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영향 미쳐서는 안 돼"


(팝콘뉴스=배태호 기자) 삼성의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지난해 6월 10일 서울 강남역 인근 철탑에 오른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1세) 씨가 29일 저녁 땅에 내려온다. 고공농성 시작 355일 만이다.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이자 김용희 삼성 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대표인 임미리 교수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용희 동지 오늘 드디어 땅을 밟는다. 지지와 연대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 교수는 "삼성과 합의문을 작성했고, 29일 저녁 6시 강남역 2번 출구 철탑 밑에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전했다.

김용희 씨는 기자회견이 끝난 저녁 7시쯤 내려올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위와 삼성 측이 마련한 합의문에는 삼성 측 공식사과와 김용희 씨 명예복직, 해고에 따른 실질적 보상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82년 12월 삼성항공 창원공장에 입사한 김용희 씨는 노조 설립 활동 등을 이유로 1995년 5월 해고됐다.

이후 김 씨는 20년 넘게 복직 투쟁을 벌였는데, 삼성 측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6월 삼성 서초사옥이 보이는 강남역 인근 철탑에 올랐다.

1년 가까이 철탑 위에서 풍찬노숙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김 씨는 세 차례 단식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씨는 삼성 측에 노조 설립을 이유로 해고한 노동자에게 사과할 것과 해고 노동자들의 명예 복직, 해고 기간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해 왔다.

삼성 측은 이번 합의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이번 농성 문제가 최종 합의된 것에 대해 "뒤늦게나마 안타까운 상황이 해결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용희 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김 씨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김용희 씨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지난 5월 6일 대국민 사과에서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김용희 씨 고공농성 문제 타결 역시 이 같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김용희 씨 농성 문제 해결은 반갑지만, 이런 문제가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재판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6일에 이어 오늘(29일)도 검찰에 소환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 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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