조치 반대 시위자들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경찰과 언론인들을 공격하는 이들은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라는 권리 뒤에 숨을 수 없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동 시위에는 수백 또는 수천 명이 참석하였는데 이는 절대 8,300만 독일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언론 SZ지는 지난 5월 8일 발표된 정치바로메터(Politbarometer) 설문조사 결과 독일 국민의 81%가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단지 11%만 더 이른 시기에 조치 완화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시위대의 의견은 독일 국민 다수의 의견이 아닌 것이 증명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뮌히(Holger Muench) 연방범죄수사청(BKA) 청장은 코로나19 조치에 대한 반대여론이 증가하고 동 조치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증가할수록, 코로나19 조치 반대 시위가 극좌‧극우주의자들에게 악용돼 지난 난민반대 시위 수준의 규모로 확산될 위험도 증가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집권당인 기민당에서는 동 시위에서 백신 반대주의자들과 음모론자들이 러시아 인터넷 봇(Bot)을 통해 극우주의 정당인 AfD 지지자 및 조직원들과 함께 시위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면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함께 메르켈 총리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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