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어드레서 설명에 LG 스타일러 내부 사진 실어
(팝콘뉴스=배태호 기자) 삼성물산이 반포1단지 3주구 사업제안서에서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사업제안서는 시공권을 얻기 위해 조합원에게 제출되는 공식자료인 만큼 꼼꼼한 확인과 검수가 필수인데, 그룹 경쟁사 제품을 그룹사 제품이라고 사진을 게재하면서 신뢰에 흠집이 생겼다.
삼성물산(대표 이영호 고정석 정금용)은 반포1단지 3주구 제안서를 지난 4월 10일 조합 측에 전달했다.
'삼성물산이 조합원님께 드리는 3대 특별 혜택'이라는 제안서는 총 240페이지 분량이다.
삼성물산은 제안서에서 '삼성이 드리는 최대의 약속, 삼성이 드리는 최고의 자부심, 삼성이 드리는 최상의 사업 조건'을 약속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업 기간 5개월 단축으로 사업비 120억 원 절감, 준공 후 분양, 삼성그룹의 역량을 담은 상품·서비스 차별화 등이다.
특히, 건축 분야를 담당하는 삼성물산 외에 삼성전자와 에버랜드, 삼성문화재단, 에스원 등 삼성그룹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한 토탈 서비스로 조합원에게 최고의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스마트 홈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와 맞춤형 가전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와 조경 부문에 대해서는 에버랜드와 어린이집과 보안 인프라 관련해서는 각각 에버랜드와 에스원과 협력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생활 편의를 위해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삼성전자의 최신 빌트인 가전 제품 중 프리미엄 제품을 엄선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무풍시스템 에어컨과 에어드레서, 비스포크 냉장고, 드럼세탁기, 전기건조기 등 프리미엄 제품을 각 공간에 맞춰 각 가정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은 해외 유명 건축사와 협업을 통한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각종 시설로 최상의 가치를 지닌 아파트 단지로 짓겠다며 제안서를 작성했다.
문제는 제안서 169페이지의 '현관 중문과 에어드레서가 설치된 건강한 클린 현관'이라는 내용에 담긴 제품 사진이다.
미세먼지 차단과 난방비 절감을 위해 중문 설치와 함께 미세먼지, 바이러스 냄새 제거라는 설명을 단 에어드레서 사진이다.
에어드레서라는 설명 사진은 외관과 내부 두 장의 사진으로 이뤄졌는데, 외관 사진은 확인 결과 삼성전자의 에어드레서 사진이 맞지만, 내부는 LG전자의 의류 관리기 '스타일러' 사진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에어드레서는 바람을 통해 옷에 붙은 오염물을 제거하는 데 반해, LG전자 스타일러는 옷을 터는 방식으로 오염물을 제거한다.
에어드레서는 옷걸이 자체에서 바람을 쏘는 형태라 옷걸이를 건 행거가 움직이는 방식의 LG전자 스타일러와는 행거 모습이 다르다.
또, 에어드레서 대형제품의 경우 코트 등 긴 옷을 걸 수 있도록 좌측은 바닥까지 일자로 뚫린 형태이며, 하단 중앙과 우측 부분에 물통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반면 LG 스타일러는 하단부가 세 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좌측에는 스팀 사용 뒤 모인 물을 담는 통이고, 중앙은 아로마 향기를 내는 필터를 보관하는 통이고, 우측은 스팀용 물을 공급하는 통이다.
오염물질 제거와 내부 디자인 외에도 다른 점은 LG전자 스타일러는 문 안쪽에 바지를 걸고, 문에 달린 누름틀로 바지를 눌러서 주름을 잡을 수 있는 '칼주름' 기능이 있고, 에어드레서는 해당 기능이 없다.
LG전자가 스타일러 개발 시 '칼주름' 기능에 특허를 냈기 때문에 에어드레서는 별도로 바지 주름을 잡는 기능이 없다.
이처럼 삼성 에어드레서와 LG 스타일러는 겉모습은 유사하지만 동작 방식과 기능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어 내부 모습은 크게 다르다.
■ 의류관리기 삼성 '에어드레서' vs LG '스타일러' 자존심 경쟁 '치열'...삼성물산은 왜?
최근 삼성전자는 LG전자 스타일러에 대해 에어드레서의 내구성을 입증한다며 삼성 디지털프라자를 통해 LG전자 스타일러는 물이 샐 수 있다는 내용의 실험 영상을 고객에게 공개하며 경쟁사 제품을 공격했다.
또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LG전자 스타일러의 작동 원리인 '무빙행어'를 지적하는 광고도 공개한 바 있는데, 이 방식이 소음과 진동으로 시끄러울 수 있다며,자사의 에어드레서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고강조하기도 했다.
의류관리기 시장은 LG전자가 지난 2011년 스타일러를 처음 출시하며 열었는데, 2015년 5만대 판매에서 지난해 45만 대 판매로 9배 증가하며,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에어드레서를 처음 시장에 내놓은 뒤 LG전자 스타일러에 대한 비교우위를 강조하며, 뒤를 쫓고있는데, 정작 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은 이런 삼성전자 노력이 무색하게 서울시내 최대 재건축 관심 현장에서 치러지는 수주전 공식 제안서에 경쟁사 제품 사진을 실은 것이다.
■ 어떻게 이런 실수 생겼을까? 신뢰도 흠집 우려
이런 문제에 대해 조합원들은 대체로 작은 실수로 여기면서도, 이해할 수 없고 아쉽다는 반응이다.
반포1단지 3주구 조합원 'A' 씨는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면서도 "자칫 이런 별것 아닌 실수가 시공사 신뢰에는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B'씨 역시 "우리나라 최대 건설사라고 자랑하면서 디테일이 부족했던 것 같다. 최고의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오히려 작은 부분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포 1단지 3주구 시공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대우건설 관계자 역시 삼성물산 실수에 대해 "제안서는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조합원님들께 드리는 약속이며, 진심을 보여주어야 하는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실수가 없도록 꼼꼼히 신경 써서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장인 김모 씨는 "의류 관리기는 삼성 에어드레서가 아니라 LG 스타일러가 원조라는 것을 (삼성)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며 "조합원 입장에서는 에어드레서 대신 스타일러로 해주는 것이 고마울 것"이라며 삼성물산 실수를 우회해서 지적했다.
한편, 제안서에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삼성물산은 시공사 선정 나흘 전인 26일까지 파악을 못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제안서 내에 에어드레서 사진을 여러 장 첨부했는데, 해당 사진은 제안서를 출판한 인쇄소에서 해상도가 낮아 임의로 사진을 바꾸면서, (LG 스타일러 내부 사진으로) 잘못 실린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