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간호사 4명 중 1명 '무증상 감염'...원내 '조용한 전파' 우려


(팝콘뉴스=배태호 기자) 5년 전인 2015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신의 생일인 6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이 밝힌 내용은 삼성의 나아가야 할 미래 비전이 아닌 '대국민 사과'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는 8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한 바 있다.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 2차 감염된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인데, 전체 감염자 186명 중 절반이 넘는 85명이 원내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병원 내 감염병 확산'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사과문을 통해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메르스 같은 감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 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감염병 사태로 고개를 숙이며 국민에게 사과한 지 만 5년을 한 달 남짓 앞둔 1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4명이 코로나19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감염된 간호사 4명 중 한 명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감염된 '무증상 감염'인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나 병원 내에서 '조용한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삼성서울병원 소속 흉부외과 간호사 29살 A씨 등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부터 미열과 인후통 등 증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는데, 이후 38도까지 열이 오르고, 기침 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자체 검사를 받은 결과 18일 오후 양성으로 판정됐다.

서울시와 강남구 등에 따르면 A씨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14일 흉부외과 수술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음날인 15일에는 수술실 앞에서 환자를 분류하는 업무 등을 계속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자의 동선과 접촉자 파악이 중요한데,A씨가 어떻게 감염이 됐는지 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A씨는 최근 집단감염 진원지로 지목된 이태원 소재 클럽 등은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순 시장은 브리핑을 통해 A씨와 함께 수술한 의료진과 식사 등을 한 직원 및 접촉 환자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접촉 직원 262명, 환자 15명 등 총 277명으로 이 가운데 265명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고, 19일 오전 간호사 3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박 시장은 덧붙였다.

▲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진행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서울삼성병원 간호사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추가 확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서울시) © 팝콘뉴스

■ 삼성서울병원 2번 확진 간호사 '무증상 감염'...'조용한 전파' 우려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 중 한 명은 무증상 감염인 것으로 나타나, 병원 내 조용한 전파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따르면 추가 확진된 2번 확진 간호사 40살 B씨는 어제(18일) 오후부터 근육통 등 몸 상태에 이상을 느껴 조기퇴근을 했다가 다음날인 오늘 오전 확진판정을 받았고, 3번 확진자인 24살 간호사 C씨 역시 목이 불편한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4번 확진자인 30살 간호사 D씨는 검사 결과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서울삼성병원 4번 확진 간호사는) 무증상 감염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오전 기준으로 서울삼성병원 최초 확진 간호사 A씨와 접촉한 277명 중 검사를 받은 265명 가운데 160명은 검사 결과가 나온 상황이다. 다행히 검사 결과가 나온 접촉자는 모두 음성인 것으로 나타났고, 검사를 진행하지 못한 12명은 검사를 실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증환자와 기저질환자가 다수 있는 대형병원이 있고, 감염경로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볼 때, 사태가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확진자가 더 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신속대응반 18명을 구성해 19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에 파견했다. 이들은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 파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본관 3층 수술실 등 모두 25개 원내 시설을 폐쇄했고, 앞으로 사흘간 신규 입원 환자도 받지 않는다. 또,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빅5' 대형병원 의료진이 감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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