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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무비] 남산의 부장들, 이럴 거면 다큐멘터리를 찍지

빛나는 열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웠던 작품

편슬기 기자 | 기사입력 2020/01/30 [14:53]

[팝콘무비] 남산의 부장들, 이럴 거면 다큐멘터리를 찍지

빛나는 열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웠던 작품

편슬기 기자 | 입력 : 2020/01/30 [14:53]

▲ 미 의회에 증인으로 출석, 박정희 정권의 이면을 낱낱이 고발했던 곽병규 부장(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1970년, 유신 정권 아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을 그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지난 22일 개봉했다.

 

영화는 동아일보에 1990년부터 26개월간 연재됐던 취재록 ‘남산의 부장들’을 기반으로 박정희 대통령 권력의 정점이었던 ‘중앙정보부’의 마지막 40일간의 기록을 담았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다뤄진 만큼 영화 개봉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 암살과 김재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는데, 정작 영화는 뜨뜻미지근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코리아게이트, 박동선 사건


▲ 청와대 관저 사무실에 앉아 있는 박정희 대통령(배우 이성민)(사진=네이버영화).     ©팝콘뉴스

 

영화는 1976년 실제로 있었던 사건인 ‘코리아게이트’로 출발선을 끊는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 제정과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박동선이라는 인물을 다리 삼아 미 의회에 수백만 달러를 로비했던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워싱턴포스트에 실리게 되면서 만천하에 공개되고 여기에 박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했으나 마지막엔 토사구팽당한 중앙정보부 박용각 부장이 현 정권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며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다.

 

영화에서는 코리아게이트 핵심이었던 인물을 배제하고 박 대통령의 눈엣가시인 박용각 부장에게 포커스를 맞춰 극을 이끌어 나간다.

 

박용각 부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비리와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담은 회고록까지 작성해, 회고록 출판을 저지하기 위해 박 대통령의 심복인 중앙정보부 김규평 부장과 곽상천 경호실장이 대립각을 세운다.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기 위해 비위를 맞추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두 인물의 권력 싸움과 암투는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당시 대한민국의 정세가 얼마나 저열하고 비겁한 수를 통해 변화해 갔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중심인물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할 것 없이 찬사를 보내고 싶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맹점은 관객들이 사건의 발단부터 갈등의 고조, 끝마무리까지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어 크게 각색을 거치지 않은 이상 스토리적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재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 역할을 맡은 배우 이성민과 김규평 역의 이병헌, 곽상천 역의 이희준의 눈부신 열연이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스크린으로 가져온다.

 


뜨거운 열연조차 메우지 못한 공백


▲ 박 대통령의 초상화를 앞에 두고 권력 다툼을 벌이는 김규평과 곽상천 경호실장(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그러나 남산의 부장들은 딱 거기까지다.

 

연기파 배우들의 뜨거운 열연으로도 메우지 못한 긴장감의 공백은 영화가 아닌 흡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박용각을 처리하기 위해 마련된 여러 등장인물들과 어디서 본 듯한 카지노 장면, 타깃을 두고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 등 모두가 알고 있는 최후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불필요할 정도로 잔가지가 많다.

 

매 장면마다 배우들의 연기에는 손색이 없으나 일품 연기가 빚어내는 숨막힐 듯한 갈등은 관객을 배제한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하다.

 

몰입의 부재를 메우지 못한 영화에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민주 항쟁도 안전가옥에서 경호원들과 박 대통령을 암살하는 장면도 그저 ‘마침내 그 장면이구나’라는 생각 외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를 다뤘던 작품들 중 ‘변호인’과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 등 괜찮은 성적을 거뒀던 영화들의 공통점은 암흑 시대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저항정신을 잃지 않았던 ‘일반 시민’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들이 흘렸던 피와 땀, 눈물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희생을 기반으로 세워졌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하지만 남산의 부장들에선 오로지 권력을 지닌 자들의 목소리만이 들린다.

 

관객들은 극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과 마음으로 공감하거나 깊이 몰입할 수 없었다는 점이 상당수의 스크린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실제로 남산의 부장들을 관람한 실 관람객들의 평 중, 연기는 심리적으로 파고들어가나 상대적으로 몰입도는 떨어졌다는 내용이 심심찮게 보인다.

 

더불어 너무나 많은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 또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4.19혁명, 5.16군사 쿠데타, 코리아게이트, 부산ㆍ마산 민주 항쟁, 박 대통령 암살, 12.12 군사 쿠데타를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많아지면 주제 의식은 점차 흐려진다.

 

배우들의 연기력을 제외하면 차라리 다큐멘터리로 제작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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