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는 혈통이 가장 중요…역사에 남는 것은 가문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작품, 스타워즈 사가의 최종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The Rise of skywalker) 8일 개봉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은 한국보다 앞선 지난 12월 20일 개봉해 한국 팬들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켰는데 도중에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각종 루머들이 쏟아져 나오며 팬들을 혼란케 했다.

걔 중에는 영화의 줄거리나 연출이라고 믿기 어려울 수준의 것들도 있었는데 개봉 이후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팬들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팰퍼틴이 살아있다! 설정 붕괴의 최종장


▲ 놀랍게도 팰퍼틴 황제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사진=인터넷갈무리). © 팝콘뉴스

스타워즈 에피소드 9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시작은 팰퍼틴이 살아 있다는 설정에서 가지를 뻗어나간다.

이는 전편 라스트 제다이에서 최종 흑막인 줄 알았던 스노크가 자신의 제자인 카일로 렌에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바람에 빚어진 참사로 보인다.

그럴싸한 악역을 내세워야 하는데 마지막 편에 와서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킬 수 없을뿐더러 죽은 스노크가 사실 클론(복제인간)이었다는 연출은 식상한 모양이었는지 제작진은 아예 스타워즈 클래식(4, 5, 6)과 프리퀄(1, 2, 3)에서 악역을 맡았던 팰퍼틴 황제를 되살려내고 말았다.

확실히 팰퍼틴 황제는 최종 흑막으로 내세우기에 제작진 입장에서 가장 편리한 캐릭터다.

구구절절 캐릭터의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 필름을 낭비하지 않으며 최종 흑막으로 제격인 비주얼과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팰퍼틴 황제가 살아 있다는 설정은 기존에 나와 있는 수많은 스타워즈 작품과 충돌을 일으켰다.

선택받은 자였던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악에 의해 타락하고 죽어가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악의 근원인 팰퍼틴 황제를 죽여 포스의 균형을 되찾는다는 예언을 실현했다는 클래식-프리퀄의 근간이 되는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필 시퀄(7, 8, 9편)의 시간대가 황제가 죽은 후 30년이 지났다는 설정이어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단 30년 동안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그 고생을 한 것이냐”는 팬들의 한탄은 팰퍼틴 황제의 부활로 “아나킨은 애초에 포스에 균형을 가져온 적이 없었네”라는 조롱으로 바뀌었다.


아무도 아니라더니 주인공마저 금수저


▲ 카일로 렌과의 결전을 준비하는 레이(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 팝콘뉴스

9편의 감독 J.J. 에이브람스는 8편에서 벌려놓은 판을 수습하느라, 자신이 찍은 7편의 떡밥을 수거하느라 여념이 없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레이는 7편에서 스카이워커 가문과 연관성이 있는 듯했지만 8편에서 카일로 렌의 폭로로 실은 아무도 아닌 평범한 인물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러나 9편에서는 팰퍼틴 황제의 손녀였던 것으로 밝혀지며 그 역시도 포스 혈통을 물려받은 금수저인 것이 드러나면서 팬들의 뒷목을 잡게 했다.

8편에서 감독 라이언 존슨이 내세웠던 그나마 그럴싸한 중요한 주제가 ‘포스는 누구나 다룰 수 있다’였는데 팰퍼틴의 손녀라는 설정을 넣음으로서 라이언 존슨의 주제를 정면으로 박살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팬 기만은 이게 끝이 아니다.

7편에서 거의 카피에 가까운 오마주를 보여줬던 J.J. 에이브람스는 또 다시 6편의 주요 내용과 연출을 가져와 팬들로 하여금 자신이 6편의 리메이크를 보는 건지 9편을 보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레이가 돌을 공중에 띄우며 수련하는 모습과 포스의 영이 된 루크가 바닷속에서 X윙 전투기를 건져 올리는 장면은 에피소드 5, 레이와 카일로 렌이 전투를 벌이는 바다 행성의 대결 장면은 에피소드 3의 사제 대결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팰퍼틴 황제를 물리치기 위해 도착한 엑세골 행성에서의 대규모 전투신, 제국의 화력 앞에 무력하게 스러져가는 저항군들의 모습을 레이에게 보여주며 분노를 일깨우는 장면은 에피소드 6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이쯤되면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디즈니가 수익을 거두기 위해 영화를 개봉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신분 세탁? 전범 후손이 독립운동가 성씨를…


▲ 팰퍼틴이 은신하고 있는 엑세골 행성으로 향하는 웨이파인더를 찾기 위해 나선 레이, 핀, 포, 츄이, BB8과 C-3PO(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팝콘뉴스

비록 팰퍼틴의 혈통을 물려받았지만 정신만큼은 제다이었던 레이는 모든 세대에 존재해 왔던 제다이들의 응원과 격려 덕에 팰퍼틴 황제를 물리치는 데 성공한다.

그로 인해 힘을 다 한 레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선한 마음을 되찾은 벤 스카이워커(구 카일로 렌)의 포스 힐링을 통해 기적적으로 부활하는데 성공하고, 벤은 자신의 마지막 힘까지 쏟은 탓인지 레이의 품 안에서 최후를 맞는다.

팰퍼틴의 죽음과 함께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모르는 사상 초유의 강력한 함대 역시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처럼 아름답게 마지막을 장식하고 기뻐하는 저항군과 은하계 도처의 종족들을 비춰주며 지루하게 이어져왔던 전쟁은 마침내 막을 내렸다.

그리고 주인공 레이는 아나킨과 루크의 고향이었던 타투인 행성으로 향한다.

수십 년 간 버려져 있던 루크의 집은 간신히 형태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인데 갑자기 노파가 나타나 집 앞에 서 있는 레이에게 이름을 묻는다.

자신의 이름을 레이라고 밝히자 노파는 “레이 누구라고?”라며 성씨까지 친절하게 물어보고 노파의 질문에 레이는 잠시 고민하다 “스카이워커, 레이 스카이워커”라고 자신의 성을 밝힌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전범 후손이 독립운동가의 성씨를 훔친 셈이다.

훔쳤다는 표현은 다소 과격하나, 레이가 스카이워커 가문의 정신을 승계한다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스카이워커라 칭한 것으로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유일한 스카이워커였던 벤 스카이워커가 죽으면서 스카이워커의 혈통은 끊긴 상황에, 팰퍼틴의 혈통인 레이가 굳이 ‘스카이워커’라는 성을 사용해 시퀄 3부작 내내 스카이워커 이야기에서 탈피하려 했던 모든 시도들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루크의 입을 빌려 “네가 누군진 중요하지 않다”, “때론 피보다 진한 것이 있다”며 레이를 독려했던 대사들은영화 최종장에서 레이가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하고혈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스카이워커가문에 속하길 선택하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혈통과 가문’임을 철저하게 보여준다.

한편 스타워즈의 팬들은 “감독들을 사형시키자”며 극한의 분노에 달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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