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혜성 이기주의적 행동에 대해

▲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이상흥 연구원(독일 프라이부르크 스포츠 과학 석사). © 팝콘뉴스

(팝콘뉴스=독일정치경제연구소 이상흥 연구원, 독일 프라이부르크 스포츠과학 석사) 사람들은 스포츠를 취미생활로 직접 운동할 뿐만 아니라 팬으로서 내가 좋아하는 선수, 내가 좋아하는 팀 또는 국가대표를 응원하며 경기 결과에 따라 희로애락(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때로는 스포츠 경기에 우리의 삶을 비유하며 사회성을 배우기도 한다.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는 “오늘 팀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었으며, 서로 소통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뛰어 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 라는 말을 잊지 않고 한다.

우리는 이런 인터뷰를 통해 협업(cooperation)의 중요성을 배우며 스포츠뿐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필자가 스포츠과학을 공부한 독일에서 가장 처음으로 체득한 것 또한 협업을 통해 함께 발전해 가면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었다.

독일에서 체대 학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대학입학자격시험(외국인의 경우 독일어 능력 시험)과 스포츠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실기시험은 보통 하루 동안(오전 8시~오후 6시, 약 10시간) 이뤄지며 ▲육상 ▲수영 ▲체조 ▲팀 스포츠 ▲라켓스포츠 등 총 20개 종목을 치르게 되며, 종목별 심사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맨 마지막 20번째 실기시험인 오래달리기(여자: 2000m > 10분 이하, 남자: 3000m > 13분 이하)를 제외한 19개 종목 중 18개 종목 이상 합격해야 하며, 오래달리기를 불합격한 경우는 다른 19개 종목을 모두 통과했다 하더라도 불합격 처리가 된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종목별 운동능력을 평가하는 심사 기준에 따라 ‘성공 또는 실패(pass or fail)’만을 판단하는 ‘절대평가(absolute evaluation)’로 실기시험이 치러진다는 것이다.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경쟁자가 아닌 함께하는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 (절대평가 시스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회적 스킬(social skill)이 뛰어난 즉, 적극적인 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려 하는 것이 아닌 자신과 상대가 서로 함께 이익을 얻으며 발전을 추구하려는‚ ‘호혜성 이타주의 행동’이 필요하다.

2009년 5월 초(운동하기 딱 좋은 그런 봄날) 필자는 19개 종목을 대부분 여유롭게 통과했지만 마지막 종목이었던 오래달리기를 합격ㆍ불합격 당락의 심사 기준이 되는 13분 00초에 겨우 맞춰 들어올 수 있었다.

그 당시 필자가 뛰는 마지막 바퀴에서 뒤처지는 필자의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위해 어디선가 선배 동료가 나타나 선배 본인의 손목시계를 보며 합격 가능한 페이스로 필자를 리드하면서 “다 왔어! 할 수 있어! 나만 따라와!”라고 선배는 외쳤다.

마지막 바퀴를 함께 뛰며 리드해 준 그 선배의 도움 덕분에 필자는 겨우 합격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 공부한 10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시험들이 3000m 오래달리기와 같았다.

독일 친구들은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서로를 이겨야 하는 경쟁자로 여기지 않고, 함께 더 나은 성적을 받기 위해 서로 도와주는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였다.

단언컨대, 이러한 협업 의식을 가진 동료들이 있었기에 필자는 10년이란 시간 동안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독일에서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의 적극적인 소통, 정보 공유 그리고 협업하는 행동들은 독일 교육의 절대평가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절대평가는 ‘다른 학생에 비해 얼마나 잘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목표에 대해 학습자가 목표를 도달하는 방법과 목표 달성의 성취감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속에서 학습자는 소통, 공유 그리고 협업을 통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성취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호혜성 이기주의적 행동’을 익히게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많이 보이는 아이들의 따돌림, 차별성, 이기주의, 그리고 학업주의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학교 친구들을 협업해 함께 발전해야 하는 동료로 여기기보다는, 이겨야 하는 경쟁자로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 시스템(상대평가)은 이런 사회적 문제들과 상관관계가 없는 것일까?

항상 경쟁해야 하고 상대를 이겨내야 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전,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교육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부터 경쟁보다는 협업을, 이기주의보다는 이타주의를, 혼자보다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생각하며 ‘적극적인 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협업하며 서로 공감할 줄 아는 인간(호모 엠파티쿠스 homo empaticus)’이 되기 위해서 절대평가라는 시스템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나아가 이런 교육 시스템은 오늘날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기술들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도와주고 차별성, 이기주의, 학업주의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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