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출생 장려와 노키즈존의 역설

우리 모두는 한때 어린아이였다

편슬기 기자 | 입력 : 2019/12/09 [10:50]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간신히 1명대를 유지하고 있던 출생률이 작년 하반기부터 0명대로 추락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출생률 0명대 국가에 진입했다.

 

정부는 매년 감소하는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조직, 갖은 정책을 쏟아내며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마음과는 달리 그래프는 상승할 기미 없이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노키즈 존이다.

 

2000년 초반부터 어린 자녀를 데리고 다니며 카페, 식당 등 민폐를 끼치는 엄마들을 가리켜 ‘맘충(MOM과 벌레의 합성어)’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노키즈 존(No kids zone) 역시 함께 부상했다.

 

‘사용한 기저귀를 카페 테이블 위해 버려둔 채 떠났다’, ‘애들이 너무 시끄럽길래 한마디 했더니 왜 우리 애 기를 죽이냐며 화를 내더라’ 등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와 마찰을 빚은 사연은 종종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된다.

 

많은 누리꾼들이 이에 공감하면서 노키즈 존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수요 증가에 따라 개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카페, 식당 등이 잇따라 노키즈 존 팻말을 내세워 아이와 부모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관까지 노키즈 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키즈 존 찬성 입장과 극장에서조차 어린아이들의 출입을 막으라는 건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는 노키즈 존 반대 입장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다.

 

정부는 저출생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국민들은 비혼, 비출산을 외치고 노키즈 존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이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키즈 존을 만들었다면 왜 일부 개념 없는 어른들을 막는 노어덜트 존의 존재는 없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돈과 권력을 지닌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노키즈 존의 유행은 결국 자신을 대변할 수 없는 힘없는 약자들을 향한 일종의 혐오 현상으로 ‘영화의 감상을 위해서’, ‘안락한 티타임을 위해서’라는 얼핏 듣기에 우아해 보이는 포장지를 감싼 명백한 차별과 혐오의 행위다.

 

같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끼리도 서로를 맘충으로 부르는 마당에 당장 눈에 보이는 출생률 증가에 매달리기보단 아동 혐오가 팽배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노키즈 존을 외치는 당신 또한 한때 어린아이였음을, 달이 왜 나를 쫓아다니는지 궁금해하고 세상 모든 것에 눈을 빛내며 호기심을 갖던 8살 꼬마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울고, 떠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것은 그 나이 아이들에겐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이를 참고 견딜 수 있는 인내를 지니고 있으며 배려하는 이성 또한 갖추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돌발행동이나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행동들을 무조건 용인하라는 말이 아니라 아이의 부모가 교육 차원에서 지혜롭게 주의를 줄 필요는 있다.

 

누군가 눈총을 주고 노키즈 존을 만들어 아이를 배척하기 이전에 말이다.

 

자녀를 동반한 부모를 향한 어른들의 배려는 선택사항이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필수적인 사회적 합의가 돼야 한다.

 

배려가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자라난 아이는 어른이 됐을 때 자신이 받은 배려를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런 문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 잡고, 당연시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나서야 이를 기반으로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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