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칼럼] 기울어진 운동장에 설치되는 공수처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 누구를 위한 일인가?

김영도 기자 | 입력 : 2019/12/26 [14:45]

▲ 김영도 편집국장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영도 기자) 국회가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을 놓고 격돌하는 것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저마다 진영 논리에 따라 당위성은 있지만 국민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원내교섭단체 기준 미달인 소수 정당들이 의석수를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집권여당과 소수정당들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국민 동의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를 엿 바꿔 먹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공수처 설치 법안은 국민들에게 검찰개혁이라는 그럴싸한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문재인 정부의 정권 유지와 차기 정권 이양을 위한 포석이라는 속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못된 시어머니 밑에서 호되게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못된 짓을 배운 것처럼 촛불정국으로 탄생된 문재인 정부가 제2의 안기부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어 우려가 앞선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부패를 강조하며 공수처 설치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일반화의 오류에 가깝다.

 

대한민국에 범법자 한 명이 있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범법자는 아닐 것이다.

 

일부 몇몇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검사와 사법부 수뇌들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지 모든 검사와 재판장이 썩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조직 관리에 대한 문제이고, 결국 정부의 관리능력인데도 헌법에도 없는 새로운 기관을 신설해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논리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초법적인 행태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에 4+1 협의체가 새롭게 합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에는 매우 위험한 독소조항을 안고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공수처장 임명 방식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정보를 독점화하는 수정안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공수처장 임명 방식은 후보자 인사추천위원회 7명 위원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지만 이는 요식행위일 뿐 정무직과 동일하게 국회 임명동의 없어도 대통령 임명권한만으로도 임명할 수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국회 인사청문회 동의 없이 인사를 단행한 사례만 보아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도 으뜸이라는 점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기에는 무리다.

 

특히,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점은 범죄 정보의 독과점을 의미하며, 정보를 독점한 기관의 성향에 따라 입맛대로 변질될 수 있는 독소조항이다.

 

수사착수 전 단계부터 사전보고를 할 경우 부실 수사가 될 수밖에 없고, 수사의 신속성이나 효율성 및 고위공직자 반부패 수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수사의 중립성이 훼손되고 만다.

 

과거 독재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법안이 또다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아이러니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지난 2016년 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권력을 강화시켜 정부의 권력을 국민들의 통제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최악의 법안이었다.

 

이제는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동일한 일을 자행하고 있다는데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법은 국민을 보호하는 장치이지만 말고삐와 같이 강제성이 있는 공권력으로 규제를 통해 질서를 잡아가기 때문에 법집행의 균형성이 요구되고, 반드시 형평성이 보장돼야 한다.

 

공수처 수사 대상이 고위직 공직자로 한정돼 일반 국민들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권력이 중심을 잃고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한쪽으로 쏠린다면 권력의 정점을 향한 줄서기는 자명한 일이고, 결국 동일 범죄라도 계층 간의 억울함과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내년 총선을 넉 달 앞둔 시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정치 현실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제기되는 공수처 설치를 굳이 서두르는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가 여론조사에서 국정운영 지지율이 40%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공수처 설치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지지기반이 허수라는 합리적 타당성과 정책 실패의 무능력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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